티어즈 투 티아라 2 챕터 1
하밀 : 그 때, 나는 어째서 그런 짓을 저질러버린 걸까.
자라스 : 히스패니아인들이여, 잘 들어라!
자라스 : 이번 발 축제는 신성제국이 진행하게 되었다!
자라스 : 이유는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자라스 : 자, 이리 오거라! 하밀칼, 발카가(バルカ家) 최후의 당주여!!
자라스 : 카난인의 대표로서 제사장으로서, 축제의 시작과 끝에 참여하는 거다!!
하밀 : 냉정하게 있을 생각이었다… 제국이 우리들의 축제를 짓밟고 있다고 해도.
자라스 : 나는 네놈들에게 기뻐할만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
자라스 : 신성제국으로부터의 멋진 제안을 말이지!
자라스 : 네놈들의 고통스런 나날은 이제 곧 끝난다. 다른 속주(屬州)보다
높은 세금을 내고, 노역에 불려오는 나날은 이제 곧 끝나는 것이다…
자라스 : 네 놈들은!! 전능하신 절대신에 모든 것을 바치고!! 몸도 마음도 신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하밀 : 그게 모두를 위한 일이라면 부당한 요구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자라스 : 자, 하밀칼! 발의 최고제사장이여! 결단을 묻도록 하겠다!!
자라스 : 지금 네 모습이야말로 히스패니아 그 자체!! 제국의 구속구에 사로잡힌 채,
움직임조차 취할 수 없는 그 모습이 바로 히스패니아의 현실!
자라스 : 발카가와 카난인의 영광따위 아득히 먼 옛날의 일. 지금에 와선 멸망한 나라와
신에게 미련을 갖는 불쌍한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자라스 : 그렇기에 현실을 깨닫도록 해라! 오래된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라스 : 자, 고집 피우지 말고 신성교단에 몸도 마음도 맡긴 채, 편하게 되는 거다!
하밀 : 그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제국의 말에 따랐을 테지. 죽임을 당해도 상관없었다….
하밀 : 그래, 그 때까지는…
자라스 : 크크크, 왜 그러지? 입 다물고 있는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을 텐데?
자라스 : 여기 모인 자들이여! 오늘은 한 가지 더 여흥거리를 준비했다!
자라스 : 자, 보거라!!
하밀 : 타르트… 어째서!?
자라스 : 모두, 잘 들어라! 이 여자는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어리석은 자이다!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 채, 자신을 여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자라스 : 정말 불경하기 그지없도다. 우리 신성제국의 앞에서 신의 이름을 논하다니!
자라스 : 그렇기에 처형하기로 하였다! 크크크, 본보기다! 더 이상, 여신 따위는 우리 신성제국에 필요 없다!!
자라스 : 네 놈들도, 알아두는 게 좋을 거다!
제국에 따르지 않는 자의 말로를!
하밀 : 분노로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저 아이는 이 지상에 내려온 상냥한 여신이다.
하밀 : 이런 구제불능인 나에게조차 상냥하게 대해주었어…
하밀 : 그래서 휩쓸리지 않게 하려고 멀리 했다. 그녀가 상처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헌데, 더러운 제국놈들은 그녀를 죽이겠다고 하는 건가…
하밀 : 그럼 더 이상 대화를 할 여지는 일절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모두 죽여버리면 되는 거다… 내 안에 있는 광기에 몸을 맡기면 금방 끝난다….
하밀 : 그렇게… 모두, 죽고 싶은 건가…
자라스 : 지금, 뭐라고 했나? 크크크, 멍청이끼리 뭔가 통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하밀 : 크크큭, 나는…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무리야… 더 이상…
자라스 : 헛소리 지껄이긴… 유언이라도 남긴 편이 오히려 나았을 것을…
자라스 : 나와라, 골메스!!
골메스 : 그오오오오오!!!
자라스 : 뭐지, 이 빛은?
하밀 : 크크큭, 아하하핫, 하하하핫
자라스 : 이 목소리… 하밀… 인 건가…
하밀 : 아아아아아앗!!!
하밀 : 하아아아아아아앗! 전쟁신(戦神) 멜칼트メルカルト)여! 와라!!
하밀 : 자, 마음껏 보아라, 패왕의 후예가 가진 증표을!!
하밀 : 멜칼트여! 나 하밀칼에게 힘을!!
천명의 적, 만명의 군세를 없애버릴 힘을!! 우아아아아악!!
자라스 : 크크크, 그 힘, 어느 정도의 것인지, 확인 해봐주지. 골메스여, 저 괴물을 마음껏 찢어발겨 놓도록 해라!
멜칼트 : 크하하하! 아하하하!! 순식간에 없애주지!
■ 하밀의 각성(전투 1-1)
승리조건 : 적 세력의 섬멸
패배조건 : 멜칼트의 전투 불능
보너스 : 없음
하밀 : 그래, 일이 이렇게 된 건 그 날, 타르트와 만났기 때문이다…
하밀 :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계속 망설인 채, 어리석은 인간으로서 죽었을 테지.
- 제 1 장 패왕의 귀환 -
??? : 나는 언제까지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 : 불타는 사막으로 헤매며
??? : 여러 번의 사막 폭풍을 넘어서
??? : 마침내 찾아낸 장소를.
??? : 그곳은 이 세상 끝에 존재하는 오아시스.
??? : 시원해 보이는 야자수의 그늘과 맑게 비추는 물을 머금은 샘물. 산들 바람만이 조용히 스쳐지나간다.
??? : 그곳은 지혜와 생명의 나무가 자라는 정원.
??? : 푸르게 돋아나는 나무들과 생명이 가득한 물로 만들어진 낙원. 그 누구나 찾기를 바라마지 않는 장소.
??? : 하지만…
??? :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침내 어깨를 움츠리고는 걷기 시작했다.
??? : 작열의 사막으로 돌아가자.
??? : 이곳은 나 같은 것에게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야.
??? : 찾았다!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되돌아보았다.
??? : 또 다시 만났네.
??? : 야자수 나무의 그늘에서 당신은 웃고 있었다.
??? : 투명하게 비출 것만 같은 하얀 피부.
??? : 기품 있게 몸에 두른 실크 옷.
??? : 황금색 보리를 손에 지니고 생명의 과실을 가지고 있는 당신, 천진난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 : 옛날, 우리들의 여신이었던 너. 우리들이 버리고, 멸시하고, 잊어버렸던 너.
하밀 : …미안해요.
하밀 : 죄악감에 견딜 수 없어진 나머지 나는 입을 열었다. 눈물을 흘러내리고, 오열이 흘러 나왔다.
??? : 어째서 사과를 하는 건가요?
하밀 : 저는 배신자에요. 이미 옛날에 당신을 버리고 멸시했습니다.
하밀 : 제 목숨이 아까워서 그랬습니다. 구질구질하게도 살아남기 위해서였습니다.
??? : 흐음… 그랬어?
하밀 : 당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당신을 믿고 있지 않습니다.
??? : 후후훗, 그렇구나.
하밀 : 어째서… 웃고 있는 겁니까?
??? : 여전히 거짓말이 서투른,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서.
하밀 : 저는 거짓말 같은 건…
??? : 그럼 어째서 나와 만나게 된 거지? 어째서 이 땅에 도달 할 수 있었던 거야?
하밀 : 그건…
??? : 계속 찾고 있었던 거잖아? 당신의 마음에 답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당신의 바람을 이루어줄 누군가를…
??? : 굶주림과 목마름에 몸부림치면서, 쓰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 흘리면서, 그래도 너는 갈구하면서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
??: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예요. 자, 당신 여신에게 질문을 하세요. 지금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상냥하게 내 어깨를 만지고는 투명한 눈동자로 내 눈동자 안을 주시했다.
하밀 : 여신님이시여…
그 눈동자에 재촉 받은 듯이…
나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질문을…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에서 꺼냈다.
하밀 : 여신님이시여… 저는,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겁니까?
입에 담는 것이 결단코 용서 받지 못하는 질문.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면 안 되었던 질문.
하밀 : 제발… 부탁입니다… 이 배신자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신다고 한다면… 가르쳐주십시오…
하밀 : 저는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겁니까? 살아서 수치를 당하면서 기다린 나날에… 진정 끝은 찾아오는 겁니까?
하밀 : 전승(傳承)이 올바르다는 걸… 누가 알 수 있는 건가요? 불명확한 예언에 따라…
복수에 불타는 마음으로 맞서는 것이 과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겁니까?
하밀 : 오히려 저의 존재 자체가 모두에게 재액(災厄)을 가져온다고 한다면… 저는…먼 예전에 죽었어야할 존재가 아닌가요?
??? : 후후, 당신은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요. 좋아요, 대답해 줄게.
??? : 때는 왔습니다. 이제 일순간이라도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찾는 해답은 바로 나와 함께 있으니까요.
하밀 : 그건 대체 무슨…?
??? : 자, 함께 가요. 모든 것을 되찾고 되갚아 주기 위해서!
당신은 싱글싱글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밀 : 당신이 이런 나와 함께 해준다는 말인가요!?
??? : 네, 나는 그러기 위해서 당신과 만났으니까요. 자, 내 손을 잡으세요.
하밀 : 감사합니다… 여신님이시여…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녀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 : 왜 그러는 거야? 자, 어서 손을.
하밀 : 여신님이시여… 당신을 한 번 더 만날 수만 있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면,
나는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밀 : 하지만, 아무래도 늦은 모양입니다.
??? : 뭔가…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하밀 : 네. 더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하밀 : 살아남기 위해서, 이 손을 더럽히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해왔습니다.
하밀 : 덕분에 마음은 비열하게 뒤틀리고 혼도 더럽혀졌습니다.
하밀 : 지금의 저는 여신님의 말씀조차 믿지 못하는 정도입니다. 제게 가능한 것은 의심을 하는 것뿐…
하밀 : 당신의 말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 : 그런가요…
하밀 : 하지만, 당신의 말씀에 매우 기뻤다는 것은 진짜입니다. 그것만은 알아주십시오…
??? : 후훗, 설마 거절을 당할 줄이야… 이거 곤란하게 됐네요.
하밀 : 당신을 믿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겁쟁이라서 매우 경멸스러울 테지요.
??? : 네, 정말로요. 정말 곤란하게 됐네요. 이 손을 어쩌면 좋을지, 곤란해지잖아요…
하밀 : 에?
??? : 후훗, 훌륭한 남성분께서 여신의 권유를 거절하면 안되잖아요.
??? : 손을 내민 채 멍하니 서있는 저는 매우, 꼴불견스럽지 않나요?
하밀 : 저기… 그것 때문에 곤란해 하신 건가요.
??? : 네, 저의 권위가 걸린 중요한 일입니다. 이대로는 물러 설 수 없습니다.
??? : 그러네요…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럼 여기서 함께 춤을 주지 않겠어요?
하밀 :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 : 후후, 춤추는 것뿐이라면 부끄럼쟁이인 당신이라도 괜찮을 테죠?
하밀 : 제가… 부끄럼쟁이라구요?
??? : 네, 당신은 배신자도, 겁쟁이도 아니고 구태여 말하자면 부끄럼쟁이에요.
??? : 자, 내 손을 잡으세요.
??? : 계속 여기서 둘 만이서… 춤을 춰요. 당신의 혼에 난 상처가 나을 때까지. 당신이 나를 믿어줄 그 날까지… 어때요?
하밀 : …어째서 저 같은 것에게… 그렇게 상냥하게 해주는 건가요?
??? : 말했잖아요? 당신인 매우 거짓말이 서투르고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내가 당신의 여신님이니까요.
제국 병사 A : 일어나!
하밀 : 으음…
제국 병사 A : 이 구제불능이, 노동봉사 도중에 자다니…
제국 병사 B : 여전히 덜떨어진 나리로구만, 이거.
하밀 : 아… 꿈…인가…
제국 병사 C : 어라아? 아직 잠이 덜 깬 건가요, 전하? 그렇다면 최상급의 채찍질을 준비해드리지요! 에이~,엿차!
하밀 : 아야아아, 아아, 아파!!!
제국 병사 A : 아하하, 하하하,나 참, 볼썽사납군.
제국 병사 C : 채찍질 한번으로 애벌레 마냥 데굴거릴 줄이야!
제국 병사 B : 하하핫, 이 녀석이 정말로 그 발카가의 당주인거야? 예전에 제국을 떨게 만든 발카 일족의 후손이라고?
그럴 리가 없지, 그렇고말고!
제국 병사 A : 크하하! 카난의 벌레놈들에게는 이 정도의 지도자가 딱 어울리는군!
하밀 : 아야야, 갑자기 채찍질이라니… 너, 너무하네…
제국 병사 C : 아니, 아니요. 이건 규칙이니까요. 노동봉사를 게을리 하는 자에겐 이유 불문,
그 누구라 하더라도 채찍질이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제국 병사 A : 아시다시피 카난인에겐 모두 동등하게 노동봉사의 의무가 주어져있으니까요. 발카가의 핏줄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제국 병사 C : 자아, 거기에 똑바로 서주세요 전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하밀 : 히익, 그만해!
하밀 : 아야아아아, 으아앗!
하밀 : 크아아아, 아파아!!
하밀 : 으읏, 으아아아!
하밀 : 으으으아아앗!!
제국 병사 B : 좋아-, 거기까지. 태만에 따른 채찍질은 5번이라고 정해져 있어.
하밀 : 으으으으… 하아, 하아, 하아…
제국 병사 C : 이야, 꼴사나운 비명이시군요, 아하하하. 고작 채찍질 정도로… 당신의 아버지는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불타 죽었는데 말이죠, 하하하!
하밀 : …하아, 하아, 하아…
제국 병사 B : 왜 그러지? 아버지의 죽음을 비웃는데도 묵묵부답인가. 보았느냐, 카난민이여!
제국 병사 B : 핫슈둘발 총독은 대단하신 자식을 남기고 죽었군 그래! 구제불능에
이런 겁쟁이여서는 명계에 가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겠군…
하밀 : 하아…하아… 조금… 쉬게… 해줘.
제국 병사 C : 호오, 완전 지치신 모양이시군요. 크크크. 꽤나 피가 나오는군요. 등이 찢어진 건가요.
어디 보자… 오오, 살이 짓이겨져선 꽤나 아프겠는 걸!
제국 병사 A : 하지만 아직 쉬게 해드릴 수는 없겠군요. 노동봉사는 저녁때까지라는 게 약속이니까요.
아직 한참 더 일을 해야만 되겠네요, 크하하하.
제국 병사 C : 자, 다시 작업하러 가시죠. 전하.
제국 병사 B : 좋아, 카난의 벌레들아, 채찍을 맞보고 싶지 않으면 돌을 옮겨라!
더더욱 열심히 일해라! 제국의 시민으로서 신성한 의무를 다해라!
하밀 : 윽… 하앗, 으윽…
등이 아파… 타들어가는 것만 같다.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신음소릴 내면서도 계속해서 석재를 운반했다.
제국 병사 B : 우물쭈물 하지마, 쓰레기들. 안 그래도 일정이 늦고 있다. 좀 더 서둘러라!
제국 병사 A : 자, 네 놈들의 낡아빠진 신전에서 가능한 쓸만한 석재를 운반해내는 거다!
제국 병사 C : 크크크, 우리의 신성한 교회를 위해서 쓰는 거야. 이 이상으로 감사한 사용법도 없을 테지!
제국 병사 A : 하얀 대리석도 검은 화강암도 네 놈들의 저주스런 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제국 병사 B : 그것들은 우리들의 절대신을 장식하기 위해 어울리는 것이야.
제국 뱡사 A : 자, 일해, 일하는 거다! 노동봉사의 시간이다! 제국 시민의 의무를 다해라!
시민의 의무인가…
믿고 있던 신들을 부정하고 일족의 긍지를 버리는 것이 시민의 의무인 것인가…?
소중한 신전을 계속 부수면서 조상들의 역사가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 과연 시민의 의무인 것인가…?
하밀 : 하앗, 그럴 리…가 없어…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관두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생각한 것을 읽혀 버릴 지도 몰라.
지금의 나는 그런 어려운 것을 생각해야 될 인간이 아니야.
작업에 집중을 해서 좀 더 종잡을 수 없는 일만을 생각해야만 해. 좀 더… 알아차리기 힘든…
하밀 : 으으… 하앗, 으으으…
몸 안쪽에서 농밀한 피의 냄새가 난다…
상처 부위 위에서 굳은 피가 돌을 운반하려고 힘을 넣을 때마다
쭈욱하고 찢어진다.
둔하면서도 깊은 통증.
흘러내린 피가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감촉만이 전해져 온다.
하밀 : 하아… 하아…하아…
하늘이 높다. 오늘은 화창하게 개었다.
목이… 마르다…
햇빛이… 너무 강한 걸…
등이 타는 듯이 뜨겁고, 아프다.
언제까지… 계속 되는 걸…까
이런 일이…
언제까지…
제국 병사 A : 오늘은 이정도로 해둘까…
너희들, 작업을 중지해라! 그리고 잘 들어라!
제국 병사 A : 맘에 안 들긴 하지만 내일과 모레는 네 놈들의 축제를 위해서 노역은 면제하기로 되었다.
제국 병사 C : 저급한 신을 위한 축제 따위 역겨울 정도지만 제국으로선 통치민족의
전통행사는 중요히 여겨주어야만 하니까.
제국 병사 B : 잘 들어라, 우쭐 대지 마! 이건 특별한 조치일뿐이다! 여기는 더 이상 네놈들의 신전이 아니야, 단순한 폐허다.
제국 병사 C : 지금은 채석장으로서 이용하는 장소인 것을 모쪼록 잊지 말도록!
제국 병사 A : 축제에 편승해서 시답잖은 미신을 퍼뜨리는 자는 용서 못한다! 오래된 신앙에 따라
궐기하여 제국에 반역을 꽤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처형한다! 잘 알아둬라!
제국 병사 A : 불복하는 자는 지금 당장 나와라! 이 자리에서 베어버려 주마!
시민들 : ……
제국 병사 A : 좋아, 이견은 없는 모양이군. 정리를 시작해라.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빨리 끝나는 듯하군. 더 이상은 심한 꼴을 당할 일도 없어…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네…
하밀 : 응?
제국 병사 D : 네 년! 모처럼 만든 기둥 장식을 떨구다니!!
마을 사람 : 죄송합니다. 갑자기 어지러운 바람에… 부디 용서를…
디온 : 어, 엄마! 괜찮아!?
제국 병사 D : 아아, 금이 가버렸잖아! 손상이 되서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됐잖아!
디온의 모친 : 죄, 죄송합니다…
제국 병사 D : 뜯어내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고! 네 년, 이 채찍으로 보상을 하게 해주지!
제국 병사 D : 두 번 다시는 하지 못하게 뼛속까지 사무치게 해주지!
디온의 모친 : 그, 그런… 부디 용서를…
디온 : 미, 미안해.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일 했잖아. 그래서 어지럼이 생겼던 거야.
제발 부탁이야. 부디 용서를 해줘. 응, 에헤헤.
디온의 모친 : 디온… 됐으니까 어서 여기서 떨어지렴. 이건 엄마의 실수니까…
디온 : 그, 그럴 수는 없어! 저기, 제발 부탁이야. 채찍질만은 용서해줘! 그런 걸 맞으면 죽는다구!
꼬, 꼭 때리겠다면 나를…
제국 병사 D : 에잇, 시끄러워! 시끄러워! 네 놈들, 제국에 반항하겠다는 거냐!
그렇다면 두 사람 다 채찍질을 해주지!!
디온 : 잠,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기다려줘. 부탁이야. 내 얘기를 들어줘.
디온의 모친 : 부탁입니다. 부디 이 아이만은…
제국 병사 D : 자, 거기 서라! 크크크, 네 놈들이 죽던지 살던지 내 알바가 아니야!
제국 병사 D : 채찍질은 제국이 정한 벌칙이다! 그것 마음껏 맛보게 해주지…
하밀 : ……
마음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 내버려 둬. 참견을 해도 엄한 꼴을 당할 뿐이야.
… 그냥 보고 넘겨.
오늘은 구해준다 쳐도 내일도 구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어쩌다보니 네 눈에 들어온 것뿐이야.
네가 보지 않는 곳에 이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나고 있다고…
결국, 너는 계속 모른채 보고 넘겨온 거야…
전원을 구하다니 애당초 무리야.
그들을 구한다고 해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결국 너는… 무력한 꼬맹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국 병사 E : 어이! 무너졌다! 모처럼 쌓아 올린 돌 더미들이!!
제국 병사 F : 으아아, 잠깐 이리와봐! 콜록. 구해줘, 한 명이 파묻혔어!!
제국 병사 D : 아아? 소란스럽군, 무슨 일이야?
제국 병사 E : 채찍질이나 하고 있을 때야! 어서 오라구! 한 명이 파묻혀버렸어.
어서 여기로 와서 도우라고!
제국 병사 D : 할 수 없구만… 금방 갈게! 기다려! 켓, 운도 좋은 녀석들이군. 목숨을 부지했군 그래!
디온 : 뭣… 살은… 건가?
제국 병사 E : 이제야 온 거냐. 늦다구. 그쪽에 나온 다리를 붙잡아.
제국 병사 D : 나 참, 재미 보는 걸 방해하다니. 못해먹겠군. 여기를 잡으면 되는 거지?
제국 병사 F : 좋아, 흙더미에서 잡아 빼낸다, 영차-!
제국 병사 D : 이영차--!!
파묻혔던 제국 병사 : 쿨럭쿨럭. 하마터면 생매장 당할 뻔했군…
제국 병사 E : 목숨을 건졌군 그래…
제국 병사 D : 그래서, 누구지? 누가 돌 더미들을 쓰러뜨린 거냐?
마을 사람들 : …
제국 병사 E : 입 다물고 있어선 알 수가 없잖아. 대체 누구의 책임이냐고 묻고 있잖아!
관계가 있는 자는 앞으로 나와라!
하밀 : 아하하, 역시 내 탓일려나.
하밀 : 이야, 돌 더미가 말이지. 반할 만큼 예쁜 형태로 만들어 졌길래… 좀 더 높이 만들고 싶어서…
좀 더 잔뜩 쌓아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하하.
제국 병사 C : 어라… 전하이셨나요. 여전히 우둔한 분이시로군요. 꼬맹이들의 모래성 쌓기라도 하실 생각이셨나 봅니다?
하밀 : 맞아! 내 말이 그 말이야. 멋진 모래성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국 병사 B : 크크크… 이거, 노동봉사의 방해활동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겠군요.
하밀 : 아하하하, 미안해요.
제국 병사 A : 스스로에게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군. 그럼 곧장 징벌을 결정하도록 하지!
제국 병사 C : 크크크… 본래라면 2일간의 노동 봉사는 휴일이 될 테지만 하밀님께선 내일도 일을 해주셔야겠습니다.
현장복귀를 부탁드립니다, 당신 혼자서 말이죠.
하밀 : 아하하, 나 혼자만이라니… 너무하네.
제국 병사 A: 크하하… 너무하다…고? 아직 그런 소릴 하기엔 이를 텐데!
지금부터 네놈은 잔뜩 채찍질을 당해야하니까 말야!
제국 병사 A : 자, 이 어리석은 놈을 잡아라! 옷을 찢어버리고 등을 드러내 버려!
제국 병사 B : 자, 단념하라고, 바보 전하님!
하밀 : 히익, 크아앗.
제국 병사 C : 어라,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채찍질을 당한 참이었군요, 참 딱하게도.
제국 병사 A : 잘 봐라, 쓰레기들아! 노동의 성과를 헛수고로 만든 무능아에게 벌을 내리겠다.
제국 병사 A : 이것은 절대로 학대행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잊지 말도록!
제국 병사 A : 하밀의 반성을 촉진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이 어리석은 자에게 그 어떤 도움 주는 행위를 금지하겠다!
제국 병사 A : 금기를 어긴 자는 마찬가지로 채찍질, 이 녀석에게도 그에 따른 채찍질을 추가하도록 한다.
제국 병사 B : 잠자코 지켜 본 뒤엔 신속하게 해산하는 게 좋을 걸! 크하하하!
제국 병사 C : 그럼 시작해볼까나. 이번엔 5번 정도는 어림도 없지만!!
제국 병사 B : 날이 질 때까지 맘껏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이였차!!
하밀 : 으읏, 아아악!!!
하밀 : 으으으, 아아악!!
하밀 : 히이이잇, 크아아악!
하밀 : 으윽… 도중부터 기절을 했던 모양이네…
하밀 : 여기엔 더 이상, 아무도 없…군. 제국 병사도 물러난 모양이네.
하밀 : 벌써, 저녁인가… 나 참, 용서가 없네…
휘청하면서도 어떻게든 일어났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아주 약간 움직이는 것만으로 온 몸의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다.
하밀 : 이야야, 분명 이래선 오늘 밤은 잠들기 힘들겠네.
아파서 눕기도 힘들 것 같고 꿈같은 건 꾸기도…
순간, 아까 낮에 본 꿈이 생각이 났다.
하밀 : 그러고 보니, 아까 꿈을 꾸었더랬지…
하밀 : 상냥한 여신님이었어. 매우 아름답고… 하지만 뭐, 그런 이상한 꿈을 보는 것도
오늘 밤은 무리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어딘가 아쉬운 듯하면서도, 안심이 되는 듯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하밀 : 아무튼… 돌아가자…
하밀 : 아아, 아름다운 저녁노을이네…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살며시 발을 지면에 끌듯이 걸었다.
하밀 : 이런 날씨라면 내일도 맑으려나… 노역도 끝났고 오랜만에 학교에…
하밀 : 아아, 그랬지. 내일도 채석장에서 작업을 해야만 하던가… 더우면 조금 괴롭겠는 걸…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한동안 걷고 있는 도중,
순간, 길바닥에 작은 꾸러미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하밀 : 어라? 뭔가, 떨어져 있어. 뭐지…응?
희미한 사람의 기척. 시선이 닿는 끝자락에서 인사를 하고선 뛰어 사라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분명…
하밀 : 흐음~…
나는 알아차리지 못한 척을 하며 떨어진 것을 주웠다.
하밀 : 후후후… 대추야자열매랑 벌꿀… 인가. 횡재 했네~♪
말린 대추야자의 열매가 잔뜩 들은 꾸러미와 벌 굴이 들은 작은 병.
단 음식은 지금에 와선 귀중품일 텐데… 축제에 쓸 음식으로 소중히 가지고 있던 물건일려나.
가슴이 아팠지만 얼굴에 드러내 보일 수는 없어. 나는 무작정 몇 개의 대추야자를 입에 넣고 나머지는 품안에 넣었다.
하밀 : 자, 그럼…
다시 느긋이 걷기 시작했다.
대추야자의 열매는 달았지만 금방 피 맛과 섞여서 쇠 비린내와 함께 신맛으로 변해갔다.
하밀 : 아야야, 입 안까지 찢어졌잖아… 정말, 너무 하네…
방금 전 징벌 시간에 입 안도 찢어진 모양이다.
무언가를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을 지금에 와서 알아차렸지만
입 안에 있는 것을 뱉는 것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준 사람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귀가를 위해 계속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 : 누가 좀~~~!!
??? : 나 좀 꺼내줘~~~!!
저편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그 일대는 고대의 원형 신전(神殿)이 위치해있었고,
그 근처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다.
??? : 여기서~
??? : 나 좀 꺼내줘~~!!!
하밀 : 뭐, 뭐지? 누가… 있는 거야?
안절부절 못한 채로 물어본다.
??? : 이 뿌리가 다리에… 으윽!! 하아, 하아, 안 빠져.
어느 새 이런 커다란 나무가 생긴 거지?
하밀 : …들리지 않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목소리의 주인은 유적의 반대편 나무의 뿌리 부근에 있는 모양이다.
넘어져서 다친 것일지도 몰라.
하밀 : 기다려, 곧장 갈 테니까…
나는 나무의 몸을 따라서 빙 돌았고, 거기에는.
하밀 : 너는…?
??? : 찾았다…
우리들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 났다.
정체되어있던 시간이 공기가 조금씩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가 커다랗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예감.
??? : 마침내 만났네…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너는 웃었다.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풍경.
마음이 타들어 갈 듯한, 울어버릴 것만 같은, 뜨겁고 목이 막히는 기분.
그래,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분명…
나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누군가이다.
그래, 꿈속에서 본 그 여신님과 같이 소중한…
하밀 : 하핫, 그럴 리가 없나…
정신을 차렸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건 꿈이다. 네 바람이 보여준, 구색이 좋은 꿈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을 갑자기 만난 소녀에게 투영해서 어쩔 건데?
살아남고 싶으면 그 누구도 믿으면 안돼.
이것이 제국의 함정이 아니라고 누가 보증을 해줄 수 있지?
??? : 오랜만이구나, 내 하인이여.
조금은 재미있는 녀석이 되었느냐?
하밀 : 너는 대체 누구지?
??? : 쌓인 얘기는 나중이다! 나 참, 어째서 너는 신역(神域)을 관리도 안하고 내버려 두는 거지?
??? : 덕분에 하마터면 나무 안으로 나올 뻔 했잖아! 조금 도와줘. 지면에 박혀있는 나무뿌리를 좀 벌려줘봐.
하밀 : 나무뿌리?
??? : 그래, 나무뿌리다! 나 참, 이 무슨 불경한 나무인지! 여기 봐봐.
다리가 완전히 잡혀서 나오질 못하고 있잖아!
그녀가 항의하고 있는 쪽을 보았다.
과연. 마치 짐승을 잡기 위한 함정처럼 2개의 나무뿌리가
그녀의 다리를 감아쥐듯 덮고 있다.
하지만 함정이라기보다는 좁은 틈새에 멋대로 그녀의 다리가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데…
하밀 : 어째서 이런 좁은 곳에 다리를 집어넣은 거야?
??? : 일부러 집어넣은 게 아니야! 딱 실체화하려던 곳에 나무뿌리가…
아무튼, 날 도와줘!
하밀 : 으, 응… 알았어.
주저앉은 자세로 있는 힘껏 나무뿌리를 잡아 당겼다.
하밀 : 이, 영차…
굽어져 있던 뿌리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휘어지기 시작했다.
하밀 : 어때…? 있는 힘…껏… 벌려 본… 건데…응?
하고 말하자, 순간 기척이 사라졌다.
하밀 : 어라? 없네?
얼굴을 들어 살펴 본 때에 그녀는 이미 뛰쳐나가 버린 뒤였다.
??? : 아하하. 마침내 도착 했어! 굉장해, 지상이다!!
??? : 이게 풀밭인가! 뜨끔뜨끔하군!
??? : 좋은 향기가 나는군! 이게 품의 향기인가!! 코가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했어!
??? : 게다가 아하하하하, 굉장한 힘의 바람이다. 볼이 간지러울 정도야!!
소녀는 뛰어다니면서 몇 번이나 빙글빙글 춤추면서 즐거운 듯이 웃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저녁노을의 빛이 그녀를 붉은 빛으로 상냥하게 물들이고 바다에서 온 바람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물결치게 만들었다.
해방된 힘, 자유로운 의지, 생명의 기쁨…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워 보였다.
??? : 아하하하, 아하하하, 좋은 걸, 이런 곳에서 살다니, 아하하하.
그녀는 그대로 언덕의 끝까지 달려나가려고 했다.
하밀 : 아아! 그 쪽은 낭떠러지니까, 위험…
내 말이 닿기도 전에 그녀는 딱하고 멈춰섰다.
그대로 낭떠러지의 저편을 보고선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하밀 : 왜 그래?
??? : 심하게도 당했구나…
하밀 : 저기… 무슨 소리야?
나는 그녀의 근처까지 가서 그녀가 보고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사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저편에는 내가 방금까지 일하고 있었던 채석장이 있으니까…
??? : 모두들, 사라져버리고 말았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매우 슬픈 듯한 옆얼굴.
하지만 곧장 그녀는 얼굴을 들어 올리고
쭈욱하고 등줄기를 펼쳤다.
??? : 아니, 다시 시작하면 돼! 단지, 그 뿐인 일이야! 좋아, 힘내자!!
??? : 그렇게 됐으니, 너!!
그녀는 갑자기 돌아서서는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밀 : 뭐, 뭐야?
??? : 잘 보니… 너도 신전과 마찬가지네. 상처투성이잖아. 정말, 꽤나 당한 모양이네!
몰매 맞아 찍소리도 못나올 정도라고 해야 하나, 아하하.
하밀 : 에…
??? : 하지만, 내가 왔으니까 괜찮아!
??? :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 안심해도 돼!!
??? : 그런 상처의 아픔따위 금방 없애주지. 즐거운 일이 잔뜩 생기게 해줄게.
??? : 나는 너에게 승리를, 행복을, 기쁨을 주기 위해서 왔으니까!
하밀 : 너는… 대체… 누구야?
??? : 후훗, 나 참, 어리석은 인간에게나 어울릴 듯한 질문이군!
??? : 나는 너희들이 숭배하던 선현(先賢)중의 한 사람.
아득한 옛날, 너희들을 이끌었던 일족의 후예!
??? : 자, 카난민이여, 나를 숭배하고 찬양하도록 해라!
??? : 나는 신전이면서 성벽. 너희들의 집. 황금의 과실을 부여하는 자…
하밀 : 설마, 당신은!?
??? : 그래, 나야말로 발(バァル)!!
??? : 너희들의… 몰락한 신이다.
??? : 뭐야, 이건. 좁고 더러운 집이네.
하밀 : 그러니까 왜 따라 오는 거야?
???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발카의 아들이면서 신을 대접하지도 않을 생각이냐?
하밀 : 아니, 네가 신이라니, 믿을 수 없으니까…
??? : 어째서지? 나는 발이라고 말했잖아! 너희들이 신앙하는 신들의 이름이잖아?
하밀 : 뭐, 그렇긴 한데… 그게…
??? : 뭐야, 확실하게 말해!
하밀 : 너는 평범한 여자아이로 밖엔 보이지 않으니까.
??? : 평범인가… 하아, 그런 소릴 들어도 별 수 없나.
??? : 나는 신전이면서 성역. 너희들의 집. 황금의 과실을 부여하는 자…
하밀 : 설마, 당신은!?
??? : 그래, 나야말로 발(バァル)!!
??? : 너희들의… 몰락한 신이다.
하밀 : 네가… 우리들의 신?
??? : 다시 말해 네 여신이다. 네가 불렀으니까 말야.
하밀 : 내가?
??? : 고맙게 생각하도록 해, 나는 발의 신들 중에서도 최고야!
[발의 자랑]이라고 불리던 전신(戦神) 타르트님이니까!
하밀 : 타르트… 그게 네 이름이야?
타르트 : 이, 인간 따위가 아무렇게 부르지 마! 하지만 뭐,
너는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하인이니 간절히 부탁한다면 불러도 좋다.
하밀 : 타르트…님?
타르트 : 으으… 뭐야, 그 딱딱한 호칭은. 친밀함이 전혀 전해지지 않아…
하밀 :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되는 건데!
타르트 : 그만 됐어. 타르트로 해, 그런데 너는 지금은 뭐라고 불리고 있지?
하밀 : 이름…을 말하는 거야? 하밀칼이야. 모두 하밀이라고 부르지만.
타르트 : 큭큭큭, 하밀칼이라고… 그거 대단한 이름이구나… 크큭.
하밀 : 그렇게 웃긴가?
타르트 : 아니, 딱 맞다고 생각해서.
하밀 : 에?
타르트 : 하밀칼… 매우 오래된 이름이야.
타르트 : 알고 있어? 애당초 그 말은 하브드=멜칼트에서 유래된 이름,
[전신 멜칼트의 하인]이라는 의미야.
하밀 : …우리 가문에는 신기할 것도 없는 이름이야…
타르트 : 그래, 발카가에는 자주 있는 이름이었지.
강한 힘을 가진 아이에게 즐겨 붙여 주었다고 들었어…
하밀 : !!
타르트 : …그런가. 너는 또 다시 발카가의 후예로 태어난 거냐.
그리고 모든 것을 되찾으려고 하는 건가…
타르트 : …좋아, 알았다, 내가 힘이 되어주지.
우선 어떻게 해주길 원하지?
하밀 : 어떻게 해주길 원하냐고 물어도…
타르트 : 후후, 상처 투성이였었지! 당장 치료해주지. 여신의 회복술을 느껴 보도록 해라.
하밀 : 너,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는 거야?
트르트 : 너, 발카가의 자식이면서 여신의 힘을 의심하는 거냐?
발을 믿고 떠받들고 숭배하는 것이 너희들의 일이잖아!
하밀 : 갑자기 그런 소릴 해도…
타르트 : 뭐, 됐어. 고대의 마법을 영창하고 고귀한 빛에 감싸이는 나를 보고 놀라는 게 좋을 거다.
타르트 : 대지 여신의 힘이여. 어머니 되는 여신의 힘이여, 여기에 모여서 사랑스런 아이들을 치료하소서!
하밀 : 저기… 마법은 발동되지 않는 듯한데…
타르트 : 어때!? 몰라 볼 정도로… 어라라? 전혀 낫지 않았잖아!
하밀 : 설마… 지금 걸로, 끝이야?
타르트 : 그럴 리가, 치료해! 치료해! 치료해!
하밀 : 아무 일도 생기지 않네…
타르트 : 치료해! 치료해! 빨리 치료하라니깐!
하아, 하아, 하아…
하밀 : 고마워, 조금 좋아진 기분이 들어.
타르트 : 빈말은 됐어… 것보다, 이 놈. 어딜 가는 거냐!?
하밀 :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게, 안녕. 어느 집 아이인지는 몰라도
이 근처는 위험하니까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아.
타르트 : 기다려, 불러 놓고는 멋대로 돌아가지마! 기다리라고 하잖아!
타르트 : 으으, 마법을 쓰지 못하면 여신조차도 단순한 계집인가…
하밀 : 나도 마찬가지야. 마법 같은 거 전혀 쓰질 못하니까.
타르트 : 발카의 핏줄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아하하, 무슨 농담이지?
타르트 : 발카가는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하인이잖아? 고대의 마술에 능하며,
마력을 가장 강하게 계승하고 있을 텐데?
하밀 : 아하하, 그게 전혀 안돼. 마법 같은 것도 질색이라서 말야. 머리도 나쁘고 집중력도 바닥이고.
하밀 : 재능도 의욕도 없다고 선생님에게 항상 한소리 들었어.
타르트 : 정말… 인거냐?
하밀 : 마법만이 아니라 검도 질색이야.
담력도 없는데다 완력도 없어서 말야. 피를 보기만 해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아.
하밀 : 제국에게서도 구제불능의 바보 전하라고 보증해 줄 정도야.
타르트 : 뭐라고! 검도 쓸 줄 모르는 거야?
하밀 : 질린 거야? 나는 발카 가문의 실패작이야. 일족의 수치라고 해야하나?
하밀 : 내 아버지는 히스패니아의 총독이었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 제국에 반역을 꾀한 죄로 죽임을 당했어.
나는 그 이후로 계속 제국군에게 감시를 당하며 살고 있어.
하밀 : 아, 그다지 제국군에 대항하자던가 아버지의 복수를 갚자, 같은 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아.
하밀 : 살아있는 것만으로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하하하…
타르트 : 발카가는 긍지 높은 무문(武門)의 가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네 안에 분노는 없는 거냐?
하밀 : 긍지? 분노? 하하, 그런 것은 피곤할 뿐이야. 나는 겁 많은 얼간이야.
타르트 : 하지만, 주변이 가만히 두질 않을 텐데.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도 않고
제국에 따르는 너를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지?
하밀 : 제국에겐 비웃음 당하고 마을 모두에겐 실망을 주었을려나.
수모를 당하고 웃음거리가 되면서도 매일 살고 있어.
타르트 :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즐거워?
하밀 : 글쎄. 지금에 와선 아무래도 좋아졌어.
너도 비웃어도 돼. 그런 것 익숙하니까.
타르트 : 그런가. 대강의 사정은 이해했어. 마법도 검도 못 쓰는 건가.
살아있어도 그다지 즐겁지는 않을 듯하군. 과연, 그렇군.
하밀 : 나를 비웃지 않는 거야? 왠지 기뻐 보이는데.
타르트 : 충만한 녀석은 내버려둬도 행복하니 재미가 없어.
하지만 부족한 녀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매우 보람이 있어, 여신으로서 말야!
하밀 : 보람인가…
타르트 : 뭐, 너도 못나게 태어났다고 해서 그다지 맘 상해할 필요 없어.
타르트 : 위대한 여신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잘나고 못 나고는 오차 같은 것이야.
어느 쪽이건 비슷한 벌레로 보이니까! 아하하!
하밀 : 후훗, 아하하, 그렇구나, 그거 대단하네.
타르트 : 이 놈, 나를 웃음거리로 해도 좋다고 한 적 없다구!
하밀 : 큭큭, 이거 실례했습니다, 여신님.
타르트 : 아직도 웃고 있잖아. 하지만 방금 전보다는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구나, 용서해주지.
하밀 : 그거 감사하네요.
타르트 : 그런데 한 가지 더, 물어봐도 괜찮을까?
하밀 : 괜찮아.
타르트 : 너… 전쟁은 좋아하냐?
하밀 : 마법도 검도 질색이니까. 좋아할 수가 없지. …매우 싫어.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싫어.
타르트 : 발카가의 남자로서는 실격이군.
하밀 : 그러네. 전쟁이 싫다, 무섭다고 말하면 겁쟁이라고 비웃음을 당해.
발카가의 남자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며 모두 실망을 해.
타르트 : 후훗, 매번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건가. 하지만 나는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
너는 너답게 자랐다. 단지 그뿐인 거야.
하밀 : 너는… 왠지 이상한 소릴 하네.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타르트 : 그러니까 아까부터 여신님이라고 했잖아!!
하밀 : 응, 응. 여신님, 여신님이랬지. 그런데 배고프지 않아?
오늘은 벌써 어두워졌으니 자고 가도록 해.
타르트 : 호오, 너 마침내 하인다운 소릴 하는 구나.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별 수 없지. 신세를 지지.
모쪼록 성의껏 대접을 하도록 해라.
하밀 : 여신님을 모시기에는 너무나 누추한 곳이긴 해도…
타르트 : 뭘, 나는 너만 있으면 어디라도…앗, 아니, 지금 것은 말하자면 비유다.
내가 기뻐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마라!
타르트 : 애당초 나는 너의 여신님이니까,
네가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걸 잊지 말도록.
하밀 : 네, 네.
타르트 : 그런데 배가 고파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지?
하밀 : 에?
타르트 : 아까부터 배 쪽에서 외로우면서도 안타까운 듯한 묘한 기분인데 이게 그건가?
하밀 : 이상한 걸 묻네. 아마도 그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타르트 : 그런가, 그럼 식사를 할 수 있겠군.
하밀 : (배가 고프다는 것도 모르다니 굉장히 풍요한 가정에서 자란 걸까…)
타르트 : 뭘 중얼중얼 거리고 있지?
하밀 : 아니, 혼잣말이야. 그럼 이걸 받아. 아까 귀가 중에 받은 것인데.
타르트 : 오오, 본 적이 있어. 대추야자의 열매다! 자주 제단에 공물로 올라왔어.
다른 이름으론 생명의 과실이라고 불리는 열매였지.
하밀 : 제단? 아아, 발 신전의 제단에는 자주 올려지긴 하지…
타르트 : 즈럼, 잘 먹겠습니다, 우적.
하밀 : 어때?
타르트 : 으응…?
하밀 : 왜 그래?
타르트 : 아무런… 맛도 나질 않아. 지상의 음식은 이렇게나 맛이 없는 건가?
하밀 : 에? 그럴 리가… 타르트, 설마 씹지를 않은 거야?
타르트 : 씹는다고?
하밀 : 나 참, 어디의 공주님인 거야. 그 대추야자는 말려서 굳힌 것이라
치아로 몇 번이든 씹어서 으깬 다음에 잘게 잘라 먹는 거야.
타르트 : 호오, 치아로 씹는 것인가, 우물우물…!
하밀 : 어때?
타르트 : …우아아! 굉장해!, 달아! 씹으면 씹을수록 달아져!
하밀 : 그치?
타르트 : 꿀꺽, 하아, 이 무슨… 지상의 맛은 농후하구나…
하밀 : 너, 단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타르트 : 음, 싫어하지는 않아.
하밀 : 그럼, 이걸 받아.
타르트 : 뭐야, 이건? 황금색 빛깔을 띄고 있군.
포이존(フォイゾン)과 비슷한데…
하밀 : 포이존? 아아, 신들의 음료라고 불리는 회복약?
하밀 : 후후, 그런 대단한 게 아니야. 이건 벌꿀이야. 꿀벌이 모은 꽃의 가루.
타르트 : 오오, 벌꿀인가! 알고 있어. 자주 공물로 올라왔어.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지…
하밀 : 벌꿀도 먹어본 적이 없어? 너는 대체 어디서 온 거야?
타르트 : 신들의 거처에서 온 게 당연하잖아! 그런 것보다 어떻게 먹는 거지?
하밀 : 그러네. 대추야자를 적셔서 먹으면 될 거야.
타르트 : 호오, 이걸 적셔서… 끈적하게 붙네.
하밀 : 꺼냈으면 바로 입으로 넣도록 해.
타르트 : 이렇게? 얌얌…응?
타르트 : 후아아아, 무슨, 이 무슨… 아아, 멈추지 않아, 손이, 손이 멋대로…
하밀 : 먹고 싶으면 모두 먹어도 돼. 나는 밖에서 쉴 테니까.
하밀 : 후우, 별난 아이네… 자신을 여신님이라고 하다니…
하밀 :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데 말야.
하밀 : 하지만, 만약, 정말이라고 한다면…
하밀 : 아니, 믿어서는 안돼. 이게 제국의 함정이 아니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어.
타르트 : 어이, 하밀~! 어디냐~?
하밀 : 여기 있어!
타르트 : 오오, 거기냐! 금방 간다, 기다려라!
하밀 : 아아, 그렇게 뛰지 않아도…
타르트 : 하아, 하아. 합격이다, 하밀.
하밀 : 에?
타르트 : 나의 하인으로, 발의 제사장으로서, 두말할 나위 없는 봉사였다.
대접과 충분한 식사에 칭찬을 하마. 그리고 발의 신들을 대표하여 감사하지.
하밀 : 그거, 고맙네… 하지만 그렇게 서두를 정도의 일도 아닌데.
타르트 : 너는 나를 행복하게 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위대한 일이다.
감사의 기분은 바로 전해야만 하는 법이야.
하밀 : 너는 의외로 의리가 있구나…
타르트 : 의외라니 무슨 소리야! 하인을 칭찬하고 키우는 것이 신의 법도라고 배웠어.
하밀 : 아아, 그렇구나.
타르트 : 후훗, 배가 부르다는 것인가? 매우 기분이 좋은 걸. 후아아… 왠지 졸리기 시작했어.
타르트 : 지상의 인간은 어느 정도를 자는 거지, 하밀?
하밀 : 지금 밤하늘에 있는 별이 떨어질 때까지 일려나.
타르트 : 아주 짧은 순간이로군.
타르트 : 그럼 나도 너와 같은 정도로 잠들도록 하지. 후후, 그렇게 하면 눈을 뜨고 바로 만날 수 있겠지.
쓸쓸한 기분도 되지 않을 테고.
하밀 : 저기, 나와 함께 일어나자는 거야? 그럼 신경 안 써도 돼.
네가 잠에서 깼을 때 내가 자고 있으면 깨워도 돼.
타르트 : 그래? 그럼 용서는 안 해주겠어. 두들겨서 깨워주지.
하밀 : 잘 거면 집 안에 침대가 있어, 그걸 쓰도록 해.
타르트 : 너는 어떻게 할 건데?
하밀 : 솔직히 지금 계절에는 그다지 쓰질 않아.
하밀 : 밖에서 잘 수 있을 때에는 가능한 밖에서 자고 있거든.
타르트 : 호오, 그거 희한하네. 어째서지?
하밀 : 이런 소릴 하면 연약한 놈이라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뭐, 그게…
밤하늘별을 볼 수가 있고…
타르트 : 바람에 초목이 흔들리는 소리나 벌레가 우는 소릴 들으면서 자면, 마음이 안정이 되니까 인가…?
하밀 : 어떻게 그걸?
타르트 : 후후, 신은 모두 알고 있으니까야.
타르트 : 너에 대한 것도 전부 알고서… 아아, 맞아. 완전 잊고 있었다,
너에게 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지!
하밀 : 뭔데?
타르트 : 너, 돌아오고선 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
자, 확실하게 반으로 잘랐으니 대추야자와 벌꿀을 먹도록 해라!
타르트 : 여기에 온 것은 너의 대접에 감사하고 저녁을 나누고 충실한 하인에게
[쉬어도 좋다]라고 치하의 말을 건네주려는 생각에서야.
하밀 : 아아, 그거 참 정중하게도…
타르트 : 나는 결단코 냉혹한 주인이 아니야.
자애가 넘치는 여신님이니까!
하밀 : 고마워, 타르트. 하지만 미안해…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입안이 좀 찢어져서 말야…
하밀 : 너와 만나기 전에 노력해서 하나 먹어보았지만 그게 한계였어.
하밀 : 그리고 몸 쪽도 상처투성이라서 누워서 자는 것도 힘들어서 말야.
하밀 : 여기서 쉬는 것이 고작… 인 정도야.
너는 내 신경 쓰지 말고 자도록 해.
타르트 : 그런가… 결국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건가.
타르트 : 내가 치유마법을 쓰지 못하니까 너는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못 먹고, 만족하게 잠들 수도 없는 건가…
난 정말 한심하구나, 한심하기 그지없구나.
하밀 : 네 탓이 아니야, 자, 집으로 돌아가.
타르트 :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 맞아! 하밀!
하밀 : 응?
타르트 : 지금 당장 누워라!
하밀 : 아하하, 무리라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지면은 너무 아프다구.
타르트 : 누가 지면이라고 했냐!
타르트 : 내가 무릎 배게를 해주겠다고 하는 거야. 다소는 나아질 테지?
하밀 : 하지만 너는 어떻게 할 건데?
타르트 : 여신님을 우습게보지 마! 무릎 배게하면서도 12분 만에 잠들어 보일 테니까!
하밀 : 후훗, 고마워. 기분만으로도 기뻐.
타르트 : 이 놈! 그런 말뿐인 사교멘트로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타르트 : 이건 결정사항이야! 하인인 네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따윈 없어!
반항하겠다고 한다면 네 녀석의 몸 구석구석을 두들겨 패주겠어!
하밀 : 그게 어디가 치유의 여신님이야!
타르트 : 나는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고 방금 말했잖아!
하밀 : 하아… 뭐, 아무래도 좋지만.
속이 풀리고 나면 바로 그만둬도 돼.
타르트 : 자, 누워. 내 무릎위에서 몸을 맡기도록 해라.
하밀 : 응, 그럼, 영차… 아야야…
타르트 : 몸은 좀 어때?
하밀 : 등이 아파…
타르트 : 남자가 약한 소리 하지 마.
하밀 : 몸 상태를 물은 건 너잖아.
타르트 : 남자가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마.
하밀 : 으으, 이 무슨 부조리한…
그럼 입 다물고 있을게.
타르트 : 음, 안정하고 있도록 해라.
하밀 : …
타르트 : 아름다운 밤이로군…
타르트 : 칠흑의 하늘엔 눈부신 백은의 별. 상냥하게 볼을 쓰다듬는 바람.
향긋한 풀 냄새와 벌레의 울음소리.
타르트 : 모든 것이 신선하고 인상 깊어.
이렇게나 세상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구나.
하밀 : …
타르트 : 어째서일까, 실제로 체감한 것은 처음인 것들인데도 가슴이 죄여올 정도로 그리운 느낌이야.
타르트 : 인간은, 그리고 나의 조상님들은, 이런 곳에서 쭉 살아왔던 건가…
하밀 : …너는 이상한 소리만… 하는 구나.
타르트 : 후훗, 어차피 기적 하나도 일으키지 못한다면 여신이라고 말해도 무의미겠지.
그러면 나도 멍청이라고 해도 좋다. 너와 똑같이 바보라고 불려도 돼.
하밀 : …후후, 너도 바보라는 건가… 그거, 조금 기쁘네.
하밀 : 아아, 정말로 아름다운 밤이야. 이렇게 밤하늘을 보면서 풀이나 나무의 웅성거림을 들으면서
쭉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해.
하밀 : 어째서 모두들, 평온하게 살아가질 못하는 걸까.
하밀 : 전쟁 같은 걸 하면 잔뜩 죽어버리는데… 어째서 그래도 상관없다고들, 생각할 수가 있는 걸까…
하밀 : 몇 번이나 생각해봐도 나에겐 이해가 안 돼.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을 걸까나.
하밀 :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답이 보이지 않은 것은 내가 바보라서 그럴 테니까…
타르트 : 너는… 변함이 없구나. 언제나 혼자서 고민을 감싸 안고 상처 받고 있어.
하밀 : 겁쟁이가 우는 소릴 하는 것뿐이야.
타르트 : 네가 감싸 안고 있는 문제는 내게는 과분한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안심하도록 해.
이번엔 그 고민을 함께 짊어져 줄게.
하밀 : 고민거리를… 짊어진다고?
타르트 : 행동을 함께 해주겠다고 하는 거야. 네가 고민에 짓눌려버리지 않도록 말야…
타르트 : 자 그럼, 우선은 그 상처투성이의 몸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해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하밀 : 고마워, 이제 충분히 쉬었어. 너도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해.
타르트 : 흥, 거짓말 하지 마. 실제론 아파서 참을 수 없는 주제에, 어디, 콕콕.
하밀 : 아야야…
타르트 : 타니트라면 함께 춤춰 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야, 잘 듣도록 해.
하밀 : …듣다니 뭘?
타르트 : 적어도 너를 위해서 노래하지. 자애(慈愛)의 노래다… 조금은 마음이 안정될 거야.
하밀 : 상냥하고… 그리운 느낌의 노래네… 먼 옛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듯한…
타르트 : 그러냐…
하밀 : 신기하네… 왠지 몸의 아픔이 줄어든 모양이야… 조금은…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타르트 : 잠들 때까지 불러주지. 이게 내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노래다. 자장가라는 듯하더군…
하밀 : 그렇구나… 고마워… 타르트.
타르트 : 지금은 느긋이 쉬도록 해라.
레지스탕스 리더 : 모두, 모이셨습니까?
고참병사 리더 : 그래, 토기들은 모두 모였다.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지만.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럼 노래하라, 들 토끼들이여! 자신의 증명을 하라!
고참병사들 : 우리들은 히스패니아의 검! 발카 당(バルカ党)!
고참병사들 : 제국의 폭거를 증오하며!
고참병사들 : 조국의 독립을 희망하는 자!
고참병사들 : 발카가에 충성을 맹세하며!
고참병사들 : 제국에 거스르는 자일지니!
고참병사들 : 지금은 지하에 숨어든 들토끼에 불과하지만!
고참병사들 : 반역의 굳은 의지(心), 결단코 쇠함이 없으며!
고참병사들 : 저주스런 제국에 죽음을!
고참병사들 : 아름다운 조국에 평화를!
레지스탕스 리더 : 그 뜨거운 마음, 확실히 들었습니다. 당신들은 분명 우리의 동지! 발카당의 중진이라고 확신합니다.
고참병사 리더 : 음, 그들이야말로 발카가 2대에 충성을 다하는 고참병사들, 신용할만한 정예들이다.
레지스탕스 리더 : 훌륭합니다. 말 그대로 발카당의 중추가 여기에 모였다는 거로군요. 그럼 정기보고회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레지스탕스 리더 : 덧붙여 오늘은 발카의 고참병사들만이 아니라, 젊은 신참자도 와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발카 고참병사 A : 이의 없음!
발카 고참병사 B : 문제될 거 없군.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럼 곧장 이 신참자를 일하게 하도록 하죠. 소개를 겸해서 제국의 동향을 보고하게 하겠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상관없다, 말해라.
발카 고참병사 B : 우선은 뭐하는 자인지 우리에게 말해라!
신참 레지스탕스 : 에, 아, 나? 헤헷, 가데메아의 학생이야. 디온이라고 해.
신참 레지스탕스 : 어제 노동봉사 중인 엄마가 죽을 뻔해서 말야! 정말 열받았다! 랄까,
용서 못해-라고 해야 하나? 제국을 해치우자! 라고 생각해서 말야.
고참병사 A : 헷, 애송이가…
고참병사 B : 기세등등한 듯 말하지만 오늘까지 넌 뭐를 했지?
고참병사 리더 : 자신의 몸에 불똥이 튀기 전까지는 계속 방관을 해왔을 테지, 겁쟁이 녀석…
신참 레지스탕스 : 뭐, 뭐라고! 너희들, 우습게보지 마! 내가 제국을 상대로 겁먹을 리가 없잖아!
레지스탕스 리더 : 크흠, 신참자는 자신의 주제파악을 하도록.
레지스탕스 리더 : 그리고 부디 고참 분들도 더 이상은 자제해 주십시오. 우리들은 아군을 모아 키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참병사 리더 : 흠, 뭐, 이 녀석도 숫자 하나는 되려나. 모쪼록 정진하도록.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럼, 제국의 동향에 관해서 부탁드립니다.
신참 레지스탕스 : 내, 내가 보고를 하는 거? 아, 알았어.
신참 레지스탕스 : 히스패니아 전역의 동지들로부터 [최근에 제국군의 동향이 이상하다] 라는 보고가 와있어…
신참 레지스탕스 : 그런 까닭에 내 나름으로 보고를 정리해 보았어.
신참 레지스탕스 : 우선은 그러니까, 이번 달에 들어서 일반 시민에 대한 제국군의 폭행,
약탈행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고참병사 A : 병사에게 급료가 전달되지 않아서 겠지. 부족한 급료는 히스패니아 시민에게서 빼앗으라는 건가.
신참 레지스탕스 : 그 말대로야. 애당초 급료의 미지급은 희한한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그게 계속 되고 있어.
신참 레지스탕스 : 그런 까닭에 제국은 병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시민들에게서의 약탈 행위를 묵인하기로 한 거 같아.
고참병사 리더 : 제국군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군. 시민을 지키지 않고선 뭐가 군인이냐. 그래선 강도단과 다를 바 없어.
신참 레지스탕스 : 한층 더 안 좋은 건, 징세인에 따른 시민들에 대한 무리한 세금징수도 횡행하고 있어.
압류의 숫자도 증대…
신참 레지스탕스 : 전 재산을 몰수당해 노예로서 팔려나간 시민은 요 7년간 가장 숫자가 많아.
레지스탕스 리더 : 이걸 신참자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참 레지스탕스 : 왠지 잘 모르겠지만, [나중 일은 아무래도 좋아, 빼앗을 수 있을 만큼 빼앗고 튀자!]라는 느낌이 드네.
레지스탕스 리더 : 좋은 안목이군요.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럼 제 쪽에서도 몇 가지. 히스패니아 각지에 점재하는 우리들의 가데메아 학교입니다만…
레지스탕스 리더 : 모두 폐교가 되는 듯합니다. 이곳을 포함해서 말이죠.
내일이라도 제국군에게서 폐쇄통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참 레지스탕스 : 에엑, 학교가 없어지는 거야?
고참병사 B : 설마! 각지의 반란군 거점이라는 것이 발각된 것인가!?
레지스탕스 리더 : 글쎄요, 그건 어떨지. 전부터 주시 받고 있긴 했지만 꼬리를 잡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고참병사 리더 : 그럼, 어째서 폐쇄를 하지?
레지스탕스 리더 : 저희들에 대한 도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뭣보다 이후의 히스패니아에는 학교 따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일 테지요…
고참병사 리더 : 핫슈둘발님이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다.
고참병사 리더 : 그리고 이 땅에서는 머지않아 곧 발 대축제가 시작된다…
역시 제국은 이것을 무언가의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레지스탕스 리더 : 발 대축제는 히스패니아에 사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축제입니다.
전역에서 주목의 시선이 모입니다. 그것을 제국도 잘 알고 있을 테지요.
레지스탕스 리더 : 그렇기에 제국은 이 축제를 전환점으로
대폭적인 정책의 전환을 할 생각이라고…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중대한 발표가 있을 거라고?
레지스탕스 리더 : 아마도요.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발표되어지는 것일 테지요. 지금까지의 7년간이 이상했던 겁니다.
고참병사 리더 : 후훗, 분명 이상한 상태에 놓여지긴 했지. 제국군의 주둔이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은 생각지 않았어.
신참 레지스탕스 : 어이어이, 얘기를 이해 못하겠는데, 줄여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순서대로 설명해주겠어?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러네요. 처음부터 순서대로 설명을 하지요. 고참분들도 우리들의 상황을 다시금 확인하여 주십시오.
레지스탕스 리더 : 히스패니아는 제국의 속주(屬州) 중에 하나입니다. 알다시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동부의 경계도 또한 제국의 속주와 접하여 있습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다른 나라와는 접하지 않고 육지선상의 국경선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즉, 한꺼번에 몰려오는 야만족 등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으며
제국군의 주둔은 원칙적으로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야.
레지스탕스 리더 : 네, 그렇습니다!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히스패니아는 위험지역으로 인정을 받아
많은 제국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세의 징수는 엄격하고 가혹한 노역도 강요받고 있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하지만 그것은 이유 없는 행동이 아니야. 7년 전에 히스패니아가 제국에 거역한 까닭이다.
레지스탕스 리더 : 네. 당시의 히스패니아 총독, 핫슈둘발 님은 신성제국의 타락과 부패를 단죄하고…
그 결과 제국의 신경을 거스르고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레지스탕스 리더 : 그 이후, 제국에 반역을 꾀한 지역으로서 히스패니아는 심한 대우를 받으며 본보기가 되었다는 겁니다.
7년간이나 말이죠…
신참 레지스탕스 : 그것에 불만이 잔뜩있는 것이 발카당이라는 거로군!
레지스탕스 리더 : 네, 그렇습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여기까지의 상황은 여러분도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저는 이번의 발 대축제를 기점으로
제국이 정책을 변경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확실히 7년간의 징벌은 너무 길어. 언제까지고 이대로는…이란 거지.
고참병사 A : …그럼 역시 발 대축제에서 온화정책이 발표된다는 건가!?
고참병사 B : 히스패니아로부터 병사를 물리고 세의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제국은 히스패니아를 용서한 것을
공표하고 화해를 원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레지스탕스 리더 : 그러네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될 터입니다… 그러기를 바랍니다만…
고참병사 리더 : 뭣보다 정세가 불안정한 상태다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어.
레지스탕스 리더 : 선대의 황제폐하가 죽은 지 아직 날이 많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국내의 혼란은 엄한 탄압으로 인해서
이윽고 가라앉았습니다만 근경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고참병사 A : 뭐, 이곳 히스패니아도 불씨 같은 상태이지만 말야.
고참병사 리더 : 크큭, 용광로라고 해야지. 새빨갛게 녹은 철이 펄펄 끓는 용광로라고 말야!
고참병사 B : 하하, 그렇구만!
레지스탕스 리더 : 강압적인 탄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부근에서 한번 조인 것을 풀고 근경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원로원도 이해하고 있을 터입니다만…
레지스탕스 리더 : 실제로 근경 알비온 섬에서 일어난 반란은 야만족에게
시종일관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던 것이 반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결국은 진압에 실패하여 제국은 그 섬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일일 겁니다.
고참병사 A : 아아, 물론이지!
고참병사 B : 그걸로 변경의 녀석들은 모두 기세가 등등해졌으니까 말야…
고참병사 C : 뭐, 우리들도 그렇지만 말야!
고참병사들 : 하하하하.
레지스탕스 리더 : 아마도 신성제국은 국내의 안정화를 위해서 근경부근 전역에 대해서 타협안을 제안하겠지요.
레지스탕스 리더 :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것은 제국군의 철수나, 노역의 삭감이나, 세율의 감소가 될 겁니다.
고참병사 리더 : 흠… 그렇게 일이 잘 굴러 갈려나…
고참병사 B : 제국이 그럴 리가…
레지스탕스 리더 : 적어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잘 들으십시오.
지금 현재,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일은 히스패니아를 그늘에서 지탱하는 일입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제국병사의 횡포에 항의하고 징세인이나 대관들의 부정을 폭로하여 원로원에 고발하는 것입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이런 작은 것들 누적이 되어 이윽고 제국과의 교섭을 유리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고참병사 리더 : 뭐, 제국에 기대는 하지 않지만 말야. 조용히 전쟁의 준비만은 해두도록 하지.
고참병사 리더 : 이번의 발 대축제. 발카당은 만약을 대비해 정예병을 이곳, 타말 마을에 집결시키겠어.
고참병사 리더 : 그리고 히스패니아 각지의 발카당 지부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일제히 봉기하도록 지시는 해두었다. 그래도 괜찮겠지?
레지스탕스 리더 :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일제봉기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승산이 없는,
무모한 도박이란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결단코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싸우지 않고 제국의 타협을 기다리면 보통의 속주와 동등한 대우를 얻을 수 있다… 란 것을 명심하여 주십시오.
고참병사 A : 케, 번거롭구만…
고참병사 B : 그 말대로야. 하밀님께서만 그럴 생각이시기만 한다면!
고참병사 C : 그렇고말고, 하밀님이 한마디만 해주신다면! 그걸로 전쟁이 시작되는 거다!
고참병사 A : 우리들은 발카가에 검을 바친 몸! 단지 한 마디, [사워라!]라고 말씀해주시기만 한다면 제국병사 놈들을 피 칠갑을 만들어 버릴 텐데!
고참병사 B : 그래! 우리들은 예전 하밀님의 아버님을… 핫슈둘발님이 그냥 돌아가시게 만들고 살아남은 염치없는 목숨들!
고참병사 C : 만약 하밀님께서 [죽어라]라고 말씀하신다면, 하밀님께서 죽을 장소를 부여해주신다면 어떠한 전장이라도 기쁘게 향할 수 있다!
고참병사 A : 하밀님은 어떻게 계시지!? 하밀님은 이 건에 대해서 뭔가 말씀하지 않은 건가!? 이 사태를 걱정하고 계신 게 아닌가!?
레지스탕스 리더 : 여러분들, 다소 진정하여 주십시오. 하밀님의 언동에 관해서는 항상 감시자를 두어서 일부시종 보고를 시키고 있습니다.
고찹병사 리더 : 그것은 제국 쪽 역시 마찬가지 겠지만… 나도 하밀님의 진의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참을 수 없군. 뭔가 특별한 건 없었나?
레지스탕스 리더 : 하밀님의 행동에 관해서도 네가 보고를 해주겠어?
신참 레지스탕스 : 에? 아, 나 말야? 아하하, 조금 기에 압도 됐다 랄까, 나 같은 게 말해도 될까하는 공기인데…
레지스탕스 리더 : 신경 쓰지 말고 말하세요.
신참 레지스탕스 : 뭐, 그때는 나도 발카당원이 아니었고, 함께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밀은…
고참병사 리더 : 크흠… 무례하다. 이 자리에선 네 학우가 아니다.
신참 레지스탕스 : 잠, 갑자기 딱딱하게 굴긴!
뭐, 상관 없지, 하밀…님…의 어제 하루 행동인데, 거의 하루 종일 노동봉사를 했어.
신참 레지스탕스 :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제국이 어떻던가, 정치가 어떻던가는 일절 입에 담지 않았어.
고참병사 리더 : 그런가…
신참 레지스탕스 : 그렇게 실망하지 마. 기본적으로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 차 있는 녀석이니까.
고참병사 리더 : 네 놈, 하밀님을 우롱할 생각이냐!
레지스탕스 리더 : 참으세요. 그는 생각했던 것을 솔직하게 말한 것뿐 입니다. 그래서 그 외에 뭔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나요?
신참 레지스탕스 : 낮잠을 자서 채찍질 5번.
신참 레지스탕스 : 오후에 돌더미를 무너뜨려 채찍질 50회 맞았었지. 30회쯤에서 기절.
신참 레지스탕스 : 저녁이 되어서 제국병사는 노동봉사를 종료. 하밀님을 신경 써서 귀가를 미루던 마을사람들을 강제적으로 해산시키고서는 자신들의 막사로 귀가.
신참 레지스탕스 : 이 시점에서 하밀님에 붙어있던 제국의 감시자도 귀가.
신참 레지스탕스 : 그 후, 의식을 되찾은 하밀님은…그러니까…그게 마을 사람으로부터의 감사음식인 벌꿀과 대추야자 열매를 주어서 그대로 귀가.
레지스탕스 리더 : 잠시 거기서 멈춰주세요.
이 날의 노동봉사에는 당신도 참가했었죠?
신참 레지스탕스 : 응, 맞아.
레지스탕스 리더 : 마을 사람의 감사 음식이 신경 쓰이는 군요. 이 빈곤한 마을에서는 꽤나 귀중품인데 요. 누가 준비한 건가요?
신참 레지스탕스 : 아, 그건, 우리 엄마가. 답례라고 하면서.
레지스탕스 리더 : 답례?
신참 레지스탕스 : 엄마, 돌 장식을 떨어뜨려서 제국병사에게 채찍질을 당할 뻔했거든.
신참 레지스탕스 : 그때에 그 녀석이 갑자기 돌 더미를 무너뜨린 실수를 저질러서 없던 일이 되었어.
나도 하마터면 채찍질을 당할 뻔해서 말야, 그건 정말, 위험 했었어…
레지스탕스 리더 : 흠… 그게 정말 우연일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신참 레지스탕스 : 하하, 우연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
레지스탕스 리더 : 분명, 그렇군요…
고참병사 리더 : 뭘 그리 잔말이 많은가. 그 후는 어떻게 됐지?신참 레지스탕스 : 그 후는 나도 몰라. 나도 집에 돌아갔으니까!
고참병사 리더 : 뭐라고!
레지스탕스 리더 : 참으세요. 이 시점에선 그는 아직 발카당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레지스탕스 리더 : 다른 발카당원에 의한 보고도 있었기에 제가 읽어보지요. 그렇다곤 해도 그의 보고에 추가되는 부분은 아주 적지만요.
레지스탕스 리더 : 그 후, 원형신전의 유적 앞에서 본 적 없는 소녀와 접촉. 한동안 얘기 후, 함께 귀가…라고 적혀있습니다.
신참 레지스탕스 : 헤에, 그 녀석, 의외로 인기 있네. 크크, 진도는 잘 나갔을려나.
고참병사 리더 : 입 조심해라, 애송이! 우리들은 하밀님의 사생활을 비웃기 위해서 감시를 하는 게 아니다.
레지스탕스 리더 : 아니, 그런데 꽤 흥미 깊은 소녀인 것 같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너마저! 대체 뭐가 흥미가 깊다는 거냐? 본 적 없는 얼굴이라서냐? 가까운 마을의 녀석들일지도 몰라. 발 대축제가 가까워졌다. 보러 온 사람들도 많겠지.
레지스탕스 리더 : 네, 그러네요. 하지만 이 마을에 오는 자들은 우리들의 동지에 의해서 전부 보고 되고 있습니다. 마을 외곽의 모든 길은 감시받고 있다 할 수 있죠.
고참병사 리더 : 그럼 어느 마을의 소녀인지 알 수 있을 테지.
레지스탕스 리더 : 네, 그럴 터입니다만… 신기하게도 그녀와 같은 소녀가 찾아왔다는 보고는 일절 없습니다!
고참병사 리더 : 뭐라고!
레지스탕스 리더 : 사실입니다. 어느 마을에서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대체 그녀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디온 : 후우, 마침내 끝났네. 긴장했네. 하지만 뭐, 이걸로 나도 발카당의 녀석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거겠지!
자 그럼, 돌아가 볼까.
레지스탕스 리더 : 모쪼록 제국군에게 들키지 않도록, 귀가해주세요.
디온 : 우왓, 에네아데스랑 모노마크!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에네아데스 : 아직 신참이군요. 발카당원의 이름을 주의 없이 입에 담으면 안됩니다.
모노마크 : 우리들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아직 어설프군. 긴장감이 부족해.
이런 실력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나…
에네아데스 : 신중하게 행동하며, 모쪼록 무모한 행동은 피해주세요.
에네아데스 : 내일 임무는 알고 있지요? 하밀군의 근처에 대기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보고를 부탁드립니다.
디온 : 응, 알고 있어. 그 녀석이 제국군에게 당할 것 같으면 내가 휙하고 나서서 구할게.
에네아데스 : 용감과 무모는 다릅니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되면 곧장
발카당원의 누군가에게 보고하여 주십시오.
디온 : 뭣! 내가 쓸모없다는 소리야!?
모노마크 : 애당초 신참자 애송이이게 전투요원 역할 같은 건 바라고 있지 않아. 너는 정보수집만 하면 된다.
디온 : 바, 바보취급하지 마! 나도 싸울 수가 있다고! 내 활솜씨에 걸리면 날뛰는 멧돼지 같은 건 한방이야!
에네아데스 : …호오, 그거 대단하군요. 의외의 재능을 가지고 있군요.
모노마크 : 그럼 어디한번 보실까, 네 활 실력이란 걸.
디온 : 에?
모노마크 : 내일 아침, 우리들의 단련에 동참하도록 해라. 발카당원에게 있어선 언제나의 일과다.
에네아데스 : 하밀군, 쪽은 그 후라도 충분히 시간에 맞을 테니까요. 당신의 실력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디온 : 참말로?
모노마크 : 늦어, 뭘 하고 있는 거냐! 다른 자들은 이미 집합을 하고 있단 말이다!
디온 : 정말로 지금부터 단련하는 거냐. 아직 날이 밝기 시작한 참이잖아. 아침 기상은 힘드니까 좀 봐줘.
모노마크 : 너는 멧돼지를 일격에 쓰러뜨릴 실력이잖아? 그 말은 거짓말이었나?
디온 :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에게 걸리면 멧돼지던 곰이던 한 방이야.
모노마크 : 호오?
디온 : 하지만, 봐, 멧돼지 같은 건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고, 오늘은…
모노마크 : 오오, 때마침 멧돼지가 나타났구만. 자, 네 실력을 보여봐라.
디온 : 엣, 아니, 그게…
모노쿠마 : 자, 어서 빨리 가라.
디온 : 잠, 밀지 마! 위험하잖아!
디온 : 젠장! 나도 맘만 먹으면 멧돼지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구! 잘 봐!!
디온 : 이 멧돼지 녀석, 움직이지 말라구!
모노마크 : 뭐야, 그 엉거주춤한 자세는.
디온 : 시꺼! 잠자코 보고 있으라고.
디온 : 앗.
모노마크 : 크하하하핫, 어딜 노리는 거냐. 멧돼지는 한발자국도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디온 : 잠, 웃지 마! 지금 것은 약간 손목 상태가 안 좋아서…
모노마크 : 큰 녀석을 잡는 건 처음이냐? 기껏해야 들 토끼를 잡는 것이 고작인 실력이군.
에네아데스 : 뭐,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죠.
디온 : 젠장!
에네아데스 : 당신은 활시위를 당길 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온 : 에? 하지만 힘을 넣지 않으면 활을 당길 수가 없잖아.
에네아데스 : 그렇지 않습니다. 활시위는 팔 힘만으로 당기는 게 아닙니다.
디온 : 팔이 아니면 어떻게 당기는데?
모노마크 : 우선은 하반신을 안정시키고 거기에 복근에 힘을 넣어 상반신 전체를 사용해서 당기는 법이다.
모노마크 : 그렇게 하면 팔의 힘에만 의지를 하지 않고 가볍게 당길 수가 있지. 조준도 보다 안정되게 된다.
디온 :헤에, 그렇구나.
에네아데스 : 자, 한번 더 해보세요.
디온 : 이런 느낌인가?
에네아데스 : 그렇습니다. 상대를 노릴 때에는 몸의 중심측을 노려서.
디온 : 오옷, 잡았다, 잡았어!
에네아데스 : 훌륭합니다.
디온 : 어떠냐, 이 몸의 필살 일격을 봤냐!
모노마크 : 음, 꽤 하는군 그래.
디온 : 이걸로 나도 어엿한 한 사람 분의 전력이란 거지. 제국 놈들, 덤빌 테면 덤벼봐라.
에네아데스 : 너무 우쭐대지 마세요. 좀 더 멧돼지를 상대로 단련을 계속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디온 : 괜찮아, 괜찮아. 이제 멧돼지 따위 성에도 안차. 10마리던, 20마리던…
디온 : 우아악!
모노마크 : 그럼, 우리들도 단련을 시작할까.
히스패니아 병사 : 오우!
- 디온, 에네아데스, 모노쿠마가 동료에 합류 -
▣ 전투 1-2 : 발카당의 특훈(バルカ党の特訓)
승리 조건 |
적의 전멸 |
패배 조건 |
아군의 전멸 |
보너스 조건 |
디온이 적 2개체 이상 격파 |
적 유니트 |
멧돼지(イノシシ,LV2) x 2 벌(ホーネット,LV1) x 1 박쥐(コウモリ,LV1) x 1 생쥐(ネズミ,LV1) x 1 깡충토끼(トビウサギ,LV2) x 1 |
특이 사항 |
디온으로 적 2개체를 잡는 것이 보너스 과제. 디온은 공격력이 약하므로 다른 유니트로 HP를 10 미만으로 줄여놓고 공격하길 권한다. |
모노마크 : 음, 아침부터 좋은 땀을 흘렸구만.
디온 : 이제야 끝났나. 나는 이미 기진맥진이야.
모노마크 : 그럼 젊은 발카당원이여. 매일의 단련을 게을리 하지 말도록!
디온 : 나 참, 아침부터 격렬한 운동을 하게 만든 덕분에 배가 고파졌잖아.
디온 : 것보다 멧돼지고기는 발카당이 보관을 할 줄이야. 뭐, 제국 병사에게 들키면 위험한 것은 알지만,
조금쯤은 집에 가져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디온 : 나 참, 별 수 없네. 오늘은 하밀에게 꼭 붙어 있어야만 한다고 들었지만,
틈을 봐서 들 토끼 사냥이라도 갈까… 나중에 하밀에게 권유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디온 : 그 녀석, 방금 전 같은 나의 화려한 활솜씨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나… 이히히.
타르트 : 후아아, 잘 잤다…
타르트 : 오오, 눈부신 걸! 눈이 아플 정도야! 그렇지?, 하미…없어?
타르트 : 하밀, 하밀. 어디에 있어?
타르트 : 그 녀석, 어디로 간 거야!?
??? : 어이~! 하밀!!
하밀 : …
??? : 하밀, 너 말야!
하밀 : …
??? : 어이, 너. 무시 하지 말라고!
하밀 : 아, 디온. 미안. 오늘은 노동봉사가 있어. 그러니까 더 이상은.
디온 : 다른 녀석이랑 말 섞으면 안 된다는… 거냐?
하밀 : …
디온 : 아하하, 이런 아침부터 누가 보는데?
아아! 바보니까, 바보같이 지킨다는 거냐? 크크크.
하밀 : …
디온 : 기분 나빠하지 마. 나도 그 채석장…
아니, 우리에게 있어선 신전이었지.
…거기에 볼 일이 있어. 함께 가자!
하밀 : …
디온 : 아, 오해하지 마. 너를 도운다 던가 하는 건 눈꼽만큼도 생각지 않으니까.
불똥 튀어 맞는 것은 사양이야!
하밀 : 그럼, 얘기를 해도 괜찮겠네…
디온 : 그렇게 해. 나는 오히려 네가 히익히익, 소리 내면서 일하는 것을 놀려주러 온 거니까…
헤헤헤. 제국군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하밀 : 후후, 너무하네…
디온 : 그런 것보다 하밀.
하밀 : 왜?
디온 : 어제는… 고마웠다…
하밀 : …저기, 무슨 소리야?
디온 : …아하하… 그, 그렇네. 우연인 게 당연하지.(네가 일부러 우리 엄마를 도울 리가 없겠지…)
하밀 : 왜 그러는 거야? 이상한 녀석이네…
디온 : 아하하, 나도 참, 처음으로 이상한 회의에 나갔더니 조금 의심이 깊어진 모양이야.
하밀 : 회의라니?
디온 : 쳇, 아무 것도 아니야! 나 참, 네 바보스러움은 한번 죽지 않으면 안 나을 것 같다는 얘기야.
하밀 : 아아, 그거라면 알겠어.
어제 실수를 저지른 것은 정말로 아팠어.
디온 : 정말, 분위기 파악 좀 해. 그런 상황에 전부 뒤 엎으다니. 그러다가 너 언젠가,
제국 병사의 채찍질 때문에 죽을 거라고.
하밀 : 주의할게.
디온 : 하지만 뭐, 그 덕분에 엄마도 살았고 이번만은 네 덜렁이 짓에 감사인사라도 해야겠다,
생각해서 말야. 이야, 정말 그 때는 쫄았다니까…
디온 : 엄마는 당장이라도 죽임당할 기세였고 무서운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나는 오들오들 떨기만 했고 좀 더 그랬다간 소변을 지릴 정도 였어, 헤헤헤.
하밀 : 흐음, 그거 큰일이겠네…
디온 : 아, 너, 지금 나를 칠푼이던가 겁쟁이던가라고 생각했지!
하밀 : 그렇지 않아, 오줌 싸면 세탁하는데 고생이겠다…라고 생각했어.
이 마을, 바위산의 위에 있어서 골짜기 밑의 샘물까지 가는 것은 큰일이니까.
디온 : 흥, 어수룩하긴. 너 말야 어딘가 어긋나있다 랄까 얼빠진 듯하단 말이지.
하밀 : 그런가?
디온 : 그래. 너 같은 바보에겐 이 몸의 섬세한 마음이 이해가 될 리가 없지.
디온 : 알고 있잖아. 뭐라고 해도 나는 동방의 훌륭한 현자님의 후예이니까.
하밀 : 후후, 그랬더랬지.
디온 : 아, 믿지 않는 거지! 네가 발카가의 도련님이란 것보다 훨씬 그럴듯하잖아!
하밀 : 아니, 믿는다니까.
디온 : 흥, 어떨는지. 너랑 수다를 떠는 바람에 조금 늦어버렸네. 먼저 간다, 하밀.
하밀 : 늦는다고? 나를 놀리러 온 거 아니야?
디온 : 그건 내 볼일이 끝난 후야. 최우선으로 할 일이 있어서 말야.
하밀 : 최우선?
디온 : 먹을 것을 구하러 온 거야, 먹을 거.
하밀 : 그런 곳에 먹을 거 같은 건 없는데.
디온: 그게 있단 말씀. 신전 뒤의 틈새에 들 토끼의 둥지가 있어서 말야.
제대로 시간만 맞으면 구멍에서 나오는 거를 볼 수가 있거든! 그 녀석을 사냥한다는 거지.
하밀 : 들 토끼인가. 맛있겠네. 잘 되면 좋겠네.
디온 : 어때? 노동봉사는 조금 뒤로 미루고 따라 오지 않을래? 이 몸의 활 솜씨를 보여주지!
하밀 : 아니, 나는 사양할게. 노동봉사를 서둘러 끝내고 싶고. 뭣보다 함께 가면 방해가 될 것 같으니까.
디온 : 뭐, 그건 그럴지도. 어설프게 우왕좌왕 하고 있으면 들 토끼도 도망가 버릴지 모르니까…
디온 : 그럼 나는 이만 간다. 아까 말한 명당자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안녕!
하밀 : 아, 벌써 가 버렸네…
하밀 : 나도 어서 가서 노동봉사를 끝내지 않으면…
하밀 : 하아… 하아… 영차.
하밀 : 아아, 목이 마르네…
하밀 : 하아… 하아… 여… 엉차…
하밀 : 후우… 절반 정도는 끝났나.
하밀 :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고 이 분량이라면 점심에는 끝날 거 같네.
하밀 : 하지만 신기하네. 어제 그렇게나 채찍을 맞았는데 그렇게 상처가 아프지 않아.
힘도 제대로 나오고… 어째서지?
하밀 : 하아…하아…엿차…
하밀 : 그 애가 노래를 불러줘서 그런 걸까? 후훗, 설마. 생각보다 상처가 얕았던 걸까…
하밀 : 신기한 아이였어. 잘 자고 있길래 내버려 두고 왔지만, 벌써 어딘가로 가 버렸을까나…
하밀 : 영차…이제 조금 남았다… 힘내지 않으면.
하밀 : 디온은 뭐하고 있을려나… 들 토끼는 잡았으려나…
하밀 : 하아…하아… 영…차… 후우, 지쳤다, 조금 쉬자…
하밀 : 디온, 나를 조금 의심했었지… 게다가 회의가 어떻고 다던가 했었지.
하밀 : 분명, 어제의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디온도 발카당에 들어간 거야…
회의에서 [나를 의심해라!]라고 귀띔을 해준 거겠지.
하밀 : …발카당은 내가 진짜 바보가 아니라 [바보 행색을 하고 있는 것뿐 아닌가?] 라며 계속 의심하고 있으니까…
하밀 : 정말 곤란하게 됐네. 발카당의 멤버들은 내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면 기뻐하면 거병(擧兵)을 할 테지.
하밀 : 나를 추켜세우며 닥치는 대로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해서 히스패니아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 테지… 그것만은 막지 않으면…
하밀 : 헌데 그 디온이 발카당에 들어가다니…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겁쟁… 아니 섬세한 녀석인데 말야.
하밀 : 어머니를 잃을 뻔한 일 때문에 굉장히 와가 난 것일 테지…
하밀 : 아아, 앞으론 행동하기 힘들겠네. 발카당이 이렇게까지 파고들고 오면 나는 점점 더 움직이기 힘들어져.
하밀 : 역시 디온이 여기에 온 것은 내 감시도 겸해서 일 테지…
하밀 : 들 토끼를 잡으러 갔으니까 지금은 괜찮겠지만 좀 더 언동에 주의를 하지 않으면, 금방 간파될 것 같아…
하밀 : 뭐, 여기서 걱정하고 있어도 별 수 없나. 작업을 재개하자.
하밀 : 하아…하아… 영…차…
하밀 : 후우, 대강 다 끝났네. 자 그럼… 디온이 어떻게 하고 있나 보러 가볼까.
발카당과 연결관계도 탐색해야만 하고…
하밀 : 아아, 맞아. 나는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 디온이 발카당의 회의 나갔다고 한다면
나와 타르트가 만난 사실을 알고 있을 터야.
하밀 : 어차피 발카당은 이 마을에서 일어난 것은 대부분 파악하고 있을 터이고.
만약 그렇다면 내가 타르트에 대해서 입 다물고 있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하밀 : 디온에게 이것저것 전부 말해두지 않으면 내가 바보라는 것을 모두가 의심하게 될 거…응?
하밀 : (발소리를 거의 지우고 있지만,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이 기척… 모노마크인가… 우선은 작업을 계속하도록 하자…)
하밀 : 하아… 하아…이걸로… 어떻게든…
모노마크 : 하밀님, 노동봉사는 슬슬 끝나셨습니까?
하밀 : 에, 우앗, 모노마크! 놀랐네, 언제부터 있었어?
모노마크 :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건 어리석은 자의 행동입니다.
하밀 : 아, 노동봉사? 이제 곧 끝나, 조금 애를 먹는 바람에…
모노마크 : 잠시 보았습니다만. 발카가의 전사로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글러먹었습니다…
하밀 : 아하하… 엄격하네. 나는 돌을 옮긴 것뿐인데…
모노마크 : 기초 중의 기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우선 힘을 넣을 때 허리가 쭉 펴지지 않습니다.
발걸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밀 : 아하하…
모노마크 : 뭣보다 글러먹은 건 그 긴장감 없는 태도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항상, 마음이 붕 뜬 상태인 겁니까!?
모노마크 : 전사라면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고 등 뒤에도 눈이 있는 것처럼 항상 긴장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밀 : 아하하, 나는, 붕 떠있어 보이나. 이래봬도 긴장하고 있는 건데… 에헤헤.
모노마크 : 그럼 어째서, 이 늙은이가 여기까지 다가왔는데도, 알아차리시지 못하는 겁니까!
하밀 : 뭐, 그런 꽉 막힌 소린 하지 마.
괜찮잖아. 여긴 평화스런 마을이야.
내가 전사로서 검을 잡고 싸우는 날은 오지 않을 거야.
모노마크 : 검 따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는 겁니까! 하밀님에게 검술을 가르치던 이 모노마크 앞에서!
하밀 : 아하하, 나 같은 구제불능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뿐이야.
하밀 : 그런 것보다 모노마크에게는 좀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
모노마크 : 설마, 병법입니까? 역시 가데메아의 공부만으론 만족 못 하시는 건가요?
모노마크 : 그럼 실전경험 풍부한 이 모노마크가 뭐든지 대답을 해드리지요.
하밀 : 아아, 그게 아니라. 밭 경작을 해보고 싶어서…
하밀 : 뭐, 노동봉사로 밭에도 끌려 나가니까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하나부터 차근히 배운 적은 없으니까.
모노마크 : …
하밀 : 왜 그래, 모노마크.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선. 아니,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야. 전부터 쭉 생각했던 일이야.
하밀 :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조용히 밭이라도 경작하며 살아가면 행복하겠다… 생각해서 말야.
하밀 : 어제 저녁, 집에 놀러온 아이가 있었는데 얘기를 했더니 왠지 모르게 결심이 섰어.
역시 나에겐 검보다 밭이 어울리는구나 하고.
모노마크 : 하밀님… 제 정신입니까! 발카가의 당주이기도 한 분이 흙투성이의 농부가 되신 다는 겁니까?
하밀 : 나는 지금도 흙과 먼지투성이야. 아침부터 노동봉사를 해서 말야.
돌 운반하는 인부와 농부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건데?
모노마크 : 그렇다고 하셔도!
하밀 : 모노마크 역시 하고 있는 일이잖아.
모노마크 : 으음, 분명 저희들 퇴역병사는 전장에서의 공적에 상응한 농지를 받고 그것을 경작하고 있습니다만…
하밀 : 그럼, 신경 쓸 일 없잖아. 아니면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거야?
모노마크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물론, 밭 경작의 실력도 검과 마찬가지로 수준급입니다!
모노마크 : 보리, 밀, 대추야자, 올리브, 오렌지 등등 뭐든 최상등급으로 키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밀 : 그러네. 그래서 가르쳐줬으면 해.
모노마크 : 하아… 하밀님, 지금은 그런 것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어리석으신 겁니까?
모노마크 : 역시,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신 겁니까?
하밀 : 엣? 그렇게 이상한 소릴 한 건가?
모노마크 : 이 땅에서 농부가 되어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정말로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제국의 무자비한 지배를 잊으신 겁니까!?
모노마크 : 농부가 매일 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키운 작물도 씨 한 톨까지 제국의 세금으로
빼앗기고 그 후에 남는 건 없습니다.
모노마크 : 흉작이라도 된다면 세를 내지 못하게 된 자부터 노예로 팔려가는 나날.
모노마크 : 지금 이 순간에도 히스패니아 안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테지요.
모노마크 : 그 한탄들을 당신께선 듣지 못했다는 겁니까!
모노마크 : 게다가! 무엇보다! 그 무엇보다! 아버님의 무념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것조차도 잊으셨다는 겁니까?
하밀 : 응, 그런 어려운 것은 잘 모르겠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지니까.
하밀 : 뭐, 모두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모노마크 : 발카가의 당주가 되시는 분이 이 무슨 한심스러운 소리를!!
모노마크 : 하밀님! 다행히도 지금 현재는 제국의 감시자가 없습니다!
모노마크 : 제발, 부디! 이 모노마크에게! 발카당에! 본심을 밝혀주십시오!
모노마크 : 아버님, 핫슈둘발님이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났습니다.
모노마크 : 핫슈둘발님은 당시의 반란군의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모노마크 : 만에 하나, 계획이 미연에 노출되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7년간 참고 견디라고!
모노마크 : 다음 반란은 7년 후의 발 대축제를, 계기로 하라고! 과거 황금시대를 떠올리고,
발의 신들을 기릴 때, 카난민의 마음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모노마크 : 그 날도 바로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부디, 여기서 본심을 밝혀주십시오!
모노마크 : 그리고 발 대축제에서 목소리 높여 선언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국을 물리쳐라!]라고.
하밀 : 아하하, 그 이야기는 듣기 질렸어. 무리야. 제국에 대들다니… 모노마크는 그렇게나 나를 죽이고 싶은 거야?
모노마크 : 저희들 발카당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습니다!
하밀 : 아하하, 무섭고, 아플 것 같으니 됐어… 맞아, 디온이 권유를 했었지.
토끼 사냥이라도 보러 가볼까, 자, 그럼 가볼게, 모노마크.
모노마크 : 기다려 주십시오, 하밀님, 아직 할 얘기가…
하밀 : 야아, 디온. 저쪽은 조금 시끄러워서 토끼 사냥을 구경하러 왔어.
디온 : 오! 딱 좋을 때 왔군, 좀 도와줘!
하밀 : 돕다니?
디온 : 토끼 사냥 말야! 오늘은 잔뜩 있는 모양이니까 나 혼자선 벅찰 것 같아.
하밀 : 하하, 내가 그런 것 전혀 못하는 거 알고 있잖아?
디온 : 토끼상대이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하밀 : 하지만… 아아, 맞아! 수확물을 많이 나눠준다면 도울게.
디온 : 그야, 잡은 사냥감을 너와 나누는 건 당연한 거지만, 많이 라니 어째서?
하밀 : 어제 조금 유별난 여자아이랑 만났어. 그 아이에게도 좀 줄까 하고…
디온 : 아아, 회의에서 들었어… 가 아니라, 처음 듣는 소리네, 아하하.
하밀 : 타르트라고 해. 잘 곳이 없는 모양이길래 재워줬어.
디온 : 근처 마을 아이야?
하밀 : 아니, 전혀 아닌 거 같아. 보기엔 보통의 여자아이인데…우리들과도 그다지 나이차이가 없을 정도로 보여.
디온 : 나 참,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를 녀석을 잘도 재워주는구나. 위험하다고는 생각 안한 거냐?
만약 강도였으면 자다가 목이 날아갈 판이라고.
하밀 : 하하, 야단스럽기는. 디온이라면 여자아이가 집에 왔다라고 하면 좀 더,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디온 : 그야 나 역시, 회의에서 수상하다고 듣질 않았으면… 아, 암 것도 아니야…
나, 나라고 해서 여자면 뭐든 좋다는 건 아니라구.
디온 : 수상한 여자는 주의하라는 거야… 하하.
디온 : 그래서, 어디서 왔다던가 말했어? 제국의 끄나풀일지도 몰라.
하밀 : 그게 잘 알 수가 없어서 말야. 자신을 발님이라던가, 여신이라던가, 말하고 있어.
디온 : 어이, 어이. 그거 맛이 갔구만. 아하하, 역시 바보는 바보를 부르는 건가…
하밀 : 뭐, 그럴지도.
디온 : 하지만, 조심하라구. 만약에 제국과 관계가 없어도.
신을 자칭하는 불손한 자는 제국에게 화형에 당할 거야.
디온 : 게다가, 모노쿠마 역시 입 다물고 있지 않을 거야. 발을 자칭하는 가짜 여신은 두동강이 나고 말 거야.
무엇보다 전쟁 바보에다 융통성이 없는 할아범이니까.
모노마크 : 네 놈은 하밀님을 보좌하는 임무를 맡은 게 아니었나. 신입인 주제에 곧장 임무방치일 줄이야.
디온 : 겍, 모노마크!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아니, 채석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뭐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라구, 헤헷.
디온 : 것보다, 하밀. 여기는 명당자리라고 했잖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밀 : 미안, 모노마크가 멋대로 따라온 모양이야.
디온 : 아아, 시끄럽다고 말한 건 이걸 말한 거였군. 그럼 영감님이 채석장까지 와서
직접 설득하러 온 건가. 정말로, 포기를 모르는구만…
모노마크 : 뭐라고 했나? 신참자.
디온 : 어이, 그렇게 부르지 말아줘, 발카당에 들어갔다는 게 완전히 들통나버리잖아!
디온 : 나 참, 됐어. 아무튼 모두, 토끼 사냥을 도와줘. 이제 곧 슬슬 구멍에서 나올 때쯤일 테니
하밀 : 좋아, 그럼 모두 함께 토끼 사냥을 하자.
모노마크 : 하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일단 토끼사냥에 참여하겠습니다만…
이 모노마크,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 : 하밀, 하밀! 어디냐?
하밀 : 어라?
모노마크 : 음?
디온 : 아, 설마 방금 말한 그 여자 아이냐?
하밀 : 그런 모양이네.
디온 : 이거, 안 좋은 타이밍에 나타났네.
타르트 : 흠, 킁킁, 왠지 모르게 이쪽인 것 같네.
타르트 : 하밀의 냄새가 나는 듯한… 킁킁.
타르트 : 오오, 역시! 하밀, 여기에 있었나! 나 참, 주인을 내버려두고 가다니 무슨 짓이야!
하밀 : 아니, 네가 너무나도 푹 자길래 일으키기 미안해서 그만. 것보다 나, 그렇게나 냄새가 나는 거야?
타르트 : 그리우면서도 달콤한 냄새 일려나… 맡으면 가슴이 조금 저려와.
하밀 : 어때, 디온? 그런 냄새가 나?
디온 : 킁킁, 특별히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구태여 말하자면 흙먼지의 냄새.
모노마크 : 흥, 꿈꾸길 좋아하는 어린 계집이 꺼낼 법한 말이군.
디온 : 크크, 사랑에 빠진 소녀구만.
타르트 : 뭣, 네, 네놈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그러한 의미가 아니다!
이건 인연의 흔적이라는 것을 따라온 거란 말이다!
타르트 : 자, 잘 들어. 너도 착각하지 마! 우쭐대지 마! 너와 나는 아득한 시간을 건너
운명의 실로 맺어진 주인과 하인! 그런 관계 등은 아니라는 걸 알아둬!
하밀 : 저기, 어째서 갑자기?
타르트 : 잊지 말도록 해, 너는 복종과 봉사가 항상 의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지!
하밀 : 아, 아니, 잘 모르겠는데…
모노마크 : 디온, 저 계집애, 설마 하밀님을 하인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용서 할 수는 없겠는데.
디온 : 아하하, 성급하게 굴지 마, 타르트 …랬지? 나는 디온. 하밀의 친구야. 구태여 막하자면 악연에 가깝지만.
타르트 : 그런가, 너도 하밀과 인연을 맺은 자인가.
디온 : 그리고 이쪽이 모노마크.
모노마크 : 처음 보게 되는군.
타르트 : 음, 하밀과는 어떠한 관계지?
하밀 : 그건 그러니까…
디온 : 하밀에게 반란을 부추기는 고집불통 할배. 평소에는 밭일을 하지만 하밀이나
우리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어.
타르트 : 호오, 무술에 소양이 있는 건가.
디온 : 예전엔 히스패니아 1위를 다투던 전사였다는 모양이야.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헤헤.
모노마크 : 지금 역시 현역이야! 잠깐 이리로 와라!
디온 : 아, 아야야!
모노마크 : 어쩔 셈이냐! 알지도 못하는 자에게 이것저것 떠들다니!
디온 : 어떤 반응을 할까 했는데 말이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아.
저 애, 아무리 봐도 머릿속이 이상하다구! 분위기부터가 다르잖아.
모노마크 : 음… 분명 그렇군.
디온 : 아까 하밀에게 들었는데 자신을 여신 같은 존재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야.
모노마크 : 그래서 저런 태도인가. 꽤나 중증이구만. 병자라면 의사에게 데려가는 게 좋겠군.
디온 : 그치? 어디 사는 얘인지 모르지만 적당히 말을 맞춰서 돌아가게 만들자.
모노마크 : 음, 고문을 해서라도 아는 것을 실토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병자를 고문해도 별 수가 없으니.
모노마크 : 제국으로서는 뭔가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르겠군.
…여기선 가볍게 사정을 듣는 것만으로 하고 얌전히 돌려보내도록 할까.
디온 : 그래,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잖아.
타르트 : 뭐야, 저 녀석들. 소곤소곤 상담을 하고 있는데.
하밀 : 타르트, 부탁이 있는데.
타르트 : 뭔데?
하밀 : 여신님이라던가 그런 건 될 수 있으면 남에게 대놓고 말하지 않았으면 해.
타르트 : 어째서지?
하밀 : 성가신 문제가 생겨. 소란이 벌어지고 모두가 말을 걸기 힘들어지는 등 말야.
그런 건 모두와 사이가 좋아지고 나서 해도 될 거라 생각해.
타르트 : 흠. 일리는 있군. 뭐, 숭배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외로운 것은 재미없어.
하밀 : 오, 돌아왔다.
모노마크 : 크흠, 타르트라고 했지. 너는 어디서 온 거지? 마을에서는 본 사람이 없는 모양인데.
타르트 : 그건, 너희들이 [이계(異なる世界)]나 [상층세계(上方世界)]라 부르는 경계의 장소에서 왔다.
북풍의 뒤쪽에서라고 해도 좋아.
모노마크 : 크윽, 노, 놀리고 있는 건가?
디온 : 우와, 본격적으로 맛이 갔네.
하밀 : 아하하하, 타르트… 너, 조금도 이해를 못한 모양이네.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
모노마크 : 하밀님?
하밀 : 이 아이는 제국군이 맡고 있는 무녀야. 며칠 전부터 막사 쪽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야.
하밀 : 뭐, 그게, 이제부터 시작될 발 대축제를 보러 온 거야.
모노마크 : 제국군의 막사…뭐, 마을 안에서도 우리들의 눈이
가장 닿기가 힘든 장소인가. 말의 앞뒤는 맞지만…
모노마크 : 으음~, 그렇다 쳐도 제국의 무녀로는… 신성교단의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군요. 오히려 우리의…
디온 : 우오, 마침내! 나, 나타났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타르트 : 저, 저건 뭐지?
하밀 : 들 토끼야. 스튜에 넣으면 맛있어.
타르트 : 오오, 스튜인가! 공물에도 있었어, 그거라면 알고 있어.
디온 : 자, 하밀, 모노마크. 어서 사냥을 해버리자구!
타르트 : 나도 돕도록 하지!
디온 : 너, 사냥할 수 있겠어?
타르트 : 우습게보지 마라, 이래봬도 꽤 실력있다구. 검이든 창이든 빌려줘 봐.
디온 : 알았어, 제국병사가 잊어버리고 놔두고 간 고물이 있어. 하밀과 타르트는 적당히 가져다 써.
하밀 : 응, 다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할게.
디온 :좋아, 자, 간다. 맛있는 스튜를 위해서!
모노마크 : 발이여, 전신 멜칼트여, 지켜봐주시기를.
하밀 : 열심히 해볼까나, 맛있는 스튜를 위해서.
타르트 : 좋은 마음가짐이다! 여신의 가호가 함께 할지니!
▣ 전투 1-3 채석장(石切場)
승리 조건 |
적의 전멸 |
패배 조건 |
아군의 전멸 |
보너스 조건 |
하밀이 적 2개체 이상 격파 |
적 유니트 |
깡충토끼(トビウサギ,LV2) x 2 벌(ホーネット,LV1) x 1 생쥐(ネズミ,LV2) x 1 회색토끼(モノクロウサギ,LV2) x 1 회색토끼(モノクロウサギ,LV1) x 1 깡충토끼(トビウサギ,LV3) x 1 |
특이 사항 |
모노마크의 공격력이 뛰어나므로 반격으로 적을 쓰러뜨리지 않도록 배치에 주의하며 하밀에게 마무리를 주어 보너스포인트를 획득하자. |
보물 상자 |
보물상자 : 밀짚모자(麦わら帽子) |
타르트 : 아아, 배부르다. 토끼 고기 스튜라는 것은 정말로 맛있구나!
하밀 : 그러네.
타르트 : 하밀은 더 안 먹는 거냐? 식사량이 적구나.
하밀 : 네가 배부르면 그걸로 됐어.
모노마크 : 흥, 한 사람의 남자라면 더 먹어야 하는 법! 식사가 적으니 힘도 안 나오는 겁니다.
들 토끼 상대로 이 꼬락서니라니요!
모노마크 : 제 지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모양이군요…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타르트 : 뭐, 거기 영감의 말엔 전면적으로 동의야. 너, 정말 글러먹었구나.
발카가 사상 최약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야.
디온 : 어이, 어이. 너무 괴롭히지 마. 그다지 검을 써야만 하는 시대도 아니고 말야.
디온 : 하밀에게도 뭔가 특기 같은 게… 뭐, 이 녀석 머리도 나쁘지만.
하밀 : 아하하, 너무 하네. 맞아, 디온. 내 몫 말인데 괜찮으면 가데메아의 교실에 가져가도 될까?
하밀 : 학교의 모두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모두 배고파 하고 있을 테고.
모노마크 : 하밀님… 당신이란 분은… 그럼, 내 몫도 더해라.
타르트 : 흠, 가데메아란 학교에 배를 굶고 있는 신자들이 있는 건가. 그럼, 내 몫도 주도록 하지.
디온 : 흥, 아무래도 좋지만. 하밀은 여전히 사람이 좋구만. 너희들도 하밀을 따라 할 필요도 없는데…
디온 : 하지만 뭐, 내 몫은 눈꼽 만큼도 안 줄 거니까. 크큭
디온 : 아파, 잠깐, 뭐 하는 거야?
타르트 : 흥, 이 아름다운 흐름에 찬물을 끼얹다니. 이 치사한 놈.
디온 : 남의 두 배를 먹은 네게 듣고 싶진 않은데.
타르트 : 뭣! 신이 공물을 마음껏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내 신도(信徒)주제에 그 무슨 불손한 소리를!
하밀 : 워, 워. 타르트. 여기는 일단 참아. 디온이 없으면 이 장소도 몰랐을 테니까.
디온 : 그렇단 말씀. 사람의 선의라는 것은 강요할 수 없고 정보는 공짜가 아니라구, 아가씨.
디온 :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그야 신님이라면 잘 알고 있을 테지.
타르트 : 으으으…
하밀 : 디온도 그 정도로 해둬, 그럼 사냥감을 가지고 모두 함께 가데메아에 가자.
디온 : 그렇군. 내 몫은 주지 않을 거지만 옮기는 정도라면 도와주지.
하밀 : 고마워, 디온.
디온 : 뭘, 불알친구라면 이 정도는 당연하지. 토끼 고기는
아직 당장 상하지 않겠지만 빨리 옮기면 더할 나위 없으니까.
디온 : 그럼 얘기 끝났으니, 또 보자구, 여신님. 하밀 토끼를 옮기자!
하밀 : 응!
타르트 : 앗, 야, 나를 두고 가지 마! 기다려, 기다리라고 하잖아!
모노마크 : 솔직히 하밀님의 생각은 이 늙은이의 생각으론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모노마크 : 피가 들끓는 나이일 텐데도… 욕심이 없는 건가. 어쩌면 복수도
증오도 잃어버리고 속세의 일에는 흥미를 잃어버린 건가…
모노마크 :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사욕 없는 행동엔 어딘가 인덕과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데…
모노마크 : 저 분은 역시 발카가의 당주가 되실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 과대평가일까…
하밀 : 모노마크, 뭐 하고 있어? 어서 와.
디온 : 할배, 언제까지 폼 잡고 있지 말라고!
모노마크 : 하밀님… 곧장 가겠습니다!
타르트 : 아아, 가데메아라는 건 여기를 말하는 거였구나. 지금은 학교가 되어있는 건가.
타르트 : 어라? 정원의 한 편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있군…
디온 : 응, 얼마 전부터 바위를 쪼개는 기술을 배웠어. 아무래도 나무 쐐기로
바위를 때려서 쪼개는 고대의 기술이 있다고 하던데.
디온 : 뭐, 말도 안 되지만 말야. 하밀이라도 알 수 있는 거잖아? 그런 거 무리인 게 당연하지.
하밀 : 하하, 아무리 나라도 나무보다 돌이 단단한 것은 안다구.
타르트 : 후훗, 그렇지만도 않아. 가데메아는 꽤 재미있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군.
하밀 : 타르트는 알고 있는 거야?
타르트 : 신은 만물박사다. 특히 아주 옛날의 일들은 잘 알고 있지…
디온 : 하하하, 기껏해야 마법이나 써서 깨는 걸 테지?
타르트 : 뭐, 시간을 들이는 방법이라면 물이겠네…
디온 : 물? 그러고 보니 어제 바위에 뿌렸던 거 같은데… 아니, 아니. 그럴 리 없어!
하밀 : 나무 쐐기와 물인가…
타르트 : 뭔가 알아챈 모양이구나.
하밀 : 아하하, 알리 가 없잖아… 무리야, 무리인 게 당연해.
디온 : 그렇지? 아하하!
모노마크 : 크흠, 가데메아는 신성한 학교입니다. 시끄럽게 소란 피는 건 가급적 피해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타르트 : 지금에는 이곳이 그렇게 중요한 장소인 건가? 낡은 건물인 것은 알고 있지만…
모노마크 : 가데메아는 정식으론 가데메아 폐병원 부속직업훈련학교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모노마크 : 선대 총독이었던 하밀님의 아버님, 핫슈둘발님이 창립하신 시설입니다.
타르트 : 폐병원이란 건 뭐지?
디온 : 쓸모가 없어진 병사들의 지원하는 시설이야. 이런 할배 같은 병사를 쫓아내기 위한 시설이지.
모노마크 : 뭐시라!
디온 : 헤헷, 거짓말은 아니잖아. 뭐, 쓸모없어진 사관을 좌천시키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지만.
타르트 : 그렇군. 하지만, 학교라고도 하지 않았어? 학교라는 건 분명 아이들이 모여서 배우는 곳이잖아?
모노마크 : 폐병원으로서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말이죠,
지금 현재는 독립적 직업훈련학교로서 운영하여 수입을 얻고 있는 겁니다.
디온 : 좌천당한 사관이나 은퇴한 병사가 선생님이 되었다는 거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일을 시켜 그 벌이를 가로채는 장사를 한단 말씀.
모노마크 : 네 말투는 일일이 신경을 거슬리는구나.
타르트 : 과연. 병사들이 가르치는 입장으로 되어 있는 장소인가. 그거라면 알고 있어.
사람을 가르쳐 이끄는 병사들. 우리들은 과거에 그것을 [교도대(敎導隊)]라고 불렀지.
모노마크 : 뭣!
타르트 : 모노마크여, 이곳은 다시 말해 너희들이 교도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거로군?
모노마크 : 지금, 우리들을 교도대라고 했나… 그 말을 들은 것은 핫슈둘발님께 들은 후 처음이다…
타르트 : 후후, 뭘 놀라고 있는 거지? 희한한 얘기도 아니잖아.
우리들도 옛날엔, 교도대와 마찬가지였다는 얘기인데.
디온 : 아하하, 신님이 병사였다는 거야? 재미있는 얘기네.
타르트 : 나의 어머니적의 얘기지만 말야. 너희들 인간을 지키고, 가르치고 이끄셨다.
나 참, 은혜도 모르는 막돼먹은 놈들이.
하밀 : 후훗, 그거 재미있는 얘기네. 모노마크는 어떻게 생각…
모노마크 : …설마… 당신은… 정말로…
??? : 후훗, 누가 막돼먹었다고요?
하밀 : 아, 에네아데스 선생님!
디온 : 우앗, 성가신 녀석이 왔다.
타르트 : 뭐지, 너는?
에네아데스 : 처음 뵙겠습니다. 이방자분. 저는 이 가데메아의 교장, 에네데아스라고 하는 자입니다.
바깥이 소란스럽기에 무심코 나와 보았습니다.
타르트 : 그렇군, 네가 교도대의 대장이란 거로군.
에네아데스 : 그것을 어디서… 설마, 발카가와 인연이 있으신 분인가요?
타르트 : 인연이고 자시고 너희들의 신, 타르트님이다! 발(バァル)님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하밀 : 타, 타르트… 그런 것은, 되는 한…
에네아데스 : 신… 말입니까. 그게… 아무리
그래도… 쉽게는 믿기는…
타르트 : 하밀이 시끄럽게 잔소리하니까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지만. 슬며시 경의를 표하도록 해라!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이건 대체… 사정을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모노마크 : 사정이고 자시고, 나는 하밀님에게 부탁을 받아서
토끼 고기를 여기에 가지고 온 것뿐이라서 말야… 자, 너에게 주마.
하밀 : 받으세요, 에네아데스 선생님.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 사냥으로 획득한 고기입니다.
디온 : 나, 나는 안 줄 거니깐. 이런 다 쩨쩨한 학교에 땡전 한 푼 투자할까보냐.
에네아데스 : 아아, 여러분, 이거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디온군에겐 나중에 그 몸으로 듬뿍 공헌 받도록 하지요.
디온 : 어, 어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토끼 고기는 잘 받았습니다. 그 이외의 사정에 대해서도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순서에 따라서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모노마크 : 본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정신 나갔다며 거절할지는 네 나름이다.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됐어…
모노마크 : 다소 지쳤군. 오늘은 검술 훈련도 없지만 대기실에서 쉬도록 하겠어. 그럼 이만 실례하지.
에네아데스 : 하아, 뭐. 알 수 없다는 것도 또한 훌륭한 정보이긴 합니다만…
타르트 : 에네아데스여. 조금 흥미가 생겼다. 안을 안내하도록 해라.
에네아데스 : 흠… 어쩌죠. 저희 같이 깨끗하지 않은 학교에 신님을 안내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일지도 모르고요.
타르트 :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발 신전이 엉망인 것은 이미 보았고 말야, 하하!
에네아데스 : 저기… 기분 상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만…
에네아데스 :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이 학교를 맡고 있는 몸인 이상,
아무런 보증도 없이 알지도 못하는 자를 들이는 것은 꺼려집니다.
하밀 : 선생님, 타르트는 저의 손님입니다. 제가 동행할 테니 가능하면 배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타르트 : 음, 걱정 마라. 발카가와 우리들은 언제나 항상 사이가 좋은 관계다.
어젯밤도 이 녀석과 침상에서,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고 말야.
디온 : 뭐라고! 하밀 너, 이 자식!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잖아?
에네아데스 : 호오, 하밀군도, 얕볼 수 없네요.
디온 : 으윽, 둔한 줄 알았던 하밀이 나보다도 훨씬 먼저 앞서 가버리다니!
디온 : 역시 그거냐, 빠릿빠릿하면 인기 없다는 거냐! 남자는 좀 멍한 구석이 있는 게 좋은 건가! 젠장, 그랬던 거냐!!
하밀 : 하하, 그렇게 소란 피지 않아도… 들판에서 누워 잔 것뿐이야.
에네아데스 : 뭐, 하밀군과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라면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게 굴 수만도 없겠네요.
타르트 : 음, 우리의 사이를 알아 살피도록.
하밀 : 하하하…뭐가 그렇게까지 라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선생님.
디온 : 뭐야, 이건!? 에네아데스 교장님은 웃는 얼굴을 하는 것치곤 규칙에는
엄한 고지식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쉽사리 그런 걸 인정하는 거야?
에네아데스 : 뭐, 하밀군은 성적은 그렇다 쳐도 일상생활에서는 성실한 소년이니까요.
이성과의 교류를 가져도 문제는 없을 테지요.
에네아데스 : 것보다 또 하나 해결해야만 할 안건이 있으니 지금은 그것을 우선할까 해서요…
디온 : 뭐야, 또 하나의 안건이란 건?
에네아데스 : 방금 전, 바깥이 시끄러워서 나왔다고 했죠? 실은 지금 막 국어의 수업이 시작한 참이거든요.
디온 : 그게 어쨌는데?
타르트 : 호오, 수업을 하고 있는 참이었나. 한번 보고 싶군.
에네아데스 : 그러자, 바깥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야할 터인 제 학생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그것도 두 명이나.
디온 : 윽, 알았다! 너, 구태여 말하자면 나와 하밀을 잡으러 온 거냐!
에네아데스 : 네, 그런 겁니다.
하밀 : 하하, 곤란하게 됐네.
디온 : 벼, 별로 땡땡이 친 건 아니야. 우리들, 노역이라던가,
토끼 사냥이던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말야… 헤헤.
디온 : 그럼, 그런 까닭에 나는 도망치겠어, 하밀!
에네아데스 : 기다리십시오!
디온 : 으아아, 노, 놓으라고!
에네아데스 : 사정이란 것은 이미 끝났잖습니까.
그럼 아무 문제없겠군요.
디온 : 아야야, 교장님, 너무 쎄다구!
에네아데스 : 여기까지 와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제대로 학습하고 가도록 하세요.
디온 : 뭐가 학습이냐, 제대로 일만 시키는 것뿐이면서!
에네아데스 : 그 무슨 말씀을, 실전을 체험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직업훈련학교이니까요, 자, 가볼까요.
타르트 : 흠, 그렇군. 선생님이라는 것은 꽤나 힘을 사용하는 일인가 보군.
에네아데스 : 그렇습니다. 힘을 쓰지 않으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타르트 : 과연, 잘 알겠어.
하밀 : 아하하, 약간 오해를 하고 있는 느낌도 드는데…
에네아데스 : 좋습니다, 그럼 다음.
가데메아 학생 A : 기나긴 행군의 여행이 끝날 즈음, 나는 병사에게서 소송을 받아 군법회의에 회부되게 되었다.
가데메아 학생 A : 원인은 내가 어느 병사를 때린 것에 있었다. [사령관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다]라고
규탄을 받았던 것이었다.
에네아데스 : 좋습니다, 다음.
가데메아 학생 B : 재판장에서 나는 나를 고소한 병사에게 당시의 사실을 물었다.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
가데메아 학생 B : 전투에 지고 적에게 쫓기고 있던 도중, 사령관인 내가 [빈사의 병사를 옮겨라]라고 명령했다고.
가데메아 학생 B : 그는 한동안 그 병사를 옮겼지만 도중에 지쳐서 구멍에 묻어버리려고 했다.
그것을 나에게 호통을 듣고 구타당했다는 것이었다.
에네아데스 : 좋습니다, 그럼 다음.
가데메아 학생 C : 나는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내고 그에게 말했다. [그 때, 병사는 빈사상태이긴 했어도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그를 산채로 묻으려고 했다.]
가데메아 학생 C : [그래서 어쨌단 거냐, 그 후, 녀석은 곧 죽어버렸다고.] 병사는 말했다.
에네아데스 : 좋습니다, 다음.
타르트 : 어이, 네 차례아니야, 하밀?
하밀 : 아, 응, 맞아, 나다.
에네아데스 : 이런, 이런. 아직 잠들 시간이 아닙니다, 하밀군.
가데메아 학생 일동 : 키득키득…
하밀 : 그러니까, 사, 사람은, 모두 죽, 죽는다. 친구들은, 새, 생매장을 당한다, 그리고, 그러니까, 뭐야 이거. 무섭네.
에네아데스 : 무서운 것은 당신의 국어실력입니다, 하밀군.
게데메아 학생 일동 : 하하하하.
하밀 : 아하하, 그러네요.
에네아데스 : 갑작스럽긴 하지만 당신은 어떻습니까? 본래 파피루스 문서는
꽤나 오래된 것으로 지금에 와서는 읽기 어려운 문체라고 생각합니다만…
타르트 : 흥, 고대 왕국의 말을 고문(古文) 취급하지 마라. 나에게 있어선 지금도 살아있는 문자다.
뭐, 간곡히 부탁하니 읽어주지.
타르트 : 나는 그에게 말했다. [사람은 모두 언젠간 죽을 테지. 하지만, 곧 죽는다고 하여
빈사의 전우를 산채로 묻어버리는 것은 결단코 용서받지 못한다]라고.
타르트 : 나의 이야기를 들은 병사들은 모두 그를 비난하며 들끓었고 [저 자식을 더 패라!
아직도 매가 부족한 모양이다!]라고 소란을 피워 결국 나의 재판은 집행되지 않았다.
타르트 : 흠, 왠지 이상한 결말이군. 바보같은 군대의 기묘한 에피소드 라고 해야 하나…
에네데아스 : 매우 훌륭합니다. 잘 읽으셨군요. 그리고 쓸데없는 촌평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타르트 : 음, 쓸데없는 태클은 하지 말란 소린가.
에네아데스 : 그럼, 지금 읽은 부분을 수기복사를 해주십시오. 가능한 정성을 다해서,
특히 옮겨 적는데 철자가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십시오.
가데메아 학생 일동 : 네, 선생님.
에네데아스 : 저는 상급 클래스 쪽을 지도하고 오겠습니다. 집중해서 옮겨 적는데 전념하시길.
하밀 : 칭찬받았네, 타르트.
타르트 : 당연하지. 여신이란 것은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다.
국어의 수업이란 것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수를 할 수는 없지.
하밀 : 국어는 읽는 법이나 철자법을 배우는 거야.
타르트 : 그것쯤은 이해했어. 하지만 어째서 과제로 저런 이야기를 선택하는 거지…
하밀 : 아아, 군대가 활약하는 이야기?
그 외에도 병법서 등도 자주 사용하고 있어.
타르트 : 읽는 법이나 철자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좀 더 간단한 것을 쓰는 게 좋지 않나?
하밀 : 뭐, 내 탓이겠지…
타르트 : 네 탓?
하밀 : 나는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 총독의 아들이야. 몸을 지키기 위한 검술이나 마술을 배우는 것은
용인되고 있지만 전쟁이나 병법에 관해서 배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하밀 : 그 때문에 가데메아에서도 군사에 관한 수업은 허락되지 않고 있어.
타르트 : 아아, 그래서 국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건가. 눈물이 날 정도의 노력이로군.
하밀 : 애당초 퇴역 군인이 만든 학교이니까.
타르트 : 그들로서는 조금이라도 네가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걸 테지.
하밀 : 솔직히, 면목이 없을 정도야…
하밀 : 검도 쓰지 못해, 마법도 쓰지 못하면 병법을 배워서 사령관이 되어만 준다면… 이란 생각이겠지만,
이런 공부도 전혀 좋아지질 않아서 말야.
하밀 : 전혀 늘지를 않아, 아하하.
타르트 : 이런, 이런. 네 구제불능은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디온 : 아아! 이제 더는 싫어!! 매일 교전뿐이야! 몇 번이나 옮겨 적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건데!!
에네아데스 : 신성교단의 교전은 가격이 높아서 말이죠. 제대로 일 해주세요.
타르트 : 저건, 뭐하는 거지?
하밀 : 읽고 쓰기가 가능하게 된 학생은 책 한권을 전부 수기복사 하는 일을 하고 있어.
하밀 : 쓰는 것으로 내용이 머리에 기억되고 학생이 수기복사한 사본은 팔면 꽤 좋은 벌이가 되거든.
타르트 : 그렇군…
디온 : 젠장, 나만 마구 부려먹고! 토끼고기를 주지 않을 것을 그렇게나 앙심을 품고 있었던 거냐?
어네아데스 : 어라, 그런 일도 있었더랬죠, 후후.
디온 : 아닌 척 하는 게 다 보이거든!!
에네아데스 : 뭐, 미래의 현자님께선 부디 신성교단의 위대한 교의(敎義)등도 배워주시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디온 : 우리 집은 구태여 말하자면 철학자의 집안이야. 결단코 종교가가 아니라고!
에네아데스 : 다른 분야를 배우는 것으로 보다 이해가 깊어지는 일도 있잖아요?
디온 : 하지만 이런 걸로 감이 안 온다고. 현자의 집안 태생이라고 해서,
내가 설마 대현자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에네아데스 : 틀렸나요?
디온 : 틀리거든-! 요즘에 그런 건 전혀 인기 없잖아! 나는 좀 더 다른 것을 목표로 할 거야!
에네아데스 : 하아, 인기 인가요… 그럼 바람둥이 지망인가요?
디온 : 틀려-! 노래하고 춤추는 현자님… 일려나?
에네아데스 : 아아, 음유시인인가요. 괜찮은 거 같군요.
디온 : 무사(ムーサ)의 영감을 얻어. 뜨거운 정열을 노래로 만들어 주지!
뭣보다 음유시인이라던가 진짜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니까.
에네아데스 : …그 부분에 관해선 타협이 없군요.
디온 : 들었어. 서쪽 끝의 섬에선 전설의 음유시인이라는 녀석이 인기만점이란 듯하더군.
뜨거운 정열으로 얼음산 하나를 통째로 녹인 후 드래곤까지 반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에네아데스 : 아아, 이상한 유행가라도 들은 모양이군요. 정말 당신은 영향을 쉽게 받는 체질이네요…
디온 : 그런 까닭이니까 이제 그만해도 되지? 이거?
디온 : 이 교전을 옮겨 적는 것, 벌써 몇 번째인 줄 알아! 충분히 배웠어,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을 정도야!
에네아데스 : 할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이게 끝나면 다른 책을 복사하게 해주죠.
최근 제국의 호사가에게서 입수한 매우 희소한 책입니다.
디온 : 뭐야, 또 신성교단의 것은 아니겠지? 이 세상의 끝이라는 둥, 신의 심판이다 라는 둥,
저세상이라는 둥, 지옥이라는 둥, 짜증나는 것은은 이제 싫다고!
에네아데스 : 아니요, 이게 꽤나 전문가들이 좋아할만한 책이라서 말이죠.
관능적이랄까, 아이들에겐 자극이 너무 강하다랄까…
에네아데스 : [사랑의 속임수]라고 합니다만… 들은 적 없나요?
디온 : 뭐, 뭐야? 그거, 들은 적이 있어! 내용이 과격해서 제국에선 꽤나 전에 발매금지된 책이잖아!
에네아데스 : 네. 여성의 헌팅방법, 얼마나 정열을 높이고 얼마나 사랑을 나눌 수 있는가를 다룬 안내서지요.
디온 : 즉, 그걸 읽으면 인기만점이 된다는 책인가?
에네아데스 : 네, 이걸을 일기만 한다면 연애에 관해서는 천하무상의 실력이 된다던가 하더군요.
디온 : 우오오, 할래, 하게 해줘! 교전은 당장 복사할 테니까! 그거야말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거야!
에네아데스 : 오오, 할 맘이 드셨군요. 이 책도 은밀히 팔면 비싸게 팔수가 있고
물론 팔 때에는 언제나처럼 수고료를 드리지요.
디온 : 그래! 완전 할 맘이 나는 걸! 당장 교전을 복사해버리겠어!
에네아데스 : 후후, 그 기세입니다!
타르트 : 크크, 사악한 녀석들이구만. 이교의 교전에서부터 수상쩍은 책까지 분별이 없는 걸.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장소라고는 생각할 수 없군.
하밀 : 그것도 많은 직업 훈련 중의 하나야.
학교도 돈을 벌어먹고 살아가야 하니까.
에네아데스 : 그 말대로입니다.
타르트 : 우아앗, 갑자기 이쪽으로 왔다!
에네아데스 : 지금 하밀군의 이야기로 잘 이해가 되셨습니까? 타르트군.
하밀 : 제 설명, 듣고 계셨군요…
타르트 : 타르트군?
에네아데스 : 당신도 학교에 들어온 이상, 제 학생이니까요.
타르트 : 그, 그런 거냐?
에네아데스 : 하지만 뭐, 타르트군이라 하는 건 하밀군 정도로 어울리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에네아데스 : 하밀군은 이미 익숙해져버려서 그가 훌륭해진 후에도 계속 이렇게 부를 생각입니다만.
하밀 : 저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타르트 :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 이곳의 짜임새가 신경이 쓰이는군. 재미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인 듯한데.
에네아데스 : 네, 이 빈곤한 학교는 직업훈련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일을 하게 해, 운영자금을 얻고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그 대신에 매달 강의비는 무료고, 벌이의 일부는 학생에게도 나눠줍니다.
타르트 : 호오, 무료로 가르쳐주고 돈까지 주는 건가, 통이 크군.
에네아데스 : 어차피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 빈곤학교인 터라 대단한 액수는 아니지만요.
에네아데스 : 하지만 자식이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 부모도 기쁘게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일손인 학생이 잔뜩 모여 주면 학교도 윤택해집니다.
에네아데스 : 결과적으로 이런 빈곤한 마을에서도 교육을 배울 수가 있으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짜임새죠.
에네아데스 : 뭐, 그 대신에 다소 돈벌이에 우선이 된다 랄까, 저급한 일에도
손을 되게 됩니다만…
타르트 : 과연, 다소 쩨쩨하단 기분도 들지만 그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방법인걸.
에네아데스 : 마음에 드셨나요.
타르트 : 시끌벅적해서 즐거울 듯해. 나쁘진 않군. 그건 그렇고 누가 생각해낸 방법이지?
에네아데스 : 이렇게까지 만든 것은 저입니다만 애당초는 전 총독 핫슈둘발님…
하밀님의 아버님의 생각입니다. 위대하신 분이셨습니다…
타르트 : 그런가, 하밀의 아버지인가…
모노마크 : 수업 도중에 실례하지. 교장은 있는가?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왜 그러죠?
모노마크 : 지금 막, 제국병사에게서 통지가 있었다. 잠시 따라오겠나, 상담할 게 있어.
에네아데스 : 마침내… 온 건가요, 이런, 이런.
에네아데스 : 자, 여러분, 당분간 자습을 해주십시오.
타르트 : 왜 그러지? 뭔가 좋지 않은 표정이었는데 하밀은 뭔지 알아?
하밀 : 글쎄…
타르트 : 디온은?
디온 : 내일은 발 대축제일이니까. 분명 제국은 축제가 시작하기 전에 이 학교를…
타르트 : 뭐야!? 발 대축제는 내일이었어!?
그게 이 학교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디온 : 아, 아니, 아무리 입이 가벼운 나라도 그 이상은 말 할 수가 없다고, 헤헤.
타르트 : 야, 그렇게까지 떠들고선 지금 와서 입 다물다니! 에잇, 강제로라도 입을 벌려서 말하게 해주지!!
디온 : 우왓, 무슨! 아야야야…
타르트 : 입 다무는 건 요 입이냐, 요 입이 나쁜 거지? 어디까지 늘어나는지 시험해주지.
디온 : 우아아, 후아미웅… 우아우케 애와…
하밀 : 타르트, 디온의 입을 아무리 잡아 댕겨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게다가 선생님이 조용하라고…
타르트 : 흥,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테…
에네아데스 :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타르트 : 우아아앗.
에네아데스 : 얌전히 있었습니까?
타르트 : 무, 물론이지, 아하하.
디온 : 이번만은 덕분에 살았어, 교장.
에네아데스 : 그럼, 수업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 전에 여러분들에게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방금 전, 제국군으로부터 통고가 있었습니다. 가데메아, 정확히는 가데메아 폐병원 부속 직업 훈련 학교는
오늘을 기해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가데메아 학생 일동 : [그럴 수가!], [설마], [뭐라고!?], [말도 안돼],
[거짓말이지], [너무해], [횡포다!], [믿겨지지 않아]
타르트 : 뭐야? 갑자기 폐쇄하는 거야? 막 보러 온 참인데.
에네아데스 : 제국군으로부터의 명령입니다. 이것만은 어쩔 방도가 없습니다.
디온 : 역시 폐쇄인가. 뭐, 여러모로 밉보였으니까 말이지…
하밀 : 아쉽…네요.
에네아데스 : 네, 매우 아쉽습니다. 핫슈둘발님께 이 학교를 위탁받은 이후, 솔직히 제대로 쉴 날이 없었습니다…
에네아데스 : 언제나 빈곤하고 몇 번이나 문을 닫을 뻔 하면서…
그럼에도 오늘 이 날까지 열심히 계속해왔습니다. 솔직히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입니다.
에네아데스 : 하지만 오늘이라는 날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제가 드릴 마지막 수업이 있습니다.
부디 밖으로 나가 수업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에네아데스 : 그걸 끝으로 여러분들을 일단, 이 학교에서 배웅하고자 합니다.
하밀 : 배웅…?
에네아데스 : 네, 가데메아가 폐쇄되기 전에 여러분은 자신들의 의지로 당당히 걸어 나가는 겁니다.
이 가데메아에서 졸업을 하는 겁니다.
에네아데스 : 그럼 최후의 수업이 되겠습니다. 라고는 해도 이전 수업의 나머지 수업입니다.
에네아데스 : 바위의 절단 방법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배워보고자 합니다.
하밀 : 이게 최후의 수업…
디온 : 어이, 어이. 마지막이 그런 걸로 괜찮은 거야? 좀 더 도움이 되는 걸 가르쳐 달라고.
에네아데스 : 네, 이 수업이 바로 그겁니다.
에네아데스 : 지금 시대에선 석재는 갖가지 건설현장에서 중요시되어집니다.
에네아데스 : 신전이나 교회를 세우고, 도로나 다리를 만들고, 상수도나 하수도를 정비하는데도 사용되어 집니다.
에네아데스 : 알고 있다시피, 돌은 매우 넘쳐나지만 그 취급은 의외로 어렵습니다.
매우 단단해서 원하는 크기로 잘라 내는 것은 꽤나 어렵죠.
디온 : 그런 건 누구나 알고 있어.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에네아데스 : 디온군은 여전히 성급하군요. 물론 지금부터 모르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디온군은 어떻게 돌을 잘라내는지 알고 있습니까?
디온 : 흥, 그런 것쯤 간단하지. 돌보다 단단한 금속의 연장을 때려넣어 쪼깨면 돼.
에네아데스 : 정답입니다. 현재 신성제국의 석공들은 대개 그 방법을 돌을 자르고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그럼 하밀군. 단단한 금속 연장이 없던 시대나 훨씬 단단한 돌의 경우는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나요?
하밀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디온 : 헤헷, 좀 더 편한 방법이 있다구.
디온 : 맘에 드는 크기의 돌들을 오래된 신전에서 빼돌리면 바위를 자를 필요도 없어.
우리들이 매일 하는 일이지, 그치, 하밀?
하밀 : 응… 맞아, 그랬었지…
에네아데스 : 분명 그게 가장 효율 좋은 해결책이네요. 신성제국은 태고적의 신전을 파괴하고
석재를 빼내어 그들의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말이죠.
타르트 : 그 무슨 천벌 받을 짓을!
에네아데스 : 뭐, 인간은 편한 것을 배우게 되면 아무래도 그것만을 고집하는 버릇이 있어 종래의 방법은 잊어버리고 맙니다.
에네아데스 : 정답이 나오지 않아서 제가 직접 말하지요. 실제론 나무 쐐기와 물로 바위를 부수곤 했습니다.
물을 머금은 나무 쐐기가 부풀어 오르는 힘을 이용해서 말이죠.
디온 : 아하하, 나무쐐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전에도 들었지만 말도 안된다구. 나무가 돌을 쪼개다니. 불가능해.
에네아데스 : 그런가요… 그럼, 잘 봐두세요!
디온 : 어이, 어이. 진짜냐! 잘 보니 바위에 금이 가 있잖아! 나무 쐐기 때문에 금이 간 건가!?
하밀 : 대단해…
타르트 : 후훗, 잘 기억하고 있었구나, 인간들이여.
디온 : 어이! 이건 가장 단단한 화강암이잖아. 이것에 금이 가다니, 실제론 마법을 사용한 거 아니야?
에네아데스 : 아니요, 마법이 아닙니다. 바위의 균열 틈에 나무 쐐기를 끼워 넣은 뒤,
물을 잔뜩 뿌려 하룻밤을 놔둔 것뿐입니다.
디온 : 정말이냐… 말도 안돼.
에네아데스 : 부디 여기를 나가서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이게 [지식의 힘] 입니다.
가데메아에서 계속 여러분에게 가르친 것입니다.
에에아데스 : 저도 마법을 배우는 몸입니다만 솔직히 말해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에네아데스 : 마법은 너무나도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며, 불안정합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에네아데스 : 하지만 지식은 다릅니다. 배우는 것은 누구나가 접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의 힘을 몇 배이던 향상 시킬 수가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말 그대로, 지식이야말로 우리들을 인간답게 하며 짐승으로 남지 않게 하는 것…
에네아데스 : 알면 알수록 무력한 인간을 강하게 하며 전하면 전할수록 만인을 평등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그 효과는 절대적입니다.
에네아데스 : 그렇기에 저는 가능한 지식을 수집하여 여러분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서 끝입니다.
에네아데스 : 부디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데메아의 교장인 저는 잃어버려가는 인간의 예지(叡智)를 지키고 싶었다.
에네아데스 : 그게 가데메아라는 장소를 지키고 싶었던 이유이며,
설령 이 장소가 사라지더라도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라는 것을.
에네아데스 : 그리고 여러분들에겐 졸업한 후에도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시선을 향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에네아데스 : 신성제국은 이 가데메아만이 아니라, 각지에서 학교를 폐쇄하고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신의 나라가 도래하는데 필요하지 않다, 라는 이유로 갖가지의 서적을 불태우고
많은 사람들의 예지를 이 세계에서 없애고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신성제국에게 있어서 일반시민이 쓸데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죄악시 합니다.
모든 사람이 지식을 버리고 옷을 입은 짐승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에네아데스 : 신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면 된다고 하는 겁니다!
에네아데스 : 크흠. 다소 흥분을 했군요. 교사라는 입장 상, 중립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말이죠.
에네아데스 : 자 그럼, 여기에 모인 학생일동에게 최후의 가르침을 전해야만 하겠군요.
에네아데스 : 지금, 나무 쐐기를 단단한 바위에 끼워 넣고 금이 가게 만드는 방법을 보였습니다만
물론 대충 쐐기를 박기만 해서는 이렇게는 되지 않습니다.
에네아데스 : 제대로 돌을 조사하고 강점, 약점을 파악하고, 가장 쪼개지기 쉬운 균열점에 쐐기를 박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에네아데스 : 그럼, 하밀군.
하밀 : 네.
에메아데스 : 거기 있는 검을 잡아주겠습니까.
하밀 : 영차, 이러면 되나요?
에네아데스 : 잡았으면 바로 앞에 보이는 쐐기를 있는 힘껏 내려쳐주시겠습니까?
하밀 : 저기, 이 쐐기 말인가요?
에네아데스 : 네, 그겁니다. 있는 힘껏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밀 : 알겠습니다. 에잇!
디온 : 아하하, 뭐야 지금 그 힘 빠진 일격은?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잖아!
하밀, 그건 너무 하잖아? 좀 더 허리에 힘을 넣어보라고!
모노마크 :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봐라.
디온 : 엣?
디온 : 말도 안돼, 바위가 조각이 났잖아…
에네아데스 : 이 같이 설령 작은 힘이라도 시간을 들여 좀 더 약한 부분을 찾아서 힘을 한 점에 집중을 한다면…
에네아데스 : 단단하고 커다란 바위도 산산조각을 낼 수가 있습니다.
에네아데스 : 잘 들으세요. 중요한 것은 힘을 저축하는 것, 최적의 시기와 장소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잊지 말아 주십시오…
하밀 : 고마워요, 선생님. 놀랐지만 매우 도움이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하밀 : 하지만, 제가 이런 커다란 바위를 쪼개는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타르트 : 어리석은 놈! 이 교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거냐?
에네아데스 : 후훗, 무슨 얘기인가요? 제가 최후에 가르친 것은 커다란 일을 능숙하게 이루기 위한 요령입니다.
에네아데스 : 물론. 넓은 세계에 발돋움을 할 여러분에게 맞춘 일반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네아데스 : 자, 여러분, 이해가 되었다면 여기서 수업은 종료입니다. 가데메아의 가르침은 모두 배웠다고 인정하겠습니다.
에네아데스 : 부디 가데메아의 졸업생으로서 귀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타르트 : 이야, 돌의 절단방법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훌륭하게 쪼개질 줄이야…
너도 구제불능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는 걸.
하밀 : …
타르트 : 에네아데스라고 했었나… 그 녀석, 궁지에 몰린 눈을 하고 있었더랬지. 어째서 호응을 해주지 않는 거냐?
하밀 : …
타르트 : 자신이 없는 거냐? 뭘, 내가 붙어 있잖아. 여신님의 가호가 있는 거야.
다소 바보 같은 점을 커버해줄 정도로 말이지. 이건 대단한 거라구.
하밀 : …
타르트 : 왜 그러냐, 하밀? 아까부터 계속 입 다물고.
하밀 : 너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
타르트 : 계속일 게 당연하잖아. 게다가 내일은 발 대축제잖아? 주역인 내가 빠질 순 없지.
하밀 : 너는… 정말로 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하밀 : 가데메아는… 그 학교는 제국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어.
그게 갑자기 폐쇄되고 선생님이 그런 수업을 했어!
하밀 : 분명, 내일 축제는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거야…
타르트 : 그래서 어쨌단 거지? 발 대축제를 방해하는 녀석은 내가 직접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혼을 내주겠어!
하밀 : 네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잘 들어, 이제 돌아가. 더 이상은 책임을 질 수가 없어. 매우 위험하다고!
타르트 : 왜 그래, 상태가 이상한 걸. 내 신도인 주제에 뭘 그리 화내고 있는 거지?
하밀 : 뭐가 신도야… 디온도 얘기했잖아?
하밀 : 우리들은… 아니 나는 발 신전을 채석장으로 만들고 매일 부숴왔어.
하밀 : 커다란 신성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석재를 모으기 위해서 말야.
하하, 발의 최고 신관인 내가… 우스운 얘기지?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계속 연명해왔다고.
타르트 : 뭣… 어째서 그런 슬픈 얘기를 하는 거냐? 지금은 강제로 시켜서,
별 수 없이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럼 불문에…
하밀 : 시끄러워! 이제 진절머리가 나!
하밀 : 나는 이제 발 따위 믿지 않아. 여신 따위 믿지 않아!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하밀 : 자, 꿈같은 얘기하지 말고 이 마을에 두 번 다시는 오지 마!
하밀 : 자신이 여신이라던가 절대로 입에 담지 마! 제국의 병사가 들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타르트 : 하밀… 너는,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거냐…
하밀 : 너는 어딜 보더라도 평범한 여자아이야.
하밀 : 자, 여기서 신전의 뒤로 가. 구석 틈새에 평소에는 쓰지 않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그걸 사용하면 제국군에게 들키지 않고 마을 밖으로 나갈 수가 있어.
하밀 : 거기서 계곡까지 내려간 뒤에 강줄기를 따라서 걸어 도망쳐. 가능한 서둘러서 멀리까지 도망가야 해, 알았지?
타르트 : …알았어. 네가 믿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 세계에 내가 있을 곳은 없어. 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하밀 : 심한 소릴 해서 미안해. 가는 길 조심해.
타르트 : 짧은 기간의 체재였지만, 즐거웠다, 하밀. 너는 어땠지?
하밀 : …
타르트 : 그런가, 민폐였었나. 뭘, 금방 사라져 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럼 이만이다,
변변치 못한 여신이라서 미안했다…
하밀 : 안녕, 타르트.
타르트 : 안녕이다, 하밀. 다시 한번 더 만날 수 있던 것만으로도 기뻤다.
하밀 : …가버렸나. 미안 타르트. 사실은 나도 즐거웠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너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밀 : 하아… 오늘은 여러모로 일이 많았지만…
하밀 : 분명, 이걸로 된 걸거야… 타르트는 지금쯤 마을 밖으로 나갔을려나.
제국 병사 A : 찾았다!!
제국 병사 B : 당장 잡아라!
제국 병사 C : 놓치지 마라!
하밀 : 뭐, 뭐야? 아야야, 그렇게까지 잡지 않아도.
제국 병사 A : 자라스님, 위험분자를 잡았습니다!
자라스 : 제국군 동지 제군들, 수고했다. 신성교단은 자네들의 협력에 감사를 할 테지.
근면한 병사 제군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제국 병사 A : 모든 것은 와토스를 위해서!
자라스 : 이거, 이거. 하밀칼 전하. 처음 뵙는군요. 저는 신성교단 상급사제이며 제국군 정치장교인 자라스.
자라스 : 가능하면 전하께서는 자라스 동지라고 불리고 싶습니다만.
하밀 : 자라스… 동지.
자라스 : 좋아. 꽤나 솔직한 소년이군. 여기서 서로의 입장을 확실하게 해두도록 할까.
자라스 : 우리들 정치장교는 신성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이 몸도 마음도 바치는 것이 직무.
자라스 : 몸도 마음도 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가?
하밀 : 그게…
자라스 : 유일하며 절대적인 신 [와토스(ウァトス) ]를 믿으며 이 세상에
신의 나라를 실현하고자 밤낮 노력한다는 의미다.
자라스 : 이 타락한 세계에 신의 나라를!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밀 : 저기… 그게… 의미는 알겠습니다.
자라스 : 말귀가 통하는 듯하군. 다소 멍청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래서, 너는 어떻지? 우리들에게 찬동(贊同)하는 건가?
하밀 : 네… 물론…입니다. 저는, 신성제국의… 일원입니다.
자라스 : 음, 그래야 훌륭한 제국시민이지.
그럼 너를 하밀 동지라고 불러도 상관없겠지?
하밀 : 그, 그러세요…
자라스 : 헌데… 굉장한 망신이 아닌가? 어떤 기분이지?
자라스 : 아버지를 살해한 제국에 머리를 숙이고, 정치장교 따위에게 알랑거리는 것 말이지…
하밀 : 아하하… 이미, 지난 일…입니다. 나는 지금만 좋으면 그걸로…
자라스 : 크크큭, 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이 얼마나 연약하며 이 얼마나 무능한가!
이게 발카가의 후계자인가! 우습기 그지없군, 하하하하.
하밀 : 저기… 죄송해요.
자라스 : 하지만, 솔직히 그래서는 곤란한데 말야…
하밀 : 그건… 어째서인가요?
자라스 : 발카당(バルカ党)… 들은 적이 있지?
하밀 : …
자라스 : 핫슈둘발이 조직했었다… 라기 보다 대대로 발카가에 충성을 해온 지하조직이지.
자라스 :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에서 반정부활동을 계속해왔다.
자라스 : 다소 난폭한 제국병사나 다소 일에 열심인 징세관을 고발하거나
상황에 따라선 사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던 것을 너도 알고 있을 테지?
하밀 : …
자라스 : 하지만 요 최근, 눈에 띄게 활동이 격해져서 말야. 아무래도 이번 발 대축제가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분수령인 것 같아.
자라스 : 일제봉기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리들은 예상을 했다는 거야.
하밀 : 그래서… 나는 대체 무엇을…
자라스 : 하밀 동지, 나는 너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백을 증명해주었으면 하는 거야.
네가 미끼가 되어 쥐새끼들을 끄집어 내주길 바라.
하밀 : 미끼… 쥐새끼?
자라스 : 발카 당을… 반란군을 끄집어내기 위한 인질이라는 거지. 이해가 되었는가? 동지.
하밀 : 아아, 그렇구나, 그런 의미인가요! 아하하… 이런 평화로운 마을에서 반란이라니뇨.
그런 위험한 사람들이 올 리가 없어요.
자라스 : 그럼 불만은 없을 테지. 제국군에게 협력을 해라. 오늘부터 내일의 대축제까지 신병을 구속하겠다.
하밀 : 알겠습니다, 부디 좋으실 대로. 자라스 동지.
자라스 : 후후후, 질릴 정도로 솔직하군. 그럼 하밀동지에게만 알려주도록 하지.
자라스 : 우리들은 제국의 무서운 흑기사 부대, 골메스를 이끌고 왔다.
오늘 밤 어둠을 틈타서 마을에 끌어들이고 신전 안에 잠복시킬 생각이지.
하밀 : 골메… 저기, 뭐야 그게?
자라스 : 과거의 마법이 만들어낸 죽음의 군대, 무적의 괴물놈들이다.
얼마나 많은 반란군이 오건 간에 모두 몰살될 테지. 발 대축제는 제국군의 함정으로 기능을 하는 거다!
하밀 : …우으, 무섭네. 너무 겁주지 말아 줬음 하네. 오늘 잠을 못 자게 되니까…
자라스 : 크크, 우선은 자신이 걱정인가? 불쌍한 반란군의 말로에는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고?
자라스 : 뭐하면 지금부터 큰소리로 [축제는 함정이다! 가가이 가지 마라!]라고 외쳐도 상관없다.
우리들은 한동안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척을 해주지… 하하하.
하밀 : 됐어, 목만 아프고…
자라스 : …솔직히 미끼로서는 부족하군. 하밀동지. 반란군에게 있어서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단지 발카가에서 태어난 것뿐인 겁쟁이다.
하밀 : 모두들… 나에게 지나치게 기대를 거는 거라고 언제나 생각해.
자라스 : 흠… 발카당을… 반란군을 화나게 해서 부추기려면 좀 더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할 지도 모르겠군…
자라스 : 뭐 됐어, 연행해라! 발 대축제는 제국군의 감시 하에 전부 진행되도록 한다.
하밀 동지에게서 눈을 떼지 말도록 해라!
제국 병사 : 예! 자, 어서 빨리 걸어라!
하밀 : 아야야, 알았으니까 상냥하게 다뤄줬음 하네.
하밀 : (골메스…라고!? 최악이다! 그런 것까지 투입할 생각인가?
하밀 : (큰일이야. 발카당의 멤버들은 눈치 챈 기색이 전혀 없었어. 지금 그들로선 골메스는 아무래도 무리야.
하밀 : (어떻게든 전투를 회피하지 않으면… 분명 저 정치장교는 발카당이 반란을 일으키면
연대책임으로 마을 사람도 모두 죽일 테지… 어쩌면 좋지.)
타르트 : 으으, 하밀 녀석…
타르트 : 모처럼 연결이 되었는데… 마침내 만나게 되었는데… 나를… 나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
타르트 :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인가.
타르트 : 하지만 별 수 없나. 기적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강력한 마력이 있는 것도 아냐.
타르트 : 도저히 여신이라고는 믿기기 힘들겠지…
타르트 : 하아.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불완전한 존재니까. 내가 잊혀진 여신이고 이 세계와의 연결이 희박한 탓일 거야…
타르트 : 아아, 분해…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발의 신들을 믿어주고 있었다면…
타르트 : 모두가 과거의 신들과 인연을 기억해준다면 나는 어떤 기적이던, 일기당천의 군대던, 불러낼 수 가 있는데…
타르트 : 아아, 안돼. 인간의 탓으로 돌려선 안돼. 이것도 내가 미숙해서, 변변치 못한 탓이니까…
타르트 : 결국 나는 언제나, 인간과의 관계가 어정쩡하기만 할 뿐이야…
타르트 : 하아, 정말… 스스로가 한심해. 하지만 아무래도 좋나. 하밀이 나를 저버린 마당이니
나는 이미 이 세계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되겠지.
타르트 : 원래 세계로 돌아가던가, 그도 아니면 존재 그 자체가 곧 소멸하게 될 거야…
타르트 : 하지만 어째서지,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라지질 않네…
하밀에게 완전히 미움을 받았는데…
제국 병사 A : 어이, 거기 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못 본 얼굴인데!
타르트 : 네 놈들이 제국군이란 녀석들이냐. 나는 어차피 잊혀진 여신이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죽여라.
제국 병사 B : 진지하게 대답해라! 장난치면 가만두지 않겠다!
타르트 : 이대로 내버려 두더라도 언젠가 사라져 버릴 테니 마찬가지야. 나는 이미 필요가 없는 존재이니까…
제국 병사 A : 뭐야, 머리가 돈 여자인가? 어쩌지?
제국 병사 B : 들켰으니 죽일 수밖에 없나. 뭐, 여기 올 때까지 발카당의 보초도
모조리 해치웠어. 한명 늘어난다고 달라질 것 없지.
제국 병사 A : 칫, 별 수 없군. 이 시간대에는 통행이 거의 없는데 운도 나쁜 녀석이군.
제국 병사 B : 땅거미가 지는 것과 동시에 신전 뒤편에 군단을 집결시키라는 명령이야. 지금 와서 이동경로는 변경 못한다고.
타르트 : 흥, 너희들도 아무래도 뒤가 구린 일을 벌이려고 하는 모양이군…
제국 병사 A : 뭐, 그렇지. 저세상 얘깃거리로 할 겸, 보고 가도록 해라.
골메스 : 그오오오…
타르트 : 골메스라고…? 이 시대에도 있는 거냐… 너희들은 무슨 짓을…
자라스 : …호오, 골메스를 알고 있는 건가? 꽤나 재미있는 계집을 사로잡았군. 네 년, 발카당의 멤버로군?
타르트 : 나는 발의 여신이다. 발카가의 인간뿐 아니라 히스패니아 백성 전부가,
카난민의 전부가 나를 섬기고 나에게 소속되어 있다.
자라스 : 크크크, 뭐시라! 자신을 여신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재미있어… 이건 실로 재미있군.
자라스 : 보건데 발 신전의 무녀인 듯하군. 다소 맛이 가있는 듯하지만 축제의 여흥거리는 되겠지.
본보기로 처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자라스 : 크크크, 내가 생각했지만 꽤 좋은 생각이군. 그 덜떨어진 꼬맹이보다
훨씬 더 축제에 흥을 돋구 겠는 걸. 골메스들이여, 이 계집을 연행해라!
골메스 : 고오오!!
타르트 : 놔라! 지금 당장 이 더러운 병졸들을 치워라! 이 녀석들이 내뿜는 독기(瘴氣)는
지상을 오염시키는 근원이다!
자라스 : 크크크, 무슨 헛소리를, 여신님. 저희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만.
타르트 : 네 놈들… 인간이 둔한 것뿐이다. 크윽, 죽이려면 지금 당장 죽여라!
본보기 따위… 되지 않겠다!
자라스 : 크크크, 그래서는 재미가 없어서 말야. 발의 여신이라면 축제의 주역이잖아.
나는 너를 정당하면서도 정중하게 다루려고…
타르트 : 닥쳐라, 누가 믿을까 보냐, 죽음을 가지고 노는 쓰레기까! 놔라, 놔… 으윽… 힘이…
제국 병사 A : 음, 정신을 잃은 듯합니다.
자라스 : 크크크, 골메스에게 겁먹은 거다. 별 볼일 없는 계집이로군.
자라스 : 자, 이걸로 축제의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과거의 망령들을 끄집어내서
이 히스패니아를 신의 나라로 바꾸는 것뿐이다.
모노마크 : 에네아데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밀님과 그 소녀의 행방이 아직도 묘연해.
모노마크 : 게다가 제국군이 발 신전을 점거하고 있어! 이것은 명백한 배신행위다.
제국은 카난민과의 무력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야.
에네아데스 : 방금 전, 가데메아에 통고가 있었습니다. 제국은 경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하밀님을 연행한 듯합니다.
모노마크 : 그 소녀 쪽은?
에네아데스 : 그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역시 제국 측의 인간이었을 지도. 엄하게 심문을 했었어야 했을까요…
모노마크 :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 늙은이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에네아데스 : 설마,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제국이 움직임을 보일 줄은 예상외였습니다.
이미 온건한 해결책은 기대하기 힘들 테지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모노마크 : 일부러 폐교시킨 가데메아에 통고를 하러 왔다는 것은 꼬셔내려는 것일 테지. 하지만 상관없어.
지금 당장 제국군의 진지에 쳐들어가지.
에메아데스 : 제 정신인가요? 지금에 와선 일제봉기(蜂起)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모노마크 : 축제는 심야시간부터야. 그때까지 해치우지 않으면!
모노마크 : 다행이도 이 마을의 외곽에는 히스패니아 전역에서 사람이 모여들고 있어.
그리고 어제의 회의에서도 말했듯이 발카당의 멤버도 다수 집결해있어.
모노마크 :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가능한의 인원을 모아서 반란군으로서 공격을 감행할 뿐.
한 시라도 빨리 하밀님을 구출해내는 거다!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당신이 말하는 것은 대부분 맞는 말이지만, 너무 조급해하는 거 아닌가요?
에네아데스 : 현재 상황에서, 하밀님의 소재가 판명되지 않았습니다.
제국군의 막사인지 아니면 제국군이 점거하고 있는 신전 안인지…
에네아데스 : 가령 지금 둘 중 하나에 쳐들어간다고 쳐도 찾아낼 수 있다는 보증이 없습니다.
에네아데스 : 게다가 병사를 모은다고 해도 지금보다도 심야까지 기다리면 한층 더 많은 수가 모이게 될 테지요.
에네아데스 : 그러면 축제가 시작될 때까지 일을 일으키지 않는 편이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모노마크 : 하지만, 하밀님의 안전이!
에네아데스 : 괜찮습니다. 축제는 발의 최고제사장인 하밀님이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때까지는 살려둘 테지요.
모노마크 :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안전을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하지 않으면!
에네아데스 : 저기, 모노마크? 당신도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을 이해하고 있잖습니까?
사실은 다른 일이 불안한 거 아닙니까?
모노마크 : 무, 무슨 소리냐?
에네아데스 : 가령 지금, 발카당이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하밀님은 발카당을 지지할 것인가…
솔직히 말해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어서 빨리 신병을 확보하고 싶다…
모노마크 : 너,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말이 있지!! 자신의 주인을 우롱하는 건가!!
하밀님이 제국에 벌벌 떠는 겁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에네아데스 : 그렇게까지 발끈하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모노마크 : 윽.
에네아데스 : 저도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에네아데스 : 만약에 하밀님이 우리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하면,
반란을 일으키지 마라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모노마크 : 그만두지 않겠나… 그 질문만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가슴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 왔다.
모노마크 : 만약, 그 분께서 그렇게까지 겁쟁이라면, 그렇게까지 어리석다면… 나는… 그 분을…
에네아데스 : 저에게도 하밀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면 믿고 싶습니다만…
에네아데스 : 뭐, 결론을 내는 것은 하밀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도 늦지 않습니다.
모노마크 : 네 책략이라는 것을 듣도록 하지.
에네아데스 : 심야가 될 때까지 가능한 수의 발카당원을 신전에 잡입을 시킵니다.
어디까지나 참배객으로서 말이죠.
에네아데스 : 그리고 발 대축제가 시작되고 하밀님이 모습을 드러내면 틈을 봐서 구출하게 하겠습니다.
모노마크 : 즉, 그 때가 발카당의 일제봉기가 된다는 거군.
에네아데스 :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하밀님이 제국에 동조를 한다고 한다면…
모노마크 : 그 때는?
에네아데스 : 당신이 말하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당신에게 있어서도 귀여운 제자입니다만…
에네아데스 : 저희들에게는 히스패니아의 미래를 만든다는 대의가 있습니다.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노마크 : 대의…인가. 이 얼마나 쓰디쓴 말인가.
에네아데스 : 망설이고 계신가요?
모노마크 : 아니, 알았다. 그러면 심야까지 가능한 당원을 모아서 구출의 방책을 짜도록 하지. 긴 밤이 될 것 같군…
에네아데스 : 어쩌면 우리들 발카당에게 있어서 최후의 밤이 될 지도 모릅니다.
모노마크 : 그렇군…
자라스 : 밤이 되었군. 축제 시간엔 이르지만 슬슬 나가보도록 할까, 하밀 동지.
하밀 : 후아아… 제국군은 꽤나 성급한 편이네.
자라스 : 카난민들이 모이기 전에 신전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서 말이지. 제국군의 영창은 마음에 들었나?
하밀 : 감옥 안이 추워서 그다지 잠들지 못했어.
이제부터 뭘 하면 되는 건데?
자라스 : 아직 체력은 남아있는 듯하군. 뭘, 입 다물고 축제 진행 중에
서있기만 하면 돼. 남은 것은 신성제국이 진행한다.
하밀 : 성가신 일만 없다면 그걸로 좋겠는데 말야.
자라스 : 크큭, 이번 축제에 맞춰서 신성제국은 히스패니아에 대해서 중대한 발표를 할 생각이다.
자라스 : 죄가 없는 다수의 백성에게 있어선 매우 좋은 이야기가 될 테지. 너나 발카당에게 있어선 그렇지만도 않겠지만, 하하하!
하밀 : (중대한 발표? 좋은 이야기? 축제에 맞추어서 지금까지의 부당하게
무거운 세율을 내릴 생각인가? 분명 반란을 억제하기 위해선 가장 좋은 수단이야.)
자라스 : 크크큭, 그렇고 말고 히스패니아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매우 고마운 발표이다.
네 놈도 우리들에게 협력하도록 해라.
하밀 : (제국이 진심으로 히스패니아를 안정시킬 생각이라면… 세율을 낮추어 시민의 불만을 없애고
반란의 징표가 될 나를 죽이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겠지…)
하밀 : (물론, 대다수의 발카당원도 나와 함께 숙청당할 테지…)
하밀 : (하지만 그걸로 전란을 피할 수가 있다면… 평화롭게 살 수가 있다면
많은 시민들에게 있어서 그게 행복한 것 아닐까?)
하밀 : (그렇군… 역시 나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여기서 죽어야만 할 테지…)
하밀 : (하하, 제국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오늘까지 살아왔지만, 본래라면 나는 7년 전에 죽었어야만 했어…)
하밀 : (그렇게 했다면 발카당은 반란 같은 건 먼 옛날에 포기하고… 오늘 죽을 일도 없었을 텐데.)
하밀 : (생각할수록 내가 싫어만 지는군, 사는 것에 집착을 해서도 결국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모두에겐 저 세상에 가서 비는 수밖엔 없지만… )
자라스 : 크크큭, 뭘 입다물고 있는 거지?
하밀 동지. 뭐 됐어. 자, 어서 와라.
이제부터 신전으로 가겠다!
하밀 : 알았어. 하지만, 이 차림으로 모두 앞에 서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부끄러운데…
자라스 : 크크크, 하밀 동지가 걱정할 건 없어. 동지는 제국에 조종당하는 인형이 되어 발카당을 끄집어내는 미끼다.
그 나름대로 눈에 띄지 않으면 곤란하거든.
자라스 : 카난민의 제사장이 입는 복장… 다시 말해 발카가의 당주에게만 허락되어진 복장과
장비를 허가하도록 하지. 제국 나름대로의 해석은 첨가하겠지만 말야… 크크크.
자라스 : 자, 서둘러라! 병졸들이여, 앞장을 서라.
제국 병사 A : 어서 와라, 이 쓰레기가…!!
하밀 : 아야야야.
제국 병사 B : 어서 걸어라!
자라스 : 히스패니아인들이여, 잘 들어라!
자라스 : 이번 발 대축제는 신성제국이 진행하게 되었다!
자라스 : 이유는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자라스 : 자, 이리 오거라! 하밀칼, 발카가(バルカ家) 최후의 당주여!!
자라스 : 카난인의 대표로서 제사장으로서, 축제의 시작과 끝에 참여하는 거다!!
하밀 : …
군중 A : 하밀님!! 무슨 심한 짓을…
군중 B : 불쌍하게도…
군중 C : 발의 신자(神子)님을 욕보이다니… 우리들에 대한 모독이다.
군중 D : 우리의 대사제님을 묶다니… 벌 받을 놈들…
디온 : 어이,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은 발 축제인 거 아니었냐!?
디온 : 저래선 마치, 하밀이 죄인 같잖아!!
에네아데스 : 이교(異敎)의 신관에 대한 무례는 설령 신성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용서 받지 못할 터…
대체 무슨 짓을 할 생각인 거지?
모노마크 : 발카당에게 전달, 총원, 돌입준비를 서둘러라!
발카 당원 : 네, 시급히 전달하겠습니다!
자라스 : 잘 와주었다, 하밀칼 경(殿). 반역자 핫슈둘발의 아들이며 사교(邪敎)의 대제사장이여!
하밀 : 하아…하마… 아무래도… 이 쇠사슬 너무 무거워. 숨이 쉬기 힘들어서…
자라스 : 축제의 여흥이다. 당분간 참도록 해라. 뭐, 어찌 됐건 이젠 보통사람은 그 쇠사슬을 풀 수도 없다.
제국 신관 백명이 달려들어 단련시킨 신성한 쇠사슬이다…
자라스 : 옛 신들의 마법 정도론 꼼짝조차 하지 않는다. 뭐, 애당초 마법을 쓸 수 없는
하밀 동지에겐 과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크크크.
군중 A : 너무해…
군중 B : 이건 지나쳐…
군중 C : 제국놈들…
자라스 : 떠들지 마! 지금 당장 그 입을 다물어라!! 사악한 신에게 눈이 먼 우민놈들! 내 말을 잘 들어라!!
자라스 : 나는 네놈들에게 기뻐할만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
자라스 : 신성제국으로부터의 멋진 제안을 말이지!
자라스 : 네놈들의 고통스런 나날은 이제 곧 끝난다. 제국 시민으로서 다른 속주(屬州)보다 높은 세금을 내고,
노역에 불려오는 나날은 이제 곧 끝나는 것이다…
군중 A : 뭐야, 무슨 소리지?
군중 B : 세금을 줄여주는 건가?
디온 : 의외로 얘기가 통하는 녀석인 걸.
에네아데스 : 역시 그렇게 나왔나요… 제국은 융화정책을 취할 듯합니다.
모노마크, 우리들의 대의명분이 하나 사라지게…
모노마크 : 흥, 믿을까보냐. 공격의 준비는 이제 곧 완료된다.
자라스 : 자, 히스패니아의 인간들이여! 우리 신성제국은 네 놈들에게 구원을 손길을 뻗어주겠다!
자라스 : 네 놈들은 사악한 신들을 버리고! 제국시민임을 버리고! 모든 얽매임에서 해방되게 될 것이다!
하밀 : 시민을 버린다고!?
에네아데스 : 설마… 오판을 했군요. 제국이 이 정도까지 썩어있었을 줄이야…
모노마크 : 흥, 머리만 잘난 녀석일수록, 상식에 쉽게 얽매이지. 믿는 쪽이 어리석다는 거다.
디온 : 에, 무슨 얘기야?
자라스 : 히스패니아의 인간들이여! 기쁨의 날이 도래한 거다! 더 이상, 네 놈들은 그 무엇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자라스 : 해방의 날이 도래했다! 새로운 계약의 때가 찾아온 거다!
자라스 : 제국시민이었던 너희들은 새로운 신의 백성으로서 다시 태어날 거다.
자라스 : 히스패니아는 신성교단직할령으로서 다시 태어난다!
자라스 : 네 놈들은!! 전능하신 절대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몸도 마음도 신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디온 : 노예라고!?
에네아데스 : 히스패니아의 백성은 시민권을 박탈당해 모두 노예가 되어 신성교단에 의해서 지배를 받는 다는 겁니까.
모노마크 : 완전히 얕보였군.
자라스 : 모든 노동은 우리의 유일하며 절대적인 신께 드리는 봉사! 모든 고역은 기쁨으로 변한다!
자라스 : 너희들이 흘리는 피와 눈물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고! 이 세상이 보다 천국에 가까워지게 된다!
자라스 : 고생스런 죽음을 맞은 자는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수 있으며, 너희들의 고통에 찬 목소리는
기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되어 우리들의 신께 다다르게 된다.
자라스 : 네 놈들의 고통은 모두 신께 드리는 봉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아하하하!
군중 A :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고!?
군중 B : 발의 신들을 버리라고 하는 거냐!!
디온 : 미쳤군… 이제 히스패니아는 끝인가.
에네아데스 : 신성교단은 우리들을 세뇌할 생각일 테죠. 과연, 더 이상 학교 따윈 필요가 없다는 건 이 까닭이었군요.
모노마크 : 시민권을 버리고 노예가 되면 법의 보호가 미치지 않으니 신의 이름 아래에서
죽을 때까지 혹사시킨다는 소리인가.
에네아데스 : 세뇌되어 그들의 교의를 굳게 믿게 되면… 행복해하는 채로 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밀군… 아니, 하밀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는지?
군중 C : 광신자놈들이!!
군중 D : 히스패니아에서 사라져라!!
군중 B : 여기는 우리들의 나라다!!
군중들 : 「돌아가라! 돌아가라!!돌아가라!!」
자라스 : 입을 다물도록 해라, 비겁한 패배자놈들이!!
자라스 : 그 이상 더러운 입을 벌리면 남김없이 죽여 버리겠다!!
자라스 : 자, 하밀칼! 발의 최고 제사장이여! 결단을 묻도록 하겠다!!
자라스 : 지금 네 모습이야말로 히스패니아 그 자체!! 제국의 구속구에 사로잡힌 채,
움직임조차 취할 수 없는 그 모습이 바로 히스패니아의 현실!
자라스 : 발카가와 카난민의 영광 따위 아득히 먼 옛날의 일. 지금에 와선 멸망한 나라와
신에게 미련을 갖는 불쌍한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자라스 : 그렇기에 현실을 깨닫도록 해라! 오래된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라스 : 자, 고집 피우지 말고 신성교단에 몸도 마음도 맡긴 채, 편하게 되는 거다!
하밀 : …나는…
하밀 : (설마 제국이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줄이야…. 아니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야,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이제는 제국과 싸우는 수밖엔 없는 건가.)
자라스 : 자! 하밀칼이여! 자신의 손으로 [강제개종(强制改宗)]을 시작하는 거다!
자라스 : 카난민들에게 명령해라, 발의 신들을 버리고 신성교단에 입신(入信)하라고!
자라스 : 자! 발카가의 생존자이면서 발의 최고 제사장인 네 이름으로 명령해라!
하밀 : ……
하밀 : (하지만, 백성들에게 일제봉기를 명한다 해도… 과연 내게 그런 명령을 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하밀 : (나는 그들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고, 제국과의 전란에 휘말리게 만들고 말겠지…)
하밀 : (그것은 많은 백성들에게 있어선 제국의 노예가 되어 죽는 것보다 괴로울지도 몰라…)
하밀 :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역시 제국의 말대로 해야만 하는 건가…)
하밀 : (여기서 모두를 개종시키고 내 자신은 발의 최후의 신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죽으면… 원만하게 수습되겠지.)
하밀 : (그걸로 히스패니아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면 뭐, 죽는 것도 별 수가 없나…)
하밀 : (내 개인의 증오나 복수 따위는 모두의 행복에 비교하면 취할 가치도 없어…)
자라스 : 크크크, 왜 그러지? 입 다물고 있는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을 텐데?
자라스 : 아아, 깜빡했군. 소변이나 질질 짜는 겁쟁이 하밀 동지에겐 너무 어려운 문제였나? 하하핫.
하밀 : …그러네. 나 혼자 생각하는 건 매우 어려워. 하지만, 그게…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자라스 : 크크, 더 이상 곤란하게 해봤자 무의미한가. 어리석은 하밀동지를 몰아세워봤자 카난민들 놀랍지도 않은 모양이니…
자라스 : 여기 모인 자들이여! 오늘은 한 가지 더 여흥거리를 준비했다!
자라스 : 자, 보거라!!
하밀 : 타르트… 어째서!?
자라스 : 하밀 동지, 거기 멈춰라. 더 이상 다가간다면 지금 당장 처형시킬 것이다. 그래도 좋은가?
하밀 : 큭.
디온 : 어이, 저거 타르트잖아!?
군중 A : 나쁜 놈들, 저렇게까지 하다니!!
군중 B : 무슨 심한 짓을…
군중 C : 아직 나이도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아이잖아. 무슨 짓을…
자라스 : 모두, 잘 들어라! 이 여자는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어리석은 자이다!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 채, 자신을 여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자라스 : 정말 불경하기 그지없도다. 우리 신성제국의 앞에서 신의 이름을 논하다니!
자라스 : 그렇기에 처형하기로 하였다! 크크크, 본보기다! 더 이상, 여신 따위는 우리 신성제국에 필요 없다!!
자라스 : 네 놈들도, 알아두는 게 좋을 거다! 제국에 따르지 않는 자의 말로를!
모노마크 : 에네아데스, 더 이상의 유예를 두기 힘들 것 같군.
에네아데스 : 더 이상의 폭거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병사들을 제단으로 올라가게 하십시오.
모노마크 : 알았다. 우리들도 돌입하자.
디온 : 힉, 진짜냐? 나도 이제 곧 저 세상 행인가…
자라스 : 큭큭큭, 맘에 들었는가? 하밀 동지.
하밀 : 저 애는… 관계 없잖아…
자라스 : 어차피 죽을 거면 조금은 쓸모가 있어야겠지. 카난민이 믿는 저주스런 여신을, 빗대어 본 것뿐이다.
자라스 : 분명 이 신전은 발의 신들 중에서도 여신을 기리는 장소였다는 것 같은데… 이름은 아슈타르트였던가?
자라스 : 그 정신 나간 계집에겐 아슈타르트 역할을 맡기도록 하지. 그녀가 이 신전의 주인인 여신님이란 거지. 크하하하!
자라스 : 자, 하밀 동지. 네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제국에 따를 거면 [저 여신을 죽여라!]라고 명령하면 돼.
네 자신의 입으로 말이지!
자라스 : 카난민의 강제개종 개시는 그녀의 죽음을 기해서 시작하는 걸로 하지.
자라스 : 병사들이여!! 불화살을 겨누어라!!
제국 병사 A : 넵!!
하밀 : 그렇게… 모두, 죽고 싶은 건가…
자라스 : 지금, 뭐라고 했나? 크크크, 멍청이끼리 뭔가 통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하밀 : 크크큭, 나는…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무리야… 더 이상…
자라스 :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발카가의 당주인 네가, 발의 제사장인 네가, 여신을 죽이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자라스 : 그것을 눈 앞에서 본 백성의 마음은 꺾이고 개종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될 테니까 말야! 크하하하!
자라스 : 물론, 분노한 반역자놈들이 봉기를 한다면 제국군이 모두 죽여 버릴 뿐!
하나부터 열까지 한 번에 해결되어 두말할 나위 없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자라스 : 자, [죽여라], 한마디만 명령하면 된다.
네 자신의 손으로 카난민의 모든 것을 끝내는 거다!
자라스 : 그걸로 히스패니아의 역사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신성교단 직할령 히스패니아]가 시작되는 거다! 크하하하!!
하밀 : …
자라스 : 또 입 다물고 있는 거냐? 아니,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라도 있는 건가? 이거 질렸군. 대단한 겁쟁이야, 하하!
자라스 : 그럼 병사들에게 10을 세게 하지.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 태워 죽이는 걸로 하지.
자라스 : 하밀 동지, 가능한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어찌 됐든 저 계집은 살아남지 못해.
자라스 : 스스로 끝을 내고 히스패니아인을 개종시키는 편이 백성들도 상처를 입지 않고 끝낼 수 있다.
빠른 포기가 나은 편이 아닐까… 크크크.
자라스 : 자, 병사들이여, 수를 세라!!
제국병사들 : 하나!!
에네아데스 : 발카당이여, 봉기하라!! 지금 즉시 위장을 해제,
제1종 군장으로 바꿔 입어라! 총인원으로 특공을 걸도록 한다!
모노마크 : 제국병사들을 섬멸하고 하밀님과 소녀를 구출하는 거다!!
발카당원 : 네, 총원 특공!! 제국군을 섬멸하겠습니다!
발카당원 : 오오!!
제국병사들 : 둘!!
제국 병사 A : 발카당, 일제봉기를 확인.
자라스 : 들 토끼들이 함정에 걸렸나. 크크크. 골메스를 불러들여라.
제국 병사 A : 네, 골메스를 즉시 투입하겠습니다.
제국병사들 : 셋--!!
자라스 : 크크, 10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불화살을 쏴라.
어차피 하밀은 대답따위 못해. 그저 울기만하는 바보다.
제국 병사 A : 하지만 이 위치로는 저 자도 맞을 지도 모릅니다.
제국병사들 : 넷--!!
자라스 : 발카당이 나온 이상, 이제 하밀은 필요 없다. 신경 쓸 필요 없이 쏴라.
제국 병사 A : 알겠습니다. 불화살. 준비!!
군중 A : 으아아, 무슨 짓을!!
군중 B : 그만, 그만둬!
제국병사들 : 다섯--!!
제국 병사 A : 이제야 나왔군!!
제국 병사 B : 짜증나는 반란군놈들! 가게 두지 않겠다!
모노마크 : 칫, 꺼져라! 쓰레기 놈들이! 저 녀석들, 하밀님을 함께 없앨 생각인가!!
디온 : 큰일이야, 타르트도 하밀도 타죽겠어!!
에네아데스 : 하밀님!! 도망치십시오!!
디온 : 젠장, 안되겠어, 하밀!!!
제국병사들 : 여섯--!!
디온 : 그만둬, 그만두라고--!!
자라스 : 하하하, 이걸로 끝이다.
모노마크 : 하밀님!!
자라스 : 쏴라!!
자라스 : 뭐지, 이 빛은!?
하밀 : 크크큭, 아하하핫, 하하하핫
자라스 : 누구냐? 뭐가 우습지!!
하밀 : 아직 여섯이잖아. 제국군은 숫자하나도 만족스럽게 세질 못하는 모양이군… 하하하하.
자라스 : 이 목소리… 하밀… 인 건가…
하밀 : 아슈타르트를 모신… 이 신성한 발 신전에서 불장난이라니… 잘도 까부는 군. 제국의 버러지들이!!
자라스 : 뭐야!!!? 네 놈, 화살을 모조리 피한 건가!
자라스 : 아니, 어떻게 그 쇠사슬을 풀었지!?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하밀 : 입 닥쳐라, 쓰레기가!! 누굴 향해서 그 입을 벌리고 있는 거냐!!
하밀 : 나야말로 예부터 카난민을 이끌었던 발카가 일족의 후예! 핫슈둘발의 아들, 하밀칼!!
군중들 : 우오오오!!!
하밀 : 발카가의 이름을 짊어지는 의미를! 이어 받은 힘과 그에 따른 책임을!
한순간이라도 잊은 적이 없다!!
디온 : 하밀, 너…
하밀 : 자, 여기에 모인 카난민들이여.
하밀 : 제군들은… 이것을 못 본채 할 건가!?
하밀 : 눈앞에서 묶인 채 불태워져 죽을 소녀를 입 다물고 그냥 지나칠 생각인가!?
하밀 : 수치를 알도록 해라!!
하밀 : 신성제국은 유서깊은 발의 신들을 없애고 우리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나이도 어린 소녀를 여흥으로 태워죽인다고 하는 거다!
모노마크 : 아아, 역시, 당신은… 당신께선… 이 날을 위해서 참고 견디고 계셨던 겁니까.
하밀 : 이렇게 하면 세계가 아름다워 질거라고 세계가 완전한 낙원이 될 거라고
이 녀석들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밀 : 아하하… 이 무슨 미개한 인간들인가!!
하밀 : 제군들에게 묻겠다! 미쳐있는 것은 이 하밀칼인가, 신성제국인가!!
군중 C : 기적이다…
군중 A : 아니야! 결단코 기적 같은 게 아니야! 하밀님은 이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으셨던 거다!
하밀 : 미친 것이 나라고 해도 상관없다.
하밀 : 거기서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그저 보고만 있으면 된다.
일부시종을 보고나면 입 다물고 집으로 돌아가라!
빨간 망토 하밀....
하밀 : 나는 나 혼자라서도 가겠다!
에네아데스 : 하밀군… 마침내 진짜 당신과 만난 것 같군요.
하밀 : 시체의 산을 쌓더라도, 저 아이에게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
하밀 : 나는 발의 신들을 계속 믿고 있었다!
하밀 : 그러니까, 아슈타르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나는 반드시 신성제국을 쓰러뜨리겠다고!
하밀 : 제군들에게 세 번째로 묻겠다! 이 하밀칼과 함께 가려는 자는 있는가!!
하밀 : 만약 있다면 대답해라!! 우리들이 가장 아끼는 여신의 이름으로!!
군중들 :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군중들 :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타르트 : 으…응. 무슨 일이… 맞아… 잡혀서…
군중들 :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타르트 : 으응!? 이건 어찌된 일이지…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군중들 :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타르트 : 아아, 모두가 부르고 있어. 마음속으로 믿고 있어! 내 이름을… 모두가… 부르고 있어!!
아아, 꿈이 아니야, 굉장히, 힘이 흘러넘치고 있어…
하밀 : 그래, 아슈타르트! 나는 아슈타르트만을 믿고, 사랑하고 있다!!
타르트 : 하, 하밀!?
타르트 : 음아아…
하밀 : 아아, 타르트, 정신이 들었어?
타르트 : 아, 응, 하밀… 미안, 걱정을 끼쳤구나.
하밀 : 사과할 것은 내 쪽이야. 정말로 미안해. 관계없는 너를 휘말리게 해서… 무섭지 않았어?
하밀 : 하지만, 이제 괜찮아. 이런 바보 같은 축제를 생각해낸 녀석들은
모두 처치할 테니까. 한 놈도 남김 없이, 내 손으로…
모노마크 : 하밀님, 금방 가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에네아데스 : 하밀군, 조금만 참으세요.
디온 : 하밀, 도와주러 왔다!!
자라스 : 크크크, 거기까지다. 발카당놈들. 움직이면 이 녀석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
하밀 : 흥, 무슨 소리냐?
자라스 : 과연 발카의 젊은 당주. 일순간에 모든 백성이 반란에 호응을 했다. 이야, 수고했어.
하밀 : 칭찬해도 아무 것도 안나온다.
자라스 : 크크크, 그렇게 말하지 마. 잘도 반란을 주도해주었다
이걸로 히스패니아를 멸망시킬 대의명분이 생겼다. 감사하지.
자라스 : 여기에 모인 녀석들은 본보기로 모두 처형. 전역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그것도 모두 처형.
살아남은 건 노예로 만들고 끝이다.
자라스 : 이걸로 히스패니아는 신성교단의 직할령으로서 신속하게 재출발을 할 수가 있다는 거지.
하밀 : 솔직히 나는 지금 매우 기분이 나빠. 자신을 억제하지 못할 만큼 화가 나있어.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자라스 : 크크크… 거짓말이 들통 나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건가. 화가 날만도 하겠지…
자라스 : 크하하하, 아쉽게 됐군! 이렇게 되는 것이 싫어서 계속 멍청이처럼 굴었던 걸 테지만, 이제 끝이다.
하밀 : 분명 끝이네.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지?
하밀 : 제국이 히스패니아에서의 탄압정책을 그만둬준다면 나는 봉기하지 않았을 텐데…
하밀 : 세금을 낮추고 노역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 만족했을 거야…
하밀 : 제국이 조금만이라도 히스패니아에 대한 것을 생각해준다면…
조금이라도 함께 나아가고자 생각해준다면, 나는 제국에 죽임을 당해도 좋았는데…
에네아데스 : 하밀님… 당신은 그렇게까지 생각을…
모노마크 : …우리들은 이 얼마나 생각이 어설펐단 말인가…
디온 : 하밀, 너란 녀석은…
자라스 : 헛소리 지껄이긴… 유언이라도 남긴 편이 오히려 나았을 것을…
자라스 : 크크크, 쓸데없는 배려 따위는 필요없다. 어차피 모두 죽을 테니까 말야!
절대적인 죽음은 바로 네 앞까지 와있다!
자라스 : 나와라, 골메스!!
골메스 : 그오오오오오!!!
골메스 : 그오오오오!!
군중들 : 우아아아아악!!
군중들 : 히이이익!!
군중 A : 두, 둘러쌓였어!!
군중 C : 히이익, 죽음의 군대가 왔다!!
디온 : 으아앙, 모두 죽고 말거야!!
모노마크 : 치잇, 녀석들, 이런 것까지!!
에네아데스 : 골메스라니, 설마!?
모노마크 : 실수했다! 지금 발카당으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가 없어!
에네아데스 : 하지만! 모노마크! 여기는 어떻게 해서든!!
모노마크 : 당황하지 마, 이 머리만 좋은 녀석아.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해…
크크, 무슨 얘기인지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수라장, 내게는 익숙해.
디온 : 어쩌라고 그래서!
모노마크 : 잘 들어, 우선은 단상의 두 사람을 구해라.
모노마크 : 그 후는 나에게 맡겨라. 이 모노마크가 이끄는 발카의 고참 병사들이 시간을 벌겠다!
후훗, 죽을 장소로는 손색이 없군!!
디온 :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모노마크 : 너희들은 하밀님과 함께 살아남아라… 저 분은 히스패니아의 희망이다!
지금은 저분을 위해서라면 우리들은 기쁘게 죽을 수 있다…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모노마크 : 망설이고 있을 시간따위 없다! 발카당을 이끌어 온 것은 너야!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뒷일은… 맡기겠습니다. 디온, 가지요!
디온 : 모노마크, 나, 나는…
모노마크 : 어서 가라! 걸리적거린다!!
디온 : 젠장, 제멋대로 지껄이긴… 그래 나는 겁쟁이에 걸림돌이 될 뿐이야!
지금은 그런 자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하다고… 알았어, 가면 되잖아… 안녕이야, 모노마크.
모노마크 : 후훗, 이걸로 됐어. 자, 노병들이여. 최후의 봉사(奉公)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우리들에게 두려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노마크 : 하밀님을 지키는 거다!!
고참 병사 A : 크하하하, 마침내 나설 때가 된 건가!
고참 병사 B : 오래도 기다렸구만!!
고참 병사 C : 핫슈둘발님을 이제야 뵐 수 있게 되었군!!
고참 병사 D : 크크, 골메스도 제국병사도 모두 길동무를 삼아주지!!
고참 병사 A : 크하하, 적의 목을 발의 신들께 바쳐주마!!
군중 A : 오오! 고참병사들의 싸우는 모습을 봐라! 핫슈둘발님의 최후의 군단이 마침내 일어섰다!
말 그대로 두려움을 모르는 강자들의 집단이다!!
군중 B : 노병들에게 뒤쳐질 수는 없지, 카난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거다!!
군중 C : 하밀님이, 핫슈둘발님이 보고 계신다! 두 번이나 살아서 수모를 당할까 보냐!
군중 D : 맞아!
군중 E : 나는 싸우겠어!!
군중 A : 그래 맞아, 우리들이야 말로 긍지 높은 카난민이다!!
군중 B : 하밀님에게 경멸당한채 죽을 순 없다!
군중 C : 우오오, 하밀님!!
군중 A : 우리들의 목숨을 바꿔서라도 지켜드리겠습니다!
자라스 : 눈물겨운 녀석들이군, 너를 지키기 위해서 모두 죽을 생각이다. 크크크…
너는 여기서 아무 것도 하질 못한 채,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엔 없지…
하밀 : 더러운 입으로 내 백성들을 입에 담지 마라.
자라스 : 흥, 허세인가.
하밀 : 후훗, 너는 정말로 바보로군.
자라스 : 무, 무슨 소리지?
하밀 : 아니, 조금은 눈치 채고 있는 건가? 결국 이렇게 날붙이를 대고 있지만
너 자신은 결코 나에게 다가오려고 하질 않아…
하밀 : 방금도 보았잖아? 어떻게 내가 쇠사슬을 풀었다고 생각하지?
자라스 : 그건 뭔가의 착오다!!
하밀 : 크크큭, 그럴 리가 없잖아. 잘 생각을 해봐.
자라스 : 하하… 서, 설마… 네 놈…
하밀 : 요 칠년간, 내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았다]라고 한다면?
7년분의 마력을 이 몸에 담아두고 있었다고 한다면?
자라스 : 우아아아앗! 여, 역시 네놈!!!
자라스 : 에잇, 골메스들이여, 잡병들을 신경 쓰지 마라! 이 녀석을 지금 당장 죽여라!!
하밀 : 크크크,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이미 늦었어!!
하밀 : 카난의 백성들이여, 제군들의 용기를 보았다! 진정, 옛날과 변함없이 긍지가 높은 민족이다!
하밀 : 그렇다면 이 하밀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예전, 최강의 패왕이었던 발카가의 힘을!
하밀 : 우아아아아아앗!!
하밀 : 하아아아아아아앗! 전쟁신(戦神) 멜칼트(メルカルト)여! 와라!!
하밀 : 자, 마음껏 보아라, 패왕의 말예가 가진 증표를!!
하밀 : 멜칼트여! 나 하밀칼에게 힘을!!
천명의 적, 만명의 군세를 없애버릴 힘을!! 우아아아아악!!
자라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제국 병사 A : 푸른 빛이, 빛이!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우아아아!!
자라스 : 으악… 무, 무슨 일이냐… 제국 병사가! 골메스들이! 녹고 있어! 마력의 격류에 휩쓸려서!!
에네아데스 : 이게 7년분의 마력… 놀랍군요!
디온 : 봐, 하밀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어!
에네아데스 : 마치, 분기탱천한 전쟁신(戰神)같군요…
모노마크 : 저것이야말로 전설로 전해지는 발카가의 광전사형태… 전쟁신 멜칼트와 일체화된 모습이야…
에네아데스 : 저게 가능한 것은 과거의 패왕들…
그것도 발카가 핏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왕만이 사용이 가능했었죠…
디온 : 그렇다면 저 녀석! 전설의 영웅왕, 에슈모의 환생(在來)이라는 거야!?
자라스 : 에잇, 아직 병사들은 남아돌아! 골메스들이여, 싸워라!!
하밀 :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약해, 너무나도 약해, 이게 제국인가, 나는 이런 것에 떨고 있었던 건가!!
하밀 : 아하하하하, 유쾌하군, 유쾌해. 힘을 행사하는 것이 이렇게 감미로운 것이었던 건가…
하밀 : 아직 한참은 부족해! 좀 더다! 좀 더 죽이게 해줘!! 아하하하하!!
하밀 : 멜칼트에 바치는 제물은 이런 것으론 부족해! 내 증오가 이 정도로 치유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타르트 : 큰일났군, 그만둬, 하밀!!
타르트 : 그런 방식으론 안돼! 증오에 휩싸이고 말아! 멜칼트에게 몸을 맡기지 마라!
하밀 : 죽인다, 모두 죽이겠어! 앞길을 막는 것 전부!! 그것이야말로 멜칼트와의 계약, 우하하하하!!
타르트 : 틀렸어, 내 목소리가 닿지를 않아!
타르트 : 하밀!!!
자라스 : 이 무슨 힘이란 말인가! 재앙을 부르는 괴물놈! 상관 말고 쏴라!! 녀석을 죽이면 모두 수습된다.
멀리서 둘러싸고 갖고 있는 화살을 전부 쏟아 부는 거다!!
제국 병사 C : 예, 쏴라!!
하밀 : 쓸데 없는 짓을!
하밀 :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런 것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아하하하!!
자라스 : 에잇, 겁 먹지 마라! 쏴라, 쏴라. 어떻게 해서든 저 괴물놈을 해치워라!!
하밀 : 아하하하, 소용 없다! 몇 번을 해도 말야, 아하하하…
타르트 : 칫, 이런 때에! 빗맞은 화살에 불이 옮겨 붙었나!!
디온 : 어이, 뭐하고 있어, 하밀, 불이 타르트에게 옮겨 붙었어! 뒤를 봐, 타르트가 죽는다고… 안 들리는 거야!?
모노마크 : 소용없다. 광전사가 되면 적을 쓰러뜨리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아.
디온 : 녀석은 그런 녀석이 아니었잖아!!
모노마크 : 하지만, 하밀님이 선택한 일이다. 적을 모두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저 상태다.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방도가 없어.
에네아데스 : 말 그대로 태고적에 모두가 공포에 떨던 발카의 패왕이 부활을 했다는 건가요.
모노마크 : 그래. 압도적인 마력. 피와 공포. 광기와 환상. 모든 것은 태고적 패왕과 함께 있었다.
카난민의 영광도 그와 함께 있었던 것이야!
모노마크 : 오랜 옛적의 카난민의 삶을 하밀님이 선택했다면 나는 그저 따를 뿐이다!
하밀 : 아하하하하, 제국의 버러지 놈들! 슬슬 각오는 되어있겠지?
하밀 : 이 정도의 화살을 쏜 거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백번은 죽었을 테지.
하밀 : 당연히 네 놈들은 사지를 찢어놔도 할 말이 없을 테지!!
제국 병사 C : 히이익!
제국 병사 B : 사, 살려줘!!
자라스 : 큭, 저주 받을 괴물놈…
하밀 : 아하하, 아하하하! 모쪼록 울부짖으며 목숨 구걸을 하는 게 좋을 거다! 가능한 걸레짝처럼 쳐 죽여주지…
타르트 : 쿨럭, 하밀!! 안돼, 쿨럭, 욕망에 빠져서 죽이면 안돼…
타르트 : 쿨럭… 죽음을 가지고 노는 자는 이윽고 자신조차도…죽음에 먹히고 말아…
타르트 : 안돼… 목소리가 닿지를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불이 빨리 번지고 있어…
어떡하면… 하밀에게 목소리가… 닿을 수가 있지?
하밀 :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복수다! 모든 것에 복수를! 아하하하하…
타르트 : ♪~~~
하밀 : 이 노래는… 어디선가…
하밀 : 타르트…? 어디선가… 노래하고 있어…
하밀 : 맞아, 타르트를 구하는 거였어. 어째서 나는 중요한 것을 잊고… 그녀는 어디에…
타르트 : 정신 차렸나… 민폐를 끼치는 녀석이로군. 나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
하밀 : 타르트!? 나는 너를 죽게 내버려… 우아아아악!!
모노마크 : 뭐라고! 광전사인 것을 스스로 해제를 했다고!? 말도 안돼!!
하밀 : 하아… 하아… 기다려, 타르트! 지금 당장 구해줄게!!
디온 : 하밀, 무리야! 그런 불 속을 뛰어들었다간 돌아오지 못해!!
자라스 : 이때다!! 녀석의 마법은 풀렸다!! 단숨에 불태워 버려라!!
자라스 : 크하하하, 발카의 망령놈!! 재가 되어 버려라!!
모노마크 : 하밀님! 돌아오십시오!
에네아데스 : 이 무슨 일인가…
자라스 : 크하하하, 아쉽게 됐구나. 오늘이 히스패니아와 발카가의
마지막 날이 되었군!
디온 : 젠장, 하밀, 돌아와!!
하밀 : 여기는… 대체 어디지?
하밀 : 나는 타르트를 구하러 갔을 터인데… 어째서 이런 곳에? 그 불타오르는 화염은 어디로 갔지?
??? : 하밀…
??? : 하밀…
하밀 : 나를 부르는 것은 누구인가요?
??? : 또 만났네요…
하밀 : 당신은… 그것은 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 : 기억해주고 있었군요…
하밀 : 어렴풋이지만요…
??? : 후후, 충분해요. 이제 두 번 다시 꿈인 채로만 끝나게 하지 않겠어요…
하밀 : 아름다운 여신이시여,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죽은 것입니까?
???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하밀 : 저는 화염 속에 뛰어들었는데… 정신이 들어보니 여기에 있습니다. 즉, 그런 것이 아닌가요?
??? : 후훗,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불러준 것은 영광이지만 사신 취급에는 조금 상처받는 걸요.
여긴 저세상이 아니에요.
하밀 : 아닌 건가요?
??? : 아니에요. 뭐 하나 끝나지 않았어요.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밀접히 이어지고 맺어져… 오히려 시작된 겁니다.
하밀 : 그렇다면!!
하밀 : 아름다운 여신이여, 부디 제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하밀 : 저는 제국과의 전쟁에 한 여자아이를 휘말리게 만들었습니다. 타르트라는 이름의 아이입니다만.
??? : 후훗, 잘 알고 있어요.
하밀 : 그녀는 태워 죽을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저는 결국 힘에 취해서는 그녀를 휘말리게…
하밀 : 어떠한 댓가라도 치르겠습니다! 부디 그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 : 휘말리게? 무슨 소리인가요? 아아, 나를 못 알아보는군요.
후후, 그 정도의 화염으로 여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하밀 : …무슨 뜻인가요?
??? : 후후, 여신이란 건 수수께끼를 푸는 것과 같답니다.
자, 이대로 곧장 나아가세요. 아직 구할 시간은 있습니다.
하밀 : 감사합니다, 여신님이시여!
??? : 그녀와 계약하여 지금보다도 강한 인연을 맺으세요. 그렇게 하면 그녀도 당신도
그리고 당신이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모두, 구할 수 있을 테지요…
하밀 : 타르트, 타르트!!!! 어디야!?
타르트 : 쿨럭… 어서, 여기야!! 신성마법의 구속구가… 풀리지 않아.
하밀 : 타르트!! 에잇, [발카가의 이름으로 명한다, 구속구여, 부숴져라!]
타르트 : 이런, 이런… 이제야 자유의 몸이 되었나. 바보 녀석,
그런 호언장담을 해놓고 곧장 여신을 장작더미로 만들다니!
하밀 : 미안… 하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타르트 : (후후 제 아무리 나라도, 마력을 되찾지 못했다면 위험했을 테지…)
하밀 : 응?
타르트 : 아니, 이 정도의 화염으로 여신님을 재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제국이 어리석을 뿐이다.
여신님이 가는 길을 막는 것은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니까 말야!
하밀 : 그런 거 치곤 구속구도 풀지 못한 모양인데 말야.
타르트 : 그건 신성마법이라서 그래.
상성이 안 좋아.
타르트 : 뭐, 어찌됐건 멜칼트의 주박(呪縛)이 풀려서 다행이야.
타르트 : 그 상태였다면 너는 광전사가 된 채, 두 번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를 못했을 거야.
하밀 : 하지만, 녀석들을 쓰러뜨리려면 그것 밖에 없어! 나는 몇 번이고 그 힘을 쓸 거야!
타르트 : 한시를 다투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결론을 서두르지 마.
타르트 : 하밀이여, 나, 나와 계약하는 거다.
하밀 : 계약? 그러고 보니, 방금도 그렇게 들었는데. 대체 무슨 의미인 거야?
타르트 : 너,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거냐? 다소는 제대로 된 녀석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 참, 네 눈은 장식이군.
하밀 : 무슨 소리야?
타르트 : 강대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너 혼자 뿐이 아니야.
지금에선 나도 너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 화염 속에서 화상하나 입질 않았잖아?
타르트 : 하밀, 이 의미를, 너는 어떻게 해석할 거지…?
하밀 : 설마…
타르트 : 전쟁신 멜칼트의 힘을 믿는 너는 당연히 여신님의 힘도 믿을 테지?
하밀 : 너는 정말로…
타르트 : 내 이름은 아슈타르트. 이 발 신전의 여신. 네가 계속 받들어 모신 여신, 그 자체다.
하밀 : 아슈타르트… 네가… 이 신전의 여신님!?
타르트 : 그래 맞아. 하지만 그 이름은 다소 지금의 나에겐 무거워.
나로서는 타르트라고 불러주는 편이 맘 편해. 그쪽이 애착이 있는 호칭이니까…
하밀 : 네가… 정말로… 여신님이라니…
타르트 : 뭐야!? 그 놀란 얼굴은? 실망한 거냐?
타르트 : 아니, 스스로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타르트 : 하, 하지만, 무슨 일에도 현실과 이상이라는 것이 있잖아? 그 정도는 헤아려라!
하밀 : 크크, 아니, 믿을게, 타르트. 아니 여신 아슈타르트. 사실은 만났을 때부터… 너를…
하밀 : 뭐지, 이 진동은?
타르트 : 후후후, 이제야 도착했나.
타르트 : 내 하인, 신관 하밀이여. 서둘러 계약을 하는 거다!
나와 그대가 발 대축제 전통의 의식(神事)을 치루는 거야.
하밀 : 전통의 의식…?
타르트 : 뭐야, 그런 것마저도 너희들은 잊어버린 거냐?
하밀 : 설마, 과거에도 행해졌다던 [성스러운 혼인]을 말하는 거야?
하밀 : 발카의 당주가 남자 신을 연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여신하고 결혼한다고 하는…
하밀 : 여신의 수호를 구하고 백성의 번영을 기리는 의식이라고 들었는데.
타르트 : 마, 맞아. 발 대축제는 본래 아슈타르트와 멜칼트의 혼인으로 끝을 맺는다.
하밀 : 아슈타르트와 멜칼트… 즉 너와… 내가 말야?
타르트 : 당연하지! 또, 또 누가 있어? 무, 뭐냐? 불만이냐?
하밀 : 그게 아니라, 이런 때에 어째서…?
타르트 : 후훗, 이건 결코 의미 없는 의식이 아니야. 나와 너의 인연이 깊어지는 것으로
이계와의 길이 생겨나고 문이 열리게 되는 거야.
타르트 : 이미 나는 그대와 인연과 바람을 듣고 커다란 틈새를 만들고 군세를 불러 들였다.
응원군은 바로 근처에 까지 와있어.
타르트 : 남은 것은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하밀 : 응원군!? 아군의 군세라는 거야!? 어떻게 하면 되는데?
타르트 : 그게… 방금처럼 강하게 생각을 해주면 돼.
하밀 : …방금처럼, 이라니?
타르트 : 나, 나를 아, 아슈타르트를 강하게 생각해주면 돼! 그리고 성스러운 말을 영창하고 의식을 끝맺는 거야.
타르트 : 너는 아직 망설이고 있을지도 몰라. 나에 대한 것을 어딘가 수상쩍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몰라.
타르트 : 하지만, 강하게 믿어주었으면 해… 부디 나를, 나만을 강하게 생각해주었으면 해…
하밀 : 알았어… 타르트.
타르트 : 믿어주는 거냐!
하밀 : 너를 믿을게, 타르트. 너는 아슈타르트… 나의… 우리들의… 위대한 여신님이야!!
타르트 : 그렇고말고! 그럼 시작하자! 하밀칼이여, 내 손을 잡아라!
타르트 : 우선은 시작에 앞서 두 사람의 마력으로 이 화염을 잠재우고 의식을 행하여 응원군을 부르자! 자, 간다!!
하밀 : 응, 타르트, 함께 가자!!
에네아데스 : 자라스여, 각오하시오! 복수에 불타는 발카당을 막는 것은 그 누구이던 간에 불가능 할 테니!
자라스 : 크크큭, 소용없는 짓을. 웬만하면 포기하시지!
자라스 : 더 이상 네 놈들의 주인은 살아 돌아오지 못해. 이미 핫슈둘발의 뒤를 쫓아가고 있단 말이다.
모노마크 : 흥,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지금 와서 하밀님의 복귀가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동요하지 않는다.
에네아데스 : 하밀님이 만들어 주신 기회,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잖습니까!
자라스 : 큭, 시건방진 놈들! 골메스를 파멸시킨 정도로 우쭐대다니.
제국군을 압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마라. 어리석은 놈들이.
자라스 : 신전의 바깥에도 골메스의 1개 군단이 대기하고 있다. 이제 곧 이곳에 쇄도해올 거다!
자라스 : 너희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치더라도 신전과 함께 유린당하고 잿더미에 파묻힐 운명…
하밀 : 과연 그럴까!
자라스 : 뭣이!? 화염이 사라지다니!?
하밀 : 기다리게 했군.
타르트 : 수고스럽게 했군… 그대들의 헌신, 충분히 보답하도록 하지.
디온 : 하밀, 게다가 타르트도!
에네아데스 : 무사하셨나요!
모노마크 : 하밀님이 돌아오셨다! 발카당이여, 한층 더 분기(奮起)하라!! 제국군을 쓰러뜨리는 거다!!
발카당의 병사들 : 우오오오오!!
하밀 : 에네아데스, 모노마크!!
에네아데스 : 예!
모노마크 : 부디 지휘를!
하밀 :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발카의 당주로서 명령한다!
하밀 : 이 제단에서 제국병사들을 모두 없애라! 이 하밀칼도 직접 선두에 서겠다!
모노마크 : 오오!
디온 : 총대장이 직접 나선다는 거냐? 든든한 걸, 하밀!
하밀 : 실제론 이미 옛날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어…
타르트 : 이 타르트님도 직접 나서지! 하인의 위기이니까.
하밀 : 고마워, 타르트. 마음이 든든한걸.
자라스 : 크크, 어리석은 놈들이. 뒈지다만 꼬맹이와 정신 나간 계집이 뭘 어쩌겠다는 거냐. 크하하!
타르트 : 흥, 벌 받을 놈이, 여신님의 천벌을 마음껏 느껴보도록 해라!
자라스 : 하하하, 어디! 덤벼 봐라!! 골메스들이 올 때까지 가지고 놀아주지!
▣ 전투 1-4 하밀의 봉기(ハミルの蜂起)
승리 조건 |
자라스의 격파 |
패배 조건 |
하밀, 타르트의 전투 불능 |
보너스 조건 |
자라스의 격파 |
적 유니트 |
자라스(ザラス, LV5) x 2 제국 병사(帝国兵士,LV2) x 2 제국 기사(帝国騎士・剣, LV3) x 1 제국 궁병(帝国弓兵, LV2) x 1 제국 신관(帝国神官, LV2) x 1 |
특이 사항 |
승리조건은 자라스의 격파지만 6턴 이상이 자나면 자동 클리어가 되니 주의하자.자라스는 매우 강력하니 주변 적들을 모두 해치우고 자라스에게 공격을 집중해서 잡도록 하자. |
보물 상자 |
보물상자 : 샌달(サンダル) |
골메스 : 그오오오!!
자라스 : 크크크, 마침내 골메스들이 왔군. 선발대 제2 부대다!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 모쪼록 즐기는 게 좋을 거다. 자, 해치워라!!
골메스 : 그오오오오!!
하밀 : 타르트! 그걸 쓰겠어! 지금 우리들로는 상대가 되질 않아.
타르트 : 알았다! 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신 차려라!
하밀 : 우오오오, 우아아아아아!!!
모노마크 : 이 무슨 강렬한 모습인가! 마치 귀신과 같군…
디온 : 굉장해…
에네아데스 : 이대로는 그의 공격에 휘말리고 맙니다! 여기는 그에게 맡기고 아군의 지원에 전념하죠.
디온 : 잘 부탁한다, 하밀!
자라스 : 크크크, 그 힘,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도록 하지. 골메스여, 그 괴물을 마음껏 찢어발겨 놓도록 해라!
멜칼트 : 크하하하! 아하하하!! 순식간에 없애주지!
자라스 : 뭣, 설마 그 수의 골메스를 모두 쓰러뜨릴 줄이야! 크으윽, 신도 무서운 줄 모르는 반역자 놈이…
타르트 : 여신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건 네놈들 쪽일 테지.
자라스 : 큭, 고작 선발대를 쓰러뜨린 정도로 우쭐대지 마라.
멜칼트 : 하하핫, 삼류 주제에. 말하고 싶은 건 그것뿐인가, 자라스 동지?
자라스 : 짜증나는 발카의 핏줄 놈! 에잇, 퇴각! 퇴각이다! 군단과 합류한다!
네 놈들 따위, 훨씬 큰 대군단으로 전멸시켜 주겠다!
디온 : 헤헤헷, 올 테면 와 보라구!
에네아데스 :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서둘러 추격을! 여기서 그만둬서는 안됩니다!
모노마크 : 외곽의 군세와 합류를 하면 성가셔집니다! 곧장 반격이 올 겁니다!!
타르트 : 그럴 필요는 없어. 그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해.
에네아데스 : 무슨 소리입니까?
타르트 : 납득이 가지 않는가? 바로 나 아슈타르트의 이름을 걸고,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 거다.
모노마크 : 아슈타르트… 역시 당신께선 여신님이셨던 겁니까.
에네아데스 : 그럼… 당신은 진짜…
하밀 : 모두, 여기서 물러나줘. 카난민들도 가능한 물러나 있어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동요하지 말도록.
에네아데스 : 어쩌실 생각입니까?
하밀 : 발 대축제의 마지막 의식을 행하겠어.
나와 타르트가 이 축제를 끝내는 거야.
에네아데스 : 최후의 의식… 과연, 태고적부터 여신과의 혼인은
강대한 힘을 불러들인다고 일컬어져 왔습니다.
하밀 : 그래! 그러니 의식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나의 마력을 해방하겠어! 타르트와 함께! 그걸로 결판을 짓겠어!
모노마크 : 하지만, 그와 같은 강대한 마력을 두 번이나 방출하는 건! 신체의 부하가 위험할 정도 입니다!
에네아데스 : 무모합니다,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험합니다!
하밀 : 걱정 따위 필요 없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것은 이미 결정된 일이다…
알고 있잖아. 이것 이외에는 이길 방법이 없어! 발카의 힘을 믿어라!
모노마크 : 하핫, 이 얼마나 대담한 결단과 속단이란 말인가! 그 만용! 그 의기 또한 일품입니다!
에네아데스 : 후훗, 내가 가르친 하밀군은 좀 더 사양할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만…
디온 :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하다니… 마지막은 신에게 의지할 수밖엔 없단 건가!
타르트 : 안심하도록 해라. 여신의 가호는 이미 예전에 붙어있으니까!
이 녀석이 죽지 않을 정도로는 지켜주도록 하마.
하밀 : 그거 고맙네. 타르트 준비는 됐어?
타르트 : 어서 해라. 정신이 까마득해질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목이 빠질 정도로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다.
하밀 : 타르트, 아니, 아슈타르트. 발의 제사장으로서 우선은 네게 사과할게. 축제를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해.
타르트 : 네 탓이 아니다. 지상에 고난이 있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던 일이다.
하밀 : 고마워. 적어도 축제의 마지막 정도는 전력을 다해서 끝맺도록 할게. 아슈타르트, 너의 제사장으로서!
타르트 : 그, 그러면 손을! 사, 사랑스러운 제사장이여.
내 손을 잡고 성스러운 말을 맺어라. 이 아슈타르트와 계약을 하는 거다!
하밀 : 아슈타르트여. 그대는 우리들의 풍요의 여신. 용맹한 전쟁신이면서 상냥한 자애의 여신.
하밀 : 아슈타르트여. 그대는 만인의 어머니이면서 아름다운 처녀. 그리고 내 아내가 되는 자!
타르트 : 사랑스러운 인간의 아이여. 나는 대지의 어머니이며 멜칼트의 처.
그대는 스스로 원하여 용맹한 전쟁신이 될 건가?
하밀 : 나에게 두말은 없으니! 발카가의 후예, 하밀칼의 이름으로 선언하건데!
나 또한 신의 권속이 되어, 멜칼트가 될 것을 맹세하리라!
타르트 : …하밀칼이여, 그 말, 확실히 들었다! 그러면 계약의
증표를 함께 외치도록 하자, [열려라, 바벨(신의 문)]이라고!
하밀, 타르트 : [열려라, 바벨!!!]
디온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전보다 더 굉장해-!!
에네아데스 : 이 무슨… 설마 여신의 가호… 여신의 마력이 더해졌다는 건가요.
이거, 그녀를 믿을 수 밖에는 없게 됐군요.
모노마크 : 이제야 여신의 존재를 믿을 마음이 생겼나. 바벨을 연다고 들렸는데…
분명 두 사람은 이계의 문을 열어서 응원군을 부른 거겠지.
디온 : 응원군? 그러고 보니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자라스 : 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대체 이 암흑은 뭐지!? 이래선 앞도 보이질 않아!
자라스 : 우리 군단은 어떻게 된 거냐! 여기까지 왔는데 어째서 합류를 할 수가 없는 거지!?
골메스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제국 병사 A : 군단은 미확인 적과 교전중인 모양입니다!
자라스 : 미확인이라는 건 무슨 소리냐!
제국 병사 A : 자,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매우 큰 몸집 짐승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에게 습격당하고 있습니다!
자라스 : 뭐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어디서 나타났다는 말이냐! 보초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제국 병사 A :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제국 병사 B : 골메스 군단 전멸! 제국군도 그 절반을 잃었으며 남은 생존자들도 쓰러져 나가고 있습니다.
전선의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제국 병사 A : 우아아아, 도망쳐라! 끼야아아악!!
제국 병사 B : 오, 오지마!!
제국 병사 C : 사, 살려줘!!
자라스 :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자라스 : 골메스 1개 군단에 히스패니아에서 끌어 모은 제국 주둔군이라고… 질 리가… 질 리가 없어!
자라스 : 우아아아, 그만, 그만둬! 오지마!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에네아데스 : 적 전력… 침묵했습니다.
모노마크 : 믿을 수가 없어… 그 제국병놈들을 순식간에 매장시켜버리는 응원군이…
에네아데스 : 하지만, 사실입니다. 말 그대로, 신의… 군대로군요.
군중 A : 우아아아, 이겼다!!
군중 B : 우리가 이긴 거야!!
군중 C : 꼴좋다, 제국놈들!!
군중 D : 우리들은 자유다!!
군중 E : 발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타르트 : 끝났다… 하밀. 우리들의 완전한 승리다.
하밀 : 고마워, 타르트. 덕분에 살았…크헉.
타르트 : 하밀!
모노마크 : 하밀님!
디온 : 어이, 왜 그러는 거야! 방금까지 괜찮은 얼굴을 했었잖아!
에네아데스 : 사람의 몸으로 그 정도의 마력을 방출하면… 역시 그냥 넘어가긴 힘든 건가요…
타르트 : 힘을 너무 써댔어… 이제 됐다. 쉬어라. 의식을 잃을 정도로 온 몸에 격통이 흐르고 있을 터야.
나 참, 이 바보, 아프면 아프다는 얼굴 정도는 해라!
하밀 : 아직이야… 그럴 수는 없어. 나는 발카의 피를 잇는 자야, 이 정도… 대단한 일도 아니야.
하밀 : 에네아데스… 나는 발카당의 반란계획을 상세하게 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네가 지휘관이란 것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에네아데스 : 이런, 이런. 정말로 얕볼 수가 없는 분이군요. 모두 다 꿰뚫어 보고 있던 건가요.
하밀 : 그러니까… 명령하겠어. 서둘러… 계획을 모두 앞당겨 실행… 하라!
에네아데스 : 앞 당겨…? 과연. 이 정도의 전과를 올렸다면 불가능도 아니야!
모노마크 : 분명… 지금이야말로 최대의 기회!
하밀 : 그래…지금 당장… 봉화를 피워 올려라! 반란성공의 봉화를! 반역 개시의 봉화를!
하밀 : 어디까지나 높고… 눈부시게… 히스패니아 전역에 알리는 거다!
에네아데스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주인이시여!
하밀 : 오늘 밤 안에 히스패니아 전역에서 일제 봉기하여… 모든 행정구를 제압해라…
하밀 : 7년을 기다려 마침내 만들어낸 힘의 공백이다… 지금이라면 제국군도…
침묵하고 있을 터… 이 밤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하밀 : 발카당이여… 히스패니아 전역을… 장악… 하는 거다…크헉.
디온 : 하밀!
타르트 : 정신을 잃었나…
에네아데스 : 아슈타르트! 우리들의 여신이시여! 부디 발카의 당주를 구해주십시오!
타르트 :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야. 하지만 여기는 소란스러워서 곤란해.
우선은 하밀을 조용한 곳으로 옮겨라.
모노마크 : 알겠습니다. 위쪽으로 옮기겠습니다.
타르트 : 나중 일은 맡기겠다. 더 이상 이 여신의 위광을 의심하는 자는 없을 테지.
나는 하밀을 반드시 치료해보이겠다!
타르트 :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당장 병사들을 재정비시키고 봉화의 준비를 시작해라!
에네아데스 : 예!
타르트 : 봉화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나를 부르도록 해라. 마무리는 여신 스스로 집행하겠다!
모노마크 : 잘 알겠습니다! 병사들이여, 봉화다, 봉화의 준비다! 서둘러라! 비축해둔 연기초를 모두 꺼내라!!
에네아데스 : 디온군, 게다가 마을 모두는 집안에 장작을 잔뜩 끌어 모아 주십시오.
연기초가 있으면 그것도 가져와 주십시오! 뭐하면 야생 상태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디온 : 알았어! 장작이건 뭐건 가능한 모아서 올께! 마침 연기초라면 토끼 둥지 근처에도 잔뜩 자라니까!
에네아데스 : 모노마크, 봉화 쪽의 준비는 맡기겠습니다! 저는 발카당의 진형을 재정비하고 초계임무에 나서겠습니다.
에네아데스 : 그리고 타르트님이 데리고 온 군세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요…
타르트 : 녀석들은 모두 내 친구들이다.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라.
자, 하밀을 조용히 쉬게 하고 싶어. 모노마크, 위로 옮기자.
모노마크 : 네, 지금 당장.
에네아데스 : 하밀군을 잘 부탁드립니다.
디온 : 두 사람이서 오붓이 보내라구, 여신님! 일단 말해두겠는데 하밀은 굉장히 둔감하다고!
타르트 : 시, 시끄러워, 어서 가버려!
하밀 : 저건… 무슨 소리지… 어디선가 들었던…
??? : 기억나지 않나요? 전쟁의 시작과 끝에는 반드시 울리는 소리인데요…
하밀 : 모르겠습니다… 막 생각이 날 듯도 합니다만.
??? : 이전의 당신은… 저 소리와 함께 여정에 나섰고…
그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슬펐어요… 정말로, 정말로, 슬펐어요…
하밀 : 저기… 여신이여. 당신이 하시는 말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저는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만 건가요?
??? : 괜찮아요. 이곳은 한낱 꿈의 영역.
당신과 나의 깊은 인연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예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하밀 : 그런…가요. 하지만 당신에 대한 것을 아무 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한 것은 괴롭습니다.
여신이여, 적어도 존명(尊名)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 : 아슈타르트에요.
하밀 : 아슈타르트? 저는 그 여신님을 알고 있습니다. 외모는 건강하고 활발한 소녀인데…
??? : 저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요?
하밀 : 네, 당신께선 조용하시고 상냥한 여성으로 보입니다.
??? : 멜칼트로 변한 당신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나 외견과는
다른 내면을 속안에 숨기고 있는 법입니다.
하밀 : 무슨 소리죠?
??? : 활발한 성격의 소녀는 마음속으론 현명하고 우아한 자신이 되고 싶다고 바라며,
상냥한 소년은 마음속으론 격렬한 증오에 몸부림치고 있다, 라는 거예요.
하밀 : 뭔가의 수수께끼인가요? 소년이라는 것은 저를 일컫는다는 건 어렴풋이 이해가 갑니다만.
??? : …모르겠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 : 하밀, 아슈타르트에겐 또 하나, 별개의 신격(神格)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나요?
카난민에게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매우 친숙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하밀 : 아아! 그렇다면! 당신이 그 유명하신 여신 타니트님이시군요!
타니트 : 후훗, 그런 거 치곤 알아차리는 게 늦은 감이 있는데요. 정말로 알고 있는 건가요?
하밀 : 물론이죠! 여신 타니트를 모르는 카난민은 없습니다!
하밀 : 여신 아슈탈트의 언니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전쟁여신! 강하고 상냥하고 기품있고… 카난민이 경애하는 여신님!
하밀 : 당신의 문장인 타니트의 문양은 지금 현재는 히스패니아의 국기 문양이기도 합니다!
여신 타니트여!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타니트 : 후후, 아무리 추켜세워도 드릴 건 없답니다.
하밀 : 그, 그럴 생각으로 말한 게! 당신께는 충분할 정도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밀 : 당신의 이끄심으로 타르트… 아니, 여신 아슈타르트에게 도달할 수가 있었고
덕분에 제국에게 이길 수가 있었습니다.
하밀 :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우신 전쟁여신(戰女神)이시여!
앞으로도 더 많은 전장을! 수북이 쌓이는 적들의 시체를!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하밀 : 발의 신들을 기쁘게 해드릴 광전사가 되어서 그 어떤 적이라도 매장시켜 버리겠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시길!
타니트 : 후후, 그게 아니잖아, 하밀. 당신에겐 그런 거, 어울리지 않잖아요?
하밀 : 뭐가 아니라는 건가요?
타니트 : 내 눈을 똑바로 보고도 그런 소릴 할 수 있나요?
하밀 : 그건…
타니트 : 당신은 진심으론 광전사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은 게 아닌 가요?
하밀 : …
타니트 :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나에겐 당신의 마음이 보여요.
타니트 : 긍지와 책임감. 증오와 분노. 싸움에 대한 고양감과 공포에 대한 그림자.
타니트 : 그리고 무엇보다도 죄책감. 분노에 자아를 잃고 폭주하여
적을 참살하는 것에 대해 당신은 진심으로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있어.
타니트 : 내 말이 틀린가요?
하밀 : …제가, 부끄러워한다구요?
아하하,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하밀 : 여신 타니트여. 설마, 이 하밀칼의 충의를 의심하고 계신 겁니까?
발카의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 연약한 남자라고 생각해서?
하밀 : 믿어주십시오! 저는 복수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제국에 대한
증오심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참고 견뎌서 살아왔습니다!
하밀 : 멜칼트에 복수를 맹세하고 광전사로 변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고 있지 않습니다!
적을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야말로 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바람!
타니트 :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당신의 본심일 테지요. 그럼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겠습니다.
하밀 : 여신 타니트여! 제발 믿어주십시오!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하밀 : 저 하밀칼은 당신의 하인으로서 충성을 맹세합니다!
하밀 : 그러니 부디 카난민들을, 당신의 백성들을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부디, 가호를! 그 힘으로 히스패니아의 백성들을 구해주십시오!
하밀 : 부디… 부디… 여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타르트 : 치료는 끝이 났는데도 심하게 뒤척이는 걸. 타니트 일 때의 나는 매우 상냥했다고 생각하는데…
하밀 : …여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타르트 : 안심해라… 계속 내가 붙어있을 테니까…
하밀 : 부디… 히스패니아를…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타르트 : 저버릴까 보냐… 설령 세계의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린다고 해도… 너를 저버리지는 않아…
하밀 : 타르…트?
타르트 : 마침내 정신을 차린 모양이구나… 좋은 꿈은 꾸었냐?
하밀 : 아아, 타르트… 너구나. 여기는… 나는 대체…
타르트 : 치료가 완료가 된 참이다. 아직 제상태가 아니야. 조금만 더 안정을 취해라.
타르트 : 뭐, 내 무릎베게로는 조금 잠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인데…
역시 깡마른 몸보단 좀 더 살집이 있는 쪽이 취향인 거냐?
하밀 : 맞아… 너와 함께… 바벨(神の門)을 열고… 그 다음에…
하밀 : 아앗! 타르트! 전황은!? 봉화는!? 그 후로 얼마 정도가 지난 거지?
일제 봉기는 어떻게 된 거…! …크윽, 으아아아아…
타르트 : 야, 날뛰지 마! 갑자기 움직이지도 마!
간신히 치료마법이 통하긴 했지만 보기보다 중상이었다고! 한동안은 얌전히 있어!
하밀 : 아야… 그럴 수는…
타르트 : 아무 것도 걱정할 것은 없다. 제국군의 생존자들은 싸움에 지고 동쪽 끝으로 도망쳤다.
타르트 : 봉화는 이미 피워 올렸어. 각지의 일제 봉기는 이미 시작이 되었어.
마지막으로 지금은 해뜨기 전이다.
하밀 : 그렇구나… 모두, 제대로 됐구나…
타르트 :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까 안정을 취하고 있어…
타르트 : 나 참, 너는 마력의 사용법이 엉망진창이야.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속았지만
마력의 부하로 몸속이 만신창이 상태였다고.
하밀 : 아하하… 수고를 끼쳐서 미안해. 주체를 할 수가 없어서…
타르트 : 처음의 마력 방출로 멜칼트가 된 시점에서 이미 중상이었을 거야.
이렇게까지 심한 줄 알았다면 두 번째의 마력방출은 하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밀 : 그랬다면 우리들은 졌을 거야. 이걸로 괜찮다고 생각해.
타르트 : 흥, 간단히 말하긴. 실패했다면 바벨이 열리기 전에 네 몸이 조각조각 났을 거란 말야…
하밀 : 그다지,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러도 상관없었으니까…
하밀 : 손, 발 하나든 둘이든, 그대로 조각이 나서 죽든 말이지…
하밀 : 어차피 졌다면 나는 사지를 찢긴 채, 사체는 구경거리가 되었을 테지…
타르트 : 하밀…그런 쓸쓸한 소리 하지 마. 그런 소리하는 녀석은 이렇게 해주지!
하밀 : 타르트?
타르트 : 이건 벌이다… 따뜻하냐?
하밀 : 아이취급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타르트 : 아아… 제대로 만질 수가 있구나… 너는 이미 잊어버렸을 테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선 매우 간절한 것이었어…
하밀 : 무슨 소릴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왠지, 마음이 진정이 되네…
타르트 : 그러냐… 나는 치유의 여신이기도 하니까 말야.
하밀 : 후훗, 맞아, 너도 위대한 여신님이었지…
아슈타르트님이지… 무심코 잊게 되어 버리지만…
타르트 : 뭐야, 그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말투는!
하밀 : 아니, 아까도 여신님을 만났거든. 꿈속이지만… 여신 타니트는… 그녀는, 네 언니인 거야…?
타르트 : 크흠, 뭐, 그러한 셈이지. 그래서?
하밀 : 그래서라니?
타르트 : 타니트랑 만나서 어떻게 생각했어?
하밀 : 응, 아름답고 기품있고, 신성해서… 마치 카난민이 꿈꾸는 위대한 여신 그 자체였어…
하밀 : 그녀를 한눈에 본 것만으로 그 누구나 동경하며 숭배하고 좋아하게 될 테지…
그 정도로 멋있는 분이라 생각했어.
타르트 :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하밀 : 그야 물론이지.
타르트 : 설마, 그런 것이 네 취향이냐?
하밀 : 그러네, 동경하게 돼.
타르트 : …
하밀 : 왜 그래? 갑자기 입 다물고?
타르트 : 우우… 복잡한 기분이야. 흥, 어차피 지금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하니까 말야…
하밀 : ?
타르트 : 타니트는 물론 너희들에게 있어서 강력한 아군이야. 하지만 변덕쟁이니까
이 세계에는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아.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게 좋아.
하밀 : 그럼, 타르트가 전해주지 않겠어? 그녀에게는 들통이나 버린 모양이니까.
타르트 : 들통이 났다고?
하밀 : 내가 싸우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단 거. 발의 하인으로서는 아직 어설프다는 것을 말이지.
타르트 : 흥, 뭘 지금에 와서. 그런 것 쯤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밀 : 아하하. 너에겐 이미 얘기를 해버렸으니 숨겨도 별 수 없지만 말야…
하밀 : 하지만, 여신 타니트는 그것을 듣고 질려하지 않을까나. 부디 열심히 할 테니
우리들을 저버리지 말라고… 그녀에게 말을 해주었으면 해.
타르트 : 흥, 나는… 아니… 타니트는 네가 무리를 하는 것이 걱정일 뿐으로…
그런 걸로 저버리거나 하지 않을 텐데.
하밀 : 하지만 걱정이 돼…
타르트 : 흥, 소심한 녀석. 뭐 알았어. 전해줄게.
하밀 : 고마워, 타르트.
타르트 : 고맙게 생각해. 좀 더 나에게도 동경이나 숭배나 그 외 여러 가지의 기분을 갖도록 해.
하밀 : 응, 응. 알았어.
타르트 : 뭐냐, 그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붕뜬 대답은…
하밀 : 솔직히 말하면 너에 대해… 잘 모르겠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타르트 : 잘 모르겠다니?
하밀 : 미안…
타르트 : 어째서 사과하는 거지?
하밀 : 사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알 수가 있었어… 네가 진짜 여신님이라는 걸.
타르트 : 뭐라고!?
하밀 : 하지만 그건 단순한 직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겁쟁이인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어.
하밀 : 제국의 함정이 아닐까 의심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너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밀 : 그러니까… 그게… 심한 소릴 해서 미안해…
타르트 : 흥, 그런 사소한 일은 이미 예전에 잊었어. 쓸데없는 것에만
머리가 잘 돌아가기는. 직감을 믿으면 될 것을…
하밀 : 그러네. 어제까지의 나는 바보인 주제에 매우 의심이 깊고 겁쟁이에…
어떤 때라도 마음속에서는 냉정하게…
타르트 : 왜 그래? 갑자기 입 다물고는. 설마, 후회하고 있는 거냐? …나를 구한 것을.
하밀 : 아니. 하지만 사실은 좀 더 제대로 했을 터인데…
하밀 : 그런데 오늘 밤의 나는… 대체… 어떻게 되어 버린 건지…
하밀 : 발 대축제만은 그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그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어.
하밀 : 지금까지 오늘 이 날만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실패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으니까…
하밀 : 하지만…기둥에 매달린 너를 본 순간, 분노에 온 몸이 떨렸어.
더 이상 그런 생각들은 아무래도 좋았어. 용서할 수가 없었어… 세상 모든 것이!
하밀 : 정신을 차렸을 땐, 감정이 향하는 대로 소리치고 모두를 가능한 말들을
동원해 선동하고 주저 없이 마력을 해방했어…
하밀 : 너를 상처 입히는 자는 용서할 수 없어, 전부 죽여 버리겠어,
모든 걸 없애 버리겠어, 그런 생각만이 가득해졌어…
하밀 : 나 참, 나는… 어떻게 되어버린 거지. 너와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걸까… 대체 나는…
타르트 : 하밀… 이제 됐어… 이제 됐으니까. 그 이상은 말하지 마.
하밀 : 타르트? 어째서 울고 있는 거야?
타르트 : 괜찮아. 너는 아무 것도 몰라도 돼. 충분해, 이제 그 말만으로… 나는 충분해.
타르트 : 아무 것도 생각해내지 못해도, 우리들은 다시 한번 더 만날 수가 있었으니까.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으니까…
하밀 : 타르트, 무순 소릴…?
타르트 : 흥, 이런 것도 모르는 거냐? 당연한 거잖아. 네가 발의 신들을 모시는 제사장.
그리고 나는 네가 우러러봐야할 위대하신 여신님이야.
타르트 : 신의 위기에 신도가 발 벗고 나서야하는 건 당연하잖아.
하밀 : 아아, 그렇구나…
타르트 : 흥, 불신자 녀석, 이제야 납득한 거냐.
하밀 : 그런데… 어째서 타르트는 울고 있는 거야?
타르트 : 시끄러워, 미숙한 네게 질려서 그래… 신경 쓰지 마.
하밀 : 저 소리는… 방금도 꿈속에서 들은 듯한데.
타르트 : 봉화 소리야. 히스패니아 내에서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어.
예전 우리들이 가르치고 너희들이 계속 사용해온 기술이다.
하밀 : 저게, 봉화 소리…
타르트 : 몰랐었던 거냐?
하밀 :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을 금지당하고 있었으니까…
타르트 : 아아, 그랬었구나… 그럼 잠시 기다려봐.
타르트 : 이제 곧 해가 뜰 거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봉화를 피어 올리기로 되어있어.
굉장히 큰 것이 여기만이 아니라 각지에서 말이지.
하밀 : 각지에서?
타르트 : 반란에 성공한 지역이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피워 올리기로 되어 있어.
서로의 승리를 확인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말야.
하밀 : 응, 발카당은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순서를 정했었구나.
나는 반란개시의 신호로 밖에는 알지 못했었으니까.
타르트 : 세세하면서도 의외로 덜렁이구나, 너.
뭐, 됐어. 따라와라, 여기서면 다 보일 거야.
타르트 : 자, 슬슬, 쏘아 올리기가 시작될 거야! 얼굴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도록 해!
하밀 : 와아… 대단해. 너무나 눈부셔.
봉화가 커다란 야자나무 모양을 만들고 있어. 굉장하다.
타르트 : 마력으로 약간 개조를 했어. 저거라면 히스패니아 전역에서 보일 거야.
하밀 : 메마른 사막의 안에 서있는 야자나무는
세계의 재생과 불멸의 징표. 발의 신들의 상징.
저건 말 그대로 세계를 비추는 생명의 나무야.
타르트 : 그래 맞아. 이윽고 푸르게 뒤덮은 초록은 낙원의 징표.
너와 나는 히스패니아 전역에 그것을 약속하고 있는 거다.
발카당 : 오오, 반란 성공의 봉화가 떠올랐다!
디온 : 우와, 갑자기 쏴 올리는 걸!
에네아데스 : 당원 각자는 지정된 방향을 주목! 답변 봉화를 확인하라!
모노마크 : 절대 놓치지 마라! 서둘러 수를 세라!!
발카 병사 A : 우선은 4개! 4개의 행정구역이 독립을 회복!
발카 병사 B : 더 올라왔다!
발카 병사 A : 5개, 6개의 행정구역이 독립을 회복!
디온 : 우와, 계속해서 올라오는 걸! 점점 불빛이 늘어나는데!
발카 병사 A : 이미 10개의 행정구역의 독립을 확인! 남은 것은 3개 구역입니다!
발카 병사 B : 11…12…
발카 병사 A : 마지막!! 13개 행정구역을 확인!!
디온 : 만세!!
모노마크 : 이윽고 이 날이 왔군!!
에네아데스 : 카난민들이여! 현시점을 기해, 히스패니아 전역의 독립을 확인!!
발카당의 일제봉기는 성공입니다!
에네아데스 : 여기는 우리들의 나라입니다!!
군중 A : 반란은 성공했다!!
군중 B : 아슈타르트여, 감사드립니다!!
군중 C : 아아, 아름다우신 아슈타르트여!
군중 D : 생명의 나무 밑에서 강림하신 승리의 여신을 칭송하라!!
군중 E : 여신님, 최고에요!!
군중들 :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아슈타르트!!」
군중 E : 우리들은 우리들의 여신을 되찾았다!!
하밀 : 모두들, 기뻐보여서 다행이다…
타르트 : 후훗, 당연하지. 하지만 되찾은 것은 신만이 아닐 테지.
하밀 : 무슨 소리야?
군중 A : 그리고 우리들은 마침내, 히스패니아는 마침내! 발카의 주군을 가지게 되었다!
군중 B : 이 얼마나 멋진 날이야!
군중들 : 「하밀칼, 하밀칼, 하밀칼」
군중 C : 아슈타르트에 사랑받는 카난민의 왕이시여!
군중 D : 발카의 젊은 당주에게 영광이 있으라!
군중 E : 하밀님, 고마워요!
하밀 : 아아…
타르트 : 그들이 되찾은 것은 또 하나가 있었던 모양이군.
하밀 : … 그런 모양이네.
타르트 : 후훗, 드물게 쑥스러워하는 구나. 기쁘냐?
하밀 : 태어나서 처음 생각했어.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타르트 : 이 놈, 쓸쓸한 소리하면 꽈악 끌어안는다고 했잖아…
하밀 : 아하하, 너무 세게 안으면 아파, 타르트.
타르트 : 아아, 미안해. 하지만 네가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거,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하밀 : 고마워, 타르트. 네가 와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 티어즈 투 티아라 2 챕터 2로 >